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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카라과 반정부 시위 확산…오르테가의 몰락

안정훈 기자
입력 : 
2018-06-01 15:56:23
수정 : 
2018-06-01 16: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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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위기 맞은 오르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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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와 함께 1980년대 중남미 사회주의 혁명을 주도했던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사진)이 최근 연금 개혁 실패에 따른 국민의 반정부 소요 사태로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한 달 반 동안 이어진 시위로 100명 이상의 시민 사망자가 발생하며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연금 개혁을 내건 시위에 오르테가 대통령의 부패와 포퓰리즘 정책 실패에 반기를 든 국민 분노가 더해지면서 정권이 치명적인 위기를 맞았다.

라 프렌사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니카라과 전국 각지에서 반정부 시위대와 정부 지지자들 간에 충돌이 발생해 11명이 사망했다. 목격자들은 무장한 친정부 지지자들이 행진 참여자들을 향해 먼저 발포했다고 전했다. 지난 4월 중순부터 이어진 시위로 발생한 시민 사망자는 비공식적으로 100명을 넘겼다.

오르테가 대통령은 지난 4월 연금 재정 붕괴를 막기 위한 연금 축소 개혁안을 발표한 바 있다.

개혁안은 연금 수령 당사자들의 분담금을 더 늘리는 대신 수령액은 줄어드는 것을 골자로 했다. 그가 내놓은 방안에 따르면 현재 월급의 19%인 고용주의 분담금 비율이 2020년까지 22.5%로 증가하며, 피고용인 분담금 비율도 현재 6.25%에서 7%로 오른다. 반면 일반 연금 수령자의 월 연금 수령액은 5% 삭감하기로 했다.

이 같은 개혁안에 국민은 반발했다. 개혁에 반발한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자 오르테가 정부는 연금 개혁을 철회하고 대화를 촉구했다. 하지만 오히려 오르테가 대통령과 부인인 로사리오 무리요 부통령의 퇴진, 민주주의 권리 증진 등을 요구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시위가 확산됐다. 오르테가 정권이 장기 집권하며 부정부패와 경제 몰락을 가져온 데 대해 국민들이 오래전부터 가져온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니카라과 연금 재정이 붕괴한 건 지속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베네수엘라에서 들어오는 오일 머니에만 의존해 방만한 포퓰리즘 정책을 펼쳐왔기 때문이다. 오르테가 정부는 자신의 정치적 후원자이자 남미 좌파 벨트의 맹주를 자처한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정부에서 정권 유지 명목으로 매년 5억달러에 상당하는 석유를 공급받았다.

오르테가 정부는 이를 저소득층을 위한 사회복지에 투자하면서 빈민에게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2013년 차베스 전 대통령이 사망하고 2014년부터 국제유가가 폭락하기 시작하자 외부 원조에만 의존해온 니카라과 사회복지 시스템은 곧 붕괴해 버렸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해 니카라과 정부는 연금 지급에만 23억7100만코르도바오로(약 800억원)를 지출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3.1%에 달한다. IMF는 지난해 6월 니카라과 연기금이 2019년에 고갈될 전망이라며 연금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고 권고했지만, 이번 개혁 실패로 연기금의 미래는 한 치 앞을 알 수 없게 됐다.

과거 좌파 혁명의 영웅이었지만 지금은 각종 정치적 부패로 점철된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점도 오르테가 대통령 인기를 떨어뜨린 요인이다. 오르테가 대통령은 자신의 측근을 정부 고위 요직에 두루 기용하는 정실주의로 악명이 높다. 그의 부인 무리요는 2016년 부통령으로 선출된 데 이어 이번 연금 개혁안을 주도하며 국민에게 반감을 불러일으켰다. 오르테가 대통령 자식들 역시 아버지의 후광을 입고 사업에 뛰어들거나 정계에 출마하는 등 이권을 노골적으로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오르테가 대통령 본인도 2011년 재임 당시 대통령 3선 출마 제한을 폐지하는 개헌안을 통과시키고 측근을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 임명하는 등 권력 기반을 공고히 하며 계속 정권을 연장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오르테가 대통령은 1984년 처음 대권을 거머쥔 뒤 3차례의 낙선을 거쳐 2006년, 2011년, 2016년에 연이어 당선돼 12년째 니카라과를 이끌고 있다.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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