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짝씩’ 늦은 방역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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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3.09. 오전 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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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환자 폭증에…신천지 거주 아파트·줌바강사 워크숍 ‘역학 조사’ 지연
ㆍ46명 감염된 대구 한마음아파트…시, 4일에야 파악 코호트 조치
ㆍ천안·아산 등 줌바교실 중심 감염…경로 파악·당사자 통지 늦어 확산



신천지 대구교회 교인에 대한 코로나19 검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확진자 증가세가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하루에도 수백명씩 신규 확진자가 추가되고 있다보니 역학조사가 늦어지면서 방역 조치가 제때 이뤄지지 못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신천지 교인이 집단 거주하는 아파트에서 지난달부터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했는데도 격리 조치는 뒤늦게 이뤄졌고, 줌바댄스 교실 감염 확산은 감염 경로가 파악된 후에도 당사자에게 통지가 늦어지면서 확진자의 이동을 막지 못했다. 지역사회 감염 확산에 따라 방역 전략이 감염원을 모두 제거하는 ‘봉쇄’에서 고위험군 중심 관리인 ‘완화’로 이행하는 중이긴 하나, 집단감염은 좀 더 촘촘한 방역망이 필요해 보인다.

8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확진자 46명이 무더기로 발생한 대구 한마음아파트가 일반 주거시설로는 처음으로 통째 코호트 격리됐다. 신천지 대구교회와 직선거리로 1.2㎞가량 떨어져 있는 이 아파트는 입주민 142명 중 94명(66.2%)이 신천지 교인이다. 한마음아파트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것은 지난달 19일부터였다. 21·23일에 각각 1명씩 추가됐고 24일 13명, 25일 4명 등 계속해서 확진자가 발생했다. 같은 주소지에서 확진자가 연달아 쏟아지는데도, 보건당국은 지난 4일에야 특이점을 파악하고 첫 역학조사를 실시했다.

아파트에 대한 방역 조치가 늦어지면서 지난달 말 관할 통장이 아파트에 들러 집집마다 마스크를 나눠주는 등 외부인이 자유롭게 출입하며 감염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다만 현재까지 교인이 아닌 다른 주민과 아파트 내 복지관 직원은 감염되지 않은 상황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연일 확진자가 수백명씩 나오는 대구는 사실 역학조사가 무의미하다”면서 “고위험군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개개인에 대한 역학조사를 벌이기 힘들었다”고 해명했다. 현재 대구시의 역학조사관은 12명에 불과하다.

확진자가 나온 병원의 환자를 다른 의료기관으로 전원조치하는 과정에서도 빈틈이 생기고 있다. 대구 문성병원은 지난달 24일 주차관리 직원이 확진 판정을 받자 소독 조치를 한 후 26일부터 운영을 재개했다. 하지만 환자와 직원 9명이 줄줄이 확진 판정을 받자 역학조사를 다시 진행하고 8일에야 병원을 폐쇄조치했다. 이 과정에서 인근 다른 병원 두 곳으로 이송된 환자 중 3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확인돼 이 의료기관까지 폐쇄됐다.

천안·아산 지역에서 줌바댄스 교실을 중심으로 번지던 감염 경로도 파악이 늦었다. 충남도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 이 확인된 줌바댄스 강사들은 공통적으로 지난달 15일 천안에서 열린 워크숍에 참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워크숍에는 서울·천안·대구·세종 등 전국 각지에서 온 강사 29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실은 지난 2일 참석자 중 1명이 자진해 코로나19 검사를 요청하면서 처음 확인됐다. 천안과 아산에서 줌바댄스 강사 2명이 첫 확진 판정을 받은 지 5일이 지난 후다.

워크숍 참석자에게 통지도 늦어져 확진자의 이동을 막지 못했다. 서울 지역에서 참석한 강사 1명은 지난 6일에야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으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는 이미 지난 4일부터 자전거로 강원도 일대를 여행하면서 마트와 식당을 이용하는 등 방역망을 벗어나 있었다.

박채영·백경열·이종섭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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