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는 목요일, 둘째는 월요일…" 자녀 출생 맞춰 n번 줄 서야하는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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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3.09. 오전 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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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 종로5가 인근 약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하고 있다. 이날부터 전국 약국에서는 중복구매 확인시스템이 구축돼 신분증을 제시해야 마스크 구매가 가능하다. 1인당 5매였던 구매한도는 1인당 2매로 줄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월요일은 제가 살 수 있는 날이고, 수요일은 아들 마스크를 대리구매할 수 있는 날이라 두 번이나 마스크를 사러 가야 해요. 줄을 얼마나 서야 할지도, 동네에서 마스크를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마스크 수요가 폭증하면서, 정부는 수급 안정화 취지로 지정된 날에만 마스크를 구입할 수 있는 '마스크 5부제'를 발표했다. 그러나 일부 부모들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마스크 5부제는 출생연도 끝자리에 따라 구매할 수 있는 요일이 정해져 있다. 월요일은 1과 6, 화요일은 2와 7, 수요일은 3과 8, 목요일은 4와 9, 금요일은 5와 0인 출생자만 구매할 수 있다.

당초 장애인을 제외하면 '대리구매' 자체가 불가능했으나 문재인 대통령이 '대리 수령 범위를 넓히라'고 주문하면서 2010년 이후 출생인 만 10세 이하 어린이와 1940년 이전 출생한 80세 이상 노인의 경우 대리 구매가 가능해졌다. 주민등록부상 동거인인 대리구매자가 자신의 신분증과 동거인이 기재된 주민등록등본을 가져가면 된다.

문제는 대리구매자 본인이 살 수 있는 요일에 자녀나 부모 등 노약자들의 대리구매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만약 1981년생인 부모가 2012년생 자녀를 뒀다면 자신의 마스크는 월요일에, 자녀의 마스크는 화요일에 구매할 수 있다는 것. 대리구매 방식에 융통성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자녀 여럿을 둔 부모들은 불만의 목소리가 더욱 큰 상황이다.

자녀 셋을 키우고 있는 30대 여성 A씨는 "자녀가 모두 10세 미만으로 2015년생, 2016년생, 2019년생이다"라며 "저는 1981년생이라 둘째를 제외하면 요일이 겹치지 않아 월요일, 목요일, 금요일마다 약국에 줄을 서야 하는 상황"고 말했다.

그는 "남편과 셋째 아들의 요일이 겹치는 요일에는 남편이 연차를 내겠다고 했다"며 "대리구매가 가능해진 것만으로도 다행이지만 대리구매자가 자신의 요일에 피보호자의 마스크까지 구매할 수 있도록 해줬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두 명의 자녀를 둔 B씨도 "사재기를 하는 것도 아닌데 주소지가 같으면 가족들 건 한 번에 구입할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며 "맞벌이 부부라 주중에는 일하다 말고 약국을 찾아다닐 수 없어 주말에 자녀를 맡기고 아이들 마스크까지 구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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