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5부제' 기다림은 여전…"힘들었지만 손에 넣어 안심"

입력
수정2020.03.09. 오후 2:09
기사원문
이비슬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약국마다 다른 입고시간…직장인에겐 '그림의떡' 불만
언제 올지 모르는 마스크…"공평 기대에도 기회 제한"
9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의 한 약국에 공적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시민들이 줄을 서고 있다. 2020.03.09/뉴스1 © 뉴스1 이비슬 기자

(서울=뉴스1) 온다예 기자,이비슬 기자 =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 첫날인 9일, 다수의 시민들은 '마스크 구매가 여유로워졌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여전히 마스크 구매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A약국에 '11시~13시 사이에 공적 마스크가 입고된다'는 안내문이 붙자 오전부터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섰다. 40명이 넘는 사람들이 약국 안팎에 모여들며 장사진을 이뤘다.

마스크 5부제는 출생연도를 기준으로 지정된 요일에만 약국 등에서 공적 마스크를 살 수 있게 한 제도다. 1인당 주 2매씩 구매 가능하며, 마스크 구입을 위해서는 반드시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

새 시스템 도입으로 마스크 구입이 더 쉬워질 것이라 기대하고 약국을 찾은 시민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여전히 마스크를 구하기가 어렵다고 아쉬움을 표하는 이들이 많았다. 약국마다 입고 시간과 수량이 달라 여러차례 헛걸음을 한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정모씨(69)는 "다른 약국은 오후 2시에 온다고 하고 다른 약국은 언제 올지도 모른다고 하니, 일단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다"며 "우리 아이들이 모두 직장에 다니는데 대신 사다주지도 못하고 비효율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구매 대상자인 남편을 따라 약국을 찾았다는 오모씨(76)는 "다른 약국을 30분 동안 다 돌아다녀봤는데 하나도 없더라. 통·반장들이 마스크를 나눠줘도 될텐데 이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한지 약 한 시간이 지나자 해당 약국에 대형 200매, 중형 50매 등 총 250매의 공적 마스크가 입고됐다. 40분이 지난 후 입고된 공적 마스크는 소진됐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마스크 구매에 성공한 60대 시민은 "한 시간 동안 기다려 다리랑 허리가 아프다. 기쁜 마음보다 몸이 지친다"며 "차라리 면 마스크를 살 걸 그랬나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70대 시민은 "힘들게 사서 귀하다"며 손에 든 마스크 두 장을 꼭 쥐었다.

정부가 수급하는 공적 마스크는 의약품 유통업체 지오영 컨소시엄(지오영)과 백제를 통해 전국 약국에 순차적으로 배송된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전날 밤에 약국으로 마스크를 배송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여전히 물량이 달려 쉽지 않다"며 "2만3000여개 약국에 마스크를 배송하고 있는데 배송 상황에 따라 시간이 다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 9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대형 약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하고 있다. 마스크 5부제에 따라 출생연도 끝자리가 1·6이면 월요일, 2·7 화요일, 3·8 수요일, 4·9 목요일, 5·0은 금요일에 살 수 있으며 평일에 구매하지 못했다면 주말 중 하루를 골라 살 수 있다. 2020.3.9/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몸이 불편한 시민들은 대리구매를 할 수 없는 상황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공적 마스크 대리구매는 장애인과 만 10세 이하, 만 80세 이상 또는 장기요양급여 수급자에만 허용된다.

임산부인 송모씨(39) "임산부는 대리구매도 안 되고 더군다나 나는 얼마 전에 교통사고를 당해 후유증도 있다. 남편은 마스크를 포기하라 했는데, 인터넷에서도 마스크를 구하기 힘들어 직접 나왔다"고 말했다.

암 치료를 두 차례나 했다는 이모씨(56)는 "모두가 밖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어서 나도 함께 기다리다가 마스크를 샀다"며 "힘들었지만 우선 마스크를 손에 넣어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원하는 크기의 마스크를 구하지 못하는 사례도 있었다. 공적 마스크는 크기에 상관없이 무작위로 약국에 배포되는데, 이날 A약국에는 소형 마스크가 들어오지 않아 아이용 마스크를 찾던 30대 남성은 소형 대신에 중형 마스크를 사 들고 떠났다.

공적 마스크가 입고되는 시간이 대부분 낮 시간인 만큼 직장인들에게 공적 마스크는 여전히 '그림의 떡'이다. 직장인 강모씨(55)는 "마스크 5부제로, 이전보단 좀 더 공평하게 마스크가 분배될 것이란 기대는 있지만 여전히 직장인이 마스크를 구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일을 마치고 저녁 때라도 마스크를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직장에 다니는 한모씨(32) 역시 "직장인들은 퇴근해서 사거나 점심시간을 이용해야 하는데, 그때 약국에 마스크가 있길 바라야 한다. 운에 맡겨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마스크 5부제는 중복구매확인시스템이 구축된 약국에 먼저 적용된다. 중복 구매 확인이 불가능한 농협 하나로마트, 우체국에서는 당분간 구매수량이 1인당 1매로 제한된다.

월요일에는 출생연도 끝자리가 1·6인 출생자만이 살 수 있고 끝자리가 2·7은 화요일, 3·8은 수요일, 4·9는 목요일, 5·0은 금요일에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다. 주중에 사지 못했다면 주말에 사면 된다.

hahaha8288@news1.kr

▶ 해피펫 ▶ 터닝 포인트 2020 구매!

▶ 네이버 메인에서 [뉴스1] 구독하기!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