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콜센터 집단감염 … '거리두기' 무색

2020-03-10 11:35:28 게재

거주지 달라 타지역 번질 가능성 높아

가족감염 확인, 지역사회 확산도 우려

코로나19 확산세가 가까스로 안정세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소규모 집단감염 우려는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병·의원이나 사회복지시설을 넘어 직장 내 감염 사례가 잇따라 주의를 요한다. 특히 인구밀집도가 높은 수도권 중심으로 직장 내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10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에 위치한 에이스손해보험 콜센터에서만 최소 32명이 확진됐다. 콜센터에는 직원과 교육생 207명이 함께 일했으며, 9일까지 이 가운데 54명을 우선 검사해 나온 결과다. 아직 검사를 받지 않은 사람이 많아 앞으로 추가 확진자가 얼마나 더 나올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콜센터가 입주해 있는 코리아빌딩은 건물 전체가 폐쇄됐다. 건물 1층에는 선별진료소도 설치됐다.

코로나19 예방 위해 구내식당에 아크릴판 | 9일 전북 익산시청 구내식당의 식탁마다 투명한 아크릴판이 설치된 가운데 직원들이 점심을 먹고 있다. 익산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식탁 사이 사이에 아크릴판을 설치했다. 익산 연합뉴스


이 콜센터의 코로나19 감염 사실이 처음 밝혀진 것은 8일이다. 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56세 여성 직원이 이날 확진된 뒤 동료인 은평구 거주 51세 여성과 그 남편(57)이 9일 양성 판정을 받았다. 구로구는 직원과 교육생 207명에게 연락해 자가격리를 지시했다.

이 확진자들의 거주지가 서울 뿐 아니라 수도권 각 지역에 걸쳐 퍼져있다는 점이 문제다. 실제 확진자 32명 가운데 13명이 인천 거주자다. 인천시는 8일까지만 해도 확진자가 9명에 불과했다. 9명 중에는 서울 여의도 건설현장에서 감염된 환자 2명과 가족 1명, 서울 의류매장에서 근무하던 1명, 그리고 경기 군포 페인트업체에서 일하던 직원 1명이 각각 확진됐다. 여의도 건설현장 직원의 9살 아들을 제외하면 모두 타 지역 직장 내 감염자가 인천으로 유입된 것이다. 이 밖에 중국서 입국한 1명, 서울서 활동하던 관광해설사 1명, 그리고 신천지 대구 예배와 과천 예배에 참석했던 확진자 각 1명씩이 인천 거주 감염자의 전부다.

경기도 거주 확진자도 다수다. 현재까지 광명시 2명, 안양시 4명, 김포시 1명이 각각 확인됐다. 구로구는 아직 검사를 받지 않은 나머지 직원과 교육생 153명에 대해 10일까지 보건소 혹은 거주지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도록 할 방침이다.

이미 수도권에서는 이번 콜센터 집단감염과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경기 군포시의 한 페인트 업체는 집단감염으로 지금까지 10명이 확진됐다. 지난 4일 첫 확진자가 나온 뒤 5일 같은 회사 직원 3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의 거주지는 인천과 경기 군포 의왕 용인으로 각각 달랐다. 이후 용인 거주자의 가족 4명이 줄줄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는 가족 5명이 집단으로 감염되는 사례가 됐다. 또 의왕 거주자 역시 가족 5명 중 자녀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역시 일가족 3명이 감염된 사례가 됐다.

서울 성동구의 한 주상복합아파트 관리사무소 감염사례도 마찬가지다. 입주민 2명이 확진됐고 관리사무소 소장과 직원 3명, 그들의 가족·지인 7명까지 모두 13명이 감염됐다. 감염경로는 불분명하지만 특히 거주지가 제각각이어서 지역사회 확산 우려를 낳고 있다.

서울 여의도 한 건설현장에서 4명이 집단으로 감염되는 일이 있었다. 이후 감염자 중 한 명의 가족이 추가로 확진됐다.

이번 콜센터 집단감염이 추가 확산으로 이어질지 여부는 이 회사 직원들이 자가격리 등 보건당국이 정한 대응수칙을 잘 따랐느냐 하는 점이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확진자 가족 이외에는 다수의 밀접접촉자가 나오지 않고 있지만 마음을 놓을 수는 없는 단계다.

보건당국도 이 점에 초점을 맞춰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철저한 역학조사를 통해 지역사회로의 급속한 확산을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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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일 이제형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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