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지' 강조한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100주년 기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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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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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상훈 조선일보 100주년 기념사, ‘조선’이라는 제호‧한글 신문‧3‧1운동 인터뷰‧박열 선생 보도 등 ‘민족지’ 사례 열거

[미디어오늘 정민경 기자]

조선일보가 지난 5일 100주년을 맞은 가운데, 100주년 대규모 행사는 코로나19 여파로 취소하고 사내에서 참석자를 최소화한 가운데 기념식을 열었다. 이 기념식에서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은 100주년 기념사를 발표했다. 방 사장은 조선일보가 민족지임을 강조하고 권력과 결탁하지 않았다며 여러 사례를 열거했다. 조선일보 100주년을 맞아 시민사회에서 '친일‧친독재' 등 비판이 일어난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은 100년 기념사 첫마디부터 조선일보가 민족지라는 것을 강조했다. 방 사장은 "100년 전 오늘, 선배들은 일제 강점기의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조선일보 창간이라는 작은 등불을 켰다"며 "빼앗긴 나라 이름 '조선'을 제호로, 우리 민족의 언어인 '한글'로 쓴 신문"이라고 기념사를 시작했다.

이어 "100년이 지난 오늘,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 발전과 엄청난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사회 곳곳에서 갈등과 균열을 겪고 있다. 조선일보는 사회 갈등을 슬기롭게 조정하고 국민 모두가 더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작은 등대가 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방 사장은 "3·1 운동의 기운을 받아 태어난 조선일보는 창간 첫해인 1920년 3·1 운동으로 투옥된 민족대표들의 옥중 인터뷰와 법정 진술을 보도하며 민족의 독립 의지를 불태웠다"며 "히로히토 왕세자 암살을 계획했던 박열 선생의 법정 투쟁도 무려 70여 차례에 걸쳐 알렸다"고 전했다.

이어 "사형선고를 받은 박열 선생이 만세를 불렀다는 이야기는 조선일보의 기사로만 유일하게 남아 있다"며 "기사 압수와 정간을 수없이 당하면서도 '할 말은 하는 신문'이라는 전통이 이때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3월7일 조선일보 사보에 공개된 조선일보 100주년 기념식 현장. 사진출처=조선일보 사보. 
방 사장은 조선일보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조선일보는 권력에 야합하거나 권력에 굴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방 사장은 "조선일보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조선일보는 권력에 야합해 이익을 꾀하지 않았다"며 "정치권력은 물론, 재벌과 이익집단 등 어떠한 권력에도 굴하지 않고 정론직필의 정신을 지켜왔다"고 했다.

그 사례로 방 사장은 "1964년 박정희 정부가 언론 통제를 위해 통과시킨 언론윤리위원회법을 끝까지 반대했고, 1973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납치 사건을 상세히 보도해 서슬이 시퍼런 유신 체제에 정면으로 이의를 제기했다"고 전했다.

방 사장은 통일과 관련된 내용도 언급했다. 그는 "저는 95주년 창간 기념사에서 통일을 말했다. 100주년은 통일 대한민국에서 맞이할 수 있기를 염원했다. 통일과 나눔 재단을 출범시키고 무려 170만 명이 참가한 모금 캠페인을 벌이며 국민의 공감대를 이끌어 냈지만 안타깝게도 통일은 여전히 우리의 숙제로 남아 있다"며 "조선일보는 앞으로도 우리 민족이 세계 평화와 번영을 주도할 수 있는 통일을 위해 언론으로서 사명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한 탈북민들을 돕고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도 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가 워싱턴포스트 AI 콘텐츠 관리시스템인 아크(ARC)를 도입하는 것과 관련해 방 사장은 "우리가 새로운 디지털 비전을 여는 원년이 될 것"이라며 "아크는 조선일보가 이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헤쳐나가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 사장은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도 절대 변하지 않아야 할 게 있다"며 "지난 100년이 그랬듯, 앞으로 100년에도 사실보도라는 저널리즘의 본질을 한순간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권력을 비판하고 사실을 보도하는 것은 언론의 존재 이유"라며 "나치의 선동가 괴벨스의 궤변처럼 언론은 '정부의 손안에 있는 피아노'가 되어서는 안 된다. 치우치지 않는 정론직필의 기자 정신과 지성을 갖춘 언론은 대중에 영합하는 포퓰리즘에 대항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핵심 가치를 지켜내는 유일한 보루"라고 밝혔다.

방 사장은 "신뢰할 수 없는 가짜뉴스가 범람하는 요즘이야말로 진실보도의 가치는 더욱 빛날 것"이라며 "소셜 미디어의 편리함이 진실보도의 숭고함을 결코 가릴 수는 없다. 앞으로도 '조선일보에 났으니 불편해도 사실일 것'이라는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방 사장은 "기자는 정년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기자정신과 전문성을 갖춘 기자들은 60세, 70세가 넘어도 현장을 누비며 좋은 기사와 칼럼을 쓸 수 있다. 더 다양해진 플랫폼은 기자들이 정년 없이 더 적극적이고 창의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이며 회사에서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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