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진, 타사 영상 허락 없이 쓰고도 '나 몰라라'… '인터뷰 조작' PD, 감봉 후 부장 영전
  • ▲ 지난달 11일 방영된 MBC 'PD수첩 - 2020 집값에 대하여 3부' 편. ⓒMBC 'PD수첩' 유튜브 캡처
    ▲ 지난달 11일 방영된 MBC 'PD수첩 - 2020 집값에 대하여 3부' 편. ⓒMBC 'PD수첩' 유튜브 캡처
    조작 및 저작권 침해 논란에 연달아 휘말린 MBC 'PD수첩'이 안하무인식 대응으로 일관해 안팎으로 비난을 사고 있다.

    MBC노동조합에 따르면, MBC는 지난 6일 PD수첩의 김모 차장을 시사교양3부장으로 승진발령했다. 승진한 김 PD는 지난 2월 11일 방영한 PD수첩 '2020 집값에 대하여 3부 : 커지는 풍선효과, 불안한 사람들' 편에서 아파트를 매입한 기혼여성 A씨를 '무주택자'인 것처럼 보도해 논란을 빚은 장본인이다.

    책임 묻는다면서 부장으로 승진발령


    조작 사실이 드러나자 제작진은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사과문을 냈고, MBC는 열흘 뒤 인사위원회를 열어 김 PD에게 '감봉 1개월'을, 박모 CP와 이모 시사교양본부장에게는 각각 '주의' 조치를 내렸다.

    이 같은 징계 수위를 두고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비판했던 MBC노조는 지난 주말 김 PD가 부장으로 전격 승진하자 "국민을 주인으로 생각하지 않는 안하무인격 인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0일 노조 관계자는 "당시 제작진은 '취재 중 A씨가 아파트 매수계약을 하고 계약금을 지불했다는 점을 인지했으나, 계약 사실을 언급하지 말아달라는 A씨의 요청 때문에 이를 밝히지 않았다'며 A씨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PD에게 책임을 묻겠다'던 경영진은 감봉 1개월의 가벼운 징계를 내린 뒤 보름 만에 조작사건 책임자를 부장으로 영전시키는 꼼수를 부렸다"며 "인터뷰 조작이 실수가 아닌 고의였는데도 경영진이 '제 식구 감싸기'에 나선 것"이라고 개탄했다.

    이 관계자는 "징계 중 근신보다 무거운 게 감봉이고, 감봉 1개월이면 최소한 1개월은 보수 삭감을 감내하며 근신하라는 뜻이 아니겠냐"며 "'시청자 여러분께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던 회사가 그 사건 책임자를 보름 만에 영전시킨 것은 국민에 대한 우롱이자 국민을 쇠방망이로 내려치는 인사가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KBS 이사 등을 지낸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이번처럼 방송사고를 낸 종사자가 징계받고 도리어 승진하는 일은 과거에도 종종 있어왔던 일"이라며 "나중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제재받게 되더라도 방송사로서는 노이즈마케팅 효과를 봤으니 손해볼 게 없다는 논리로 해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황 교수는 "게다가 해당 방송은 조작 논란에 휘말렸어도 정부가 집값을 잡아야 한다는 명분과 근거를 제공하는 역할을 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는 좋은 평가를 받았을 것"이라며 "따라서 정치적으로 충성스러운 역할을 해준 PD에게 더 좋은 자리로 보상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 지난달 18일 방영된 MBC 'PD수첩 - 신의 직장과 7인의 죽음' 편. ⓒMBC 'PD수첩' 유튜브 캡처
    ▲ 지난달 18일 방영된 MBC 'PD수첩 - 신의 직장과 7인의 죽음' 편. ⓒMBC 'PD수첩' 유튜브 캡처
    영상 무단 사용하고도 "문제 없는데?" 통배짱

    PD수첩을 둘러싼 잡음은 2월 18일 방영된 '신의 직장과 7인의 죽음' 편에서도 불거졌다.

    이날 방송에서 한국마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짚은 PD수첩은 김낙순 한국마사회장의 취임식 장면과 경마 경주 영상, 조교사 김모 씨 관련 특집방송 등 KRJ방송의 영상 콘텐츠를 사전동의 없이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KRJ방송 측에 따르면, PD수첩은 조교사 김씨의 인터뷰 내용과 경마대회 시상식 장면 등 KRJ방송의 특집 프로그램 영상 콘텐츠를 그대로 썼고, 경기 중 기수가 낙마하는 장면을 내보낸 뒤 김낙순 회장이 노동의 가치와 권위, 노사 소통을 언급한 단독영상을 사용했다. 특히 취임식에 참석한 말산업 종사자들의 초상까지 그대로 노출했다. 

    KRJ방송 관계자는 "PD수첩 측으로부터 사전에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해 이 같은 사실을 방송 이후에야 알게 됐다"면서 "저작권 위반도 문제지만, 영상 원본인 KRJ방송을 보면 PD수첩에서 다룬 조교사의 신원 확인이 가능해 개인 신상 유출 위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MBC 측에 본사 콘텐츠 무단도용 건에 대해 공식적인 해명과 더불어 사과방송을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보내자, PD수첩은 해당 영상을 유튜브 계정에 재업로드하며 영상 콘텐츠를 무단 도용한 짜깁기 부분은 그대로 둔 채 기수 복색을 구분할 수 있는 경주 영상(6분 10~22초)만 흐릿하게 처리하고 '본 영상은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를 자막으로 넣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PD수첩은 타 매체 인터뷰를 통해 지난해 12월부터 기획을 준비했다고 밝혔으나 영상을 도용한 곳곳에서 기술적으로 미숙한 점들이 엿보인다"며 "모든 구간에서 출처를 명시해야 함에도 도입부분 등 일부만 출처를 밝혔고, 얼굴 모자이크와 자막 처리를 했지만 KRJ방송으로 출처를 적시하면서 우회적으로 특정인의 실명과 초상이 공개되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달 20일과 지난 5일 두 차례 내용증명을 보냈음에도 MBC로부터 아무런 회신도 받지 못한 상태"라며 "공식 해명과 사과가 없을 시 민·형사상 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MBC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해당 영상의 출처를 다 밝혔고, 시사 보도를 위해 이용한 것이라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본다"며 저작권법 위반이 아니라는 견해를 고수했다.

    저작권법 관련 전문변호사는 "저작권법 26조에 따르면 방송·신문 등으로 시사 보도를 하는 경우 정당한 범위 안에서 복제·배포·공중송신할 수 있다고 돼 있으나, 저작물이 사용된 비중이나 방법에 따라 위반 여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저작권자에게 사전동의나 이용 허락을 받은 후 콘텐츠를 제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