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전한 시장 분위기다. 국내 증시가 장중 등락 폭만 130포인트에 달하는 아찔한 장세를 연출했다. 코스피 지수는 한때 8% 이상 폭락하며 1700선이 무너졌다. 코스피가 장중 1700선을 내준 건 유럽 재정위기 때인 2011년 10월 5일(장중 1659.31) 이후 8년5개월 만이다. 코스닥 지수는 한때 13% 이상 폭락했다. 이날 코스피·코스닥 시장은 일시적으로 거래가 중단됐는데, 같은 날 한꺼번에 거래가 멈춘 건 증시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외환·채권 시장도 크게 출렁였다.
코스닥 지수도 487.07까지 날개 없는 추락을 했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 모두 '서킷브레이커'(20분 자동 거래 중단) 와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효력 정지)를 발동했다. 코스피 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나온 건 미국 9·11 테러 직후인 2001년 9월 12일 이후 18년 6개월 만이다.
하지만 오후 1시 이후 국민연금을 포함한 연기금이 '구원투수'로 등장, 주식을 5000억원 넘게 사들이며 공포 분위기가 진정되기 시작했다. 그 덕에 1809.31까지 낙폭을 줄였으나, 외국인 매도세에 결국 코스피는 전날보다 62.89포인트(3.43%) 내린 1771.44로 장을 마쳤다. 2012년 7월 25일(1769.31) 이후 7년 7개월 만에 가장 낮다. 외국인이 1조2300억원어치 순매도했고, 개인과 기관은 각각 4400억원, 6600억원 순매수했다. 코스닥 지수는 낙폭이 더 컸다. 전날보다 7.01% 하락한 524로 마감했다.
전망도 밝지 않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당초 국지적이고 일시적인 충격으로 제한될 것으로 봤던 코로나19발 충격파는 이제 과거 글로벌 시스템 리스크 당시에 견줄 수준까지 확대됐다"며 "백약이 무효한 상황에서 상정할 수 있는 최악의 경우 코스피는 1600선까지 밀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원화값은 급락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 가치는 전날보다 12.8원 하락(환율은 상승)한 달러당 1219.3원으로 마감했다. 장중 달러당 1226.0원으로 밀리자 한국은행이 "임시 금융통화위원회 개최 필요성에 대해 금통위원 간에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히면서 낙폭을 줄였다.
채권 금리는 일제히 급등(채권값 급락)했다. 시장금리의 지표가 되는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0.087%포인트 오른 연 1.149%에 거래를 마쳤다.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채권은 통상 주가지수가 하락할 때 가치가 오르지만, 금융시장 전체가 패닉에 빠지면 가치가 하락한다. 김태현 NH선물 연구원은 "위험자산이나 안전자산에 구분 없이 투자심리가 위축된 모습이 관측됐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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