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친구가…다섯남자에 요동치는 통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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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3.14. 오전 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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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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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the300]]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위원장직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3.13. kkssmm99@newsis.com

미래통합당의 운명을 놓고 다섯 남자가 엇갈린다. 대부분 공천 작업이 마무리됐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총선을 불과 한 달 남겨놓고 통합당이 격랑에 빠져들 수도 있다.

황교안 당 대표와 김형오 전 공천관리위원장, 선거대책위원장으로 거론되는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한선교 미래한국당 대표, 그리고 홍준표 전 대표가 주인공이다.

이들은 신뢰와 협력관계, 최측근, 경쟁자 등으로 얽혀왔지만 총선을 코앞에 두고 갈등과 긴장관계로 급변했다.

김형오 전 위원장이 13일 전격 사퇴를 선언하면서 팽팽한 긴장감은 정점을 찍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모든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직한다"고 밝혔다.

직접적 계기는 전날 서울 강남구병에 전략 공천한 1986년생 여성 IT(정보기술) 기업가 김미균 시지온 대표를 이날 '철회'하게 된 것이다. 친문(친문재인) 행적 논란이 불거지면서다.

표면적 이유와 별개로 당 안팎에서 비난이 거세지자 공관위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나름의 승부수를 던졌다.

'김형오 공관위'는 좋은 평가가 우세했으나 최근 흔들렸다. 대대적 인물 교체로 신선한 충격을 줬지만 새로운 인물이 시원찮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아무리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 없다"고 해도 탈락자 등을 중심으로 '사(私)천' 논란이 이어졌다. 전직 의원 등 '올드보이'의 귀환이 상당한 점도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황교안→김형오, '전권위임' 받았지만…김종인 변수


황 대표는 올 1월 김 전 위원장을 공관위원장으로 세우면서 힘을 실어줬다. 김 위원장의 취임 첫 일성은 "전권을 위임받았다"였다.

실제 황 대표는 영향력을 거의 행사하지 못했다. 공천 칼날이 친박(친박근혜), 비박(비박근혜), 친황(친황교안) 등을 가리지 않고 휩쓸면서 당내 불만이 커져도 마땅히 손쓸 방법도 없었고 그렇게 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황 대표는 전날 이례적으로 공관위에 6곳의 재심의를 요구하면서 움직였다.

김 전 위원장은 공관위 당초 결정을 뒤엎고 황 대표의 측근인 민경욱 의원(인천 연수구을)을 경선에 부쳐주면서 황 대표의 권위를 살려줬다.

하지만 '김종인 변수'가 관건이었다. 황 대표는 김 전 대표를 영입하는데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표는 여야를 넘나들며 선거를 승리로 이끌어온 검증된 최고의 책사다.

직전 총선에서 민주당에 승리를 안겨준 장본인인 만큼 '정권 심판론'을 극대화할 수 있는 카드이기도 하다.

그런 김 전 대표가 언론 인터뷰 등에서 '김형오 공천'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 전 위원장의 최대 작품으로 꼽히는 '태영호 강남 전략공천'에는 "국가적 망신"이라는 표현도 썼다.

김 전 대표를 잘 아는 한 정치권 인사는 "선거를 고작 한 달 앞둔 상황에서 자신이 지휘하기에는 공천된 선수가 부실하다고 판단한 것, 즉 이기는 공천이 안 됐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해 6월7일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남당(南棠) 정석모 의원 10주기 추모식'에서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인사를 하고 있다. 2019.6.7/뉴스1




공관위 해산? 황교안의 선택은 '김형오 공관위' 신임…이석연 대행 체제로


김 전 위원장이 사퇴하면서 공은 황 대표에게 넘어왔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모든 화살은 나한테 쏘아라. 내가 화살받이가 되겠다는 것"이라며 "(공관위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개혁과 쇄신의 첫 마음을 끝까지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석연 부위원장을 위원장 대행으로 정하고 떠났다. 공관위원들은 더이상 공관위의 독립성이 흔들리면 전원 사퇴로 맞서겠다는 입장이다.

위원장을 비롯한 공관위원 임명권은 황 대표가 쥐고 있다. 일각에서는 황 대표가 공관위를 해산하고 선대위 체제로 전환할 것이란 예상도 나왔다. 경선지역을 제외하고 공천이 대부분 끝난 만큼 일부 조정 등 남은 문제는 선대위에서 맡아 처리한다는 구상이다.

이 경우 기존 공천 심사 결과가 뒤집힐 수 있어 상당한 후폭풍이 불가피하다. 총선을 불과 한달 남겨두고 통합당이 격랑 속에 빠져들 수도 있었다.

그러나 황 대표와 최고위원회는 김 전 위원장의 결정에 힘을 실었다. 통합당 최고위원회는 이날 밤 입장문을 내고 "김형오 위원장을 이어 이석연 공관위 부위원장께서 공관위를 잘 이끌어주시고, 여러 의견과 다양한 목소리를 골고루 수렴해 혁신과 통합 공천의 임무를 완수해주실 것을 당부 드린다"고 밝혔다.

일부 우려가 있지만 '김형오 공관위'로 끝까지 선거를 치르겠다는 판단이다. 최고위원회는 "김형오 위원장과 공관위원들의 힘겨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역의 공천 결정을 둘러싼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며 "오직 ‘승리’라는 목표 아래 더 합리적이고 타당한 공천이 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숙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른 당' 한선교, '무소속 대구 출마' 홍준표, 그들의 마이웨이


또 하나의 변수는 한선교 미래한국당 대표다. 미래한국당은 통합당의 비례의석 확보용 자매정당으로 설계됐지만 독립적인 공천절차를 진행 중이다. 무늬만 독립정당이 아니라 진짜 '독립정당'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포착되고 있다.

한 대표는 황 대표와 갈등설 보도에 "오보"라며 "갈등은 전혀 없다"고 밝히지만 미래한국당이 통합당의 뜻대로 비례대표 공천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통합당 핵심 관계자는 "한선교 대표가 만만한 사람이 아니다"며 "실제 비례대표 공천에 황 대표 등이 영향을 주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황 대표의 성균관대 동문으로 황교안 체제의 출범 직후 당 사무총장을 맡는 등 최측근으로 분류돼왔다.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한선교 미래한국당 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미래한국당 당사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통합 논의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0.3.11/뉴스1

잠시 당을 떠나 '마이웨이'를 걷겠다고 선언한 홍준표 전 대표는 대구에서 절치부심한다. 자신을 컷오프(공천배제)한 이번 공천을 '막천'(막가는 공천)으로 규정한 홍 전 대표는 대구에서 살아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무소속으로 나서는 탓에 오히려 정치적 부담은 덜하다.

통합당이 이번 선거에서 이기지 못하거나 전략적 요충지에서 패배한다면 홍 전 대표에게 상대적으로 힘이 실릴 수도 있다.

홍 전 대표는 이날 김 전 위원장의 사퇴 소식에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며 "비대위에 모든 권한을 일임하고 황 대표는 종로 선거에나 전념하라"고 밝혔다.

(양산=뉴스1) 여주연 기자 =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12일 오후 경남 양산시 선거사무소에서 무소속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날 홍 전 대표는 양산을 지역구 출마를 포기하고 대구 출마 의사를 밝혔다. 2020.3.12/뉴스1


박종진 기자 fre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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