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 피한 통합당…각 지역구 극심한 혼란에 무리수 자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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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연 대행 체제 '연착륙'으로 갈등 봉합 수순
'김미균 사태'로 공관위 주의 환기…해촉 불요
공천 전면 재검토는 황교안의 부담이 너무 커
이석연 미래통합당 공천관리부위원장이 지난 6일 오후 국회에서 TK(대구·경북) 공천 명단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김형오 위원장의 서류를 넘겨다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 위원장은 13일 오전 전격 사퇴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총선을 31일 남겨둔 미래통합당이 공천 내홍으로 인한 파국을 가까스로 피해갔다. 통합당 최고위원회는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의 사퇴로 공백이 발생한 공관위를 이석연 부위원장의 대행 체제로 수습하기로 했다. 정치적 무리수를 피해 최근의 공천 내홍을 조기에 봉합하는 수순을 밟는 것으로 평가된다.

김형오 위원장이 전격 사퇴한 13일, 통합당은 하루종일 극도로 어수선했다. 황교안 대표 측이 공관위원 전원을 해촉하는 강수를 고려하고 있다는 설에 이어, 당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가 공관위원에 추가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돌면서 파국이 우려됐다.

한 통합당 중진의원은 지난 2016년 총선 때의 '공천 파국'을 떠올리며 "4년 전의 악몽이 떠오른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황교안 대표를 비롯한 통합당 최고위원들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 모처에서 모여 긴급간담회를 가진 결과, 이석연 부위원장의 위원장 대행체제로 잔여 공천을 마무리짓기로 의견을 모았다. '연착륙' 수순에 돌입한 것이다. 이에 따라 통합당은 내주에는 선거대책위원회를 출범하고 본격 '총선 체제'에 돌입할 것으로 기대된다.

통합당 지도부가 무리수를 자제해 파국을 피하게 된 배경으로는 △이번 사태로 공관위에도 충분한 주의가 환기됐다고 판단했다는 점 △공관위 재구성은 황교안 대표의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는 점과 함께 △각 지역구별로 혼란이 가중되고 분열이 일어나 총선 패배를 자초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는 분석이다.

김미균 시지온 대표의 서울 강남병 공천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공천 실패 사례로 드러났다. 김형오 위원장은 애초 김 대표의 공천에 회의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럼에도 공천이 이뤄졌다. 결국 김 위원장이 결과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이를 계기로 공관위원들도 잔여 공천에는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관측이다. 이석연 부위원장의 대행 승계를 인정해 현 공관위로 공천을 마무리지어도 더 이상 논란을 일으킬만한 무리한 공천은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섰다는 분석이다.

최고위가 이날 입장문에서 "김형오 위원장을 이어 이석연 공관위 부위원장께서 공관위를 잘 이끌어달라"고 하면서도 "여러 의견과 다양한 목소리를 골고루 수렴해 혁신과 통합 공천의 임무를 완수해달라"고 당부한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공관위원 전원 해촉과 함께 공관위 재구성을 하기에는 총선까지 남은 물리적 시간이 너무나 부족하고, 황교안 대표가 전면에 나서게 돼 정치적 부담이 지나치게 크다는 점이 고려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공관위원을 전원 해촉하고 공관위를 재구성하면 공천의 전면적 재검토가 불가피하게 된다. 이미 상당수 이뤄진 공천을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황교안 대표의 '사람'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되살아나기라도 한다면, 아무리 그것이 공정한 재검토의 결과라도 해도 '황천(黃薦·황교안 대표의 공천)' 시비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황 대표마저 흙탕물로 빠져들게 된다는 '리스크'가 고려됐을 것이라는 평가다.

무엇보다도 지도부와 공관위 사이에 충돌이 발생한 뒤, 각 지역구마다 극심한 혼란이 일어나고 있어 이를 조기에 봉합할 필요성이 컸다는 분석이다.

공관위가 재구성되고 기존 공천이 재검토될 수 있다는 설이 돌자, 공천에서 떨어진 뒤 체념하고 있던 인사들까지도 전부 일말의 희망을 품고 일제히 재심 청구를 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이미 공천에서 떨어진 인사들의 '투서'와 공천 확정 후보를 향한 '내부총질' 등 정치 행위의 동력을 제공했다는 비판은 이 때문에 나왔다.

공천이란 여러 예비후보 중 단 한 명에게만 본선행을 허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여러 명의 잠재적 불만 세력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공천을 받은 후보가 이를 끊임없이 설득하는 과정을 통해 단념하게 해서 지지 선언을 이끌어내고 지지자를 통합시키는 것이 선거 승리의 첫걸음인데, '기존 공천이 엎어질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이를 가로막게 됐다는 것이다.

이미 최고위의 재의 요구와 공관위의 거부 등이 오가면서 공천된 후보에게 흠집이 나서, 이길 수 있었던 지역구의 패배를 자초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공관위원 전원 해촉과 공관위 재구성은 이같은 상황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라, 결국 이석연 대행 체제로 '연착륙'을 모색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통합당 최고위는 "최근 공천 관련 논란은 오히려 더 강력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최종 점검의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며 "미래통합당은 정권 심판, 국민 승리의 날을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가겠다"고 다짐했다.

데일리안 정도원 송오미 최현욱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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