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전 국회의장 / 사진=연합뉴스
김형오 전 국회의장 / 사진=연합뉴스
“술탄은 21세의 젊은 리더였지만 배를 산으로 끌고 가는 등 역발상과 뛰어난 리더십을 보였습니다. 반면 황제는 죽는 순간까지 진정성 있는 자세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성벽을 수의로 장렬히 산화했습니다.”

김형호 전 국회의장은 22일 서울 충무로 안민정책포럼에서 열린 조찬세미나에서 ‘어떻게 살고 어떤 모습으로 죽을 것인가’란 주제로 한 강연에서 “술탄처럼 살다가 황제처럼 죽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전 의장은 강연에서 저서인 ‘술탄과 황제’, ‘백범 묻다, 김구 답하다’를 중심으로 오스만 제국 술탄 메흐메드 2세, 비잔티움 제국의 마지막 황제 콘스탄티누스 11세, 백범 김구의 리더십을 조명하고 현시대에 필요한 지도자의 길을 제시했다.

그는 술탄을 르네상스형 인간이자 ‘달리는 리더십’을 보유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격전이 치러지는 바다로 직접 말을 몰고 뛰어들거나 뚫을 수 없는 비잔티움 제국 항구의 쇠사슬을 피해 산으로 배를 끌고 가는 등 발상의 대전환을 보여줬다는 점에서다. 김 전 의장은 “그때 당시 술탄의 나이가 불과 21살”이라며 “21살짜리가 비잔티움의 철벽 수비를 뚫기 위해 산으로 배를 끌고 가는 역발상의 극치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반면 콘스탄티누스 11세의 리더십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눈물의 리더십’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황제는 죽을 당시에 처자식도 아무것도 없었고, 용병에게 줄 돈도 없었던 사람이었다”며 “그는 마음을 보여주는 것밖에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그래서 스스로 몸을 던져 산화했다”고 역설했다. 황제는 성벽이 오스만 제국군에 의해 함락되자 끝까지 자신을 따르던 근위대와 함께 무너지는 성벽을 수의 삼아 돌격하여 싸우다가 전사했다고 전해진다.

김 전 의장은 강연에서 백범 김구 선생을 비롯한 독립투사들의 리더십을 조명하기도 했다. 그는 “김구 선생은 자신이 보통사람(백범·白凡)이라고 했지만, 결코 보통사람이 아니다”라며 “고문을 당하면서도 ‘고문하는 사람이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나라를 되찾고자 하는 나는 무얼하고 있는가’하는 생각을 하는 비범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김구 선생의 사상과 리더십으로는 평등, 화해와 통합의 포용력, 솔선수범, 초지일관 등을 꼽았다. 그는 “이 나라는 거저 생긴 나라가 아니다”라며 “여러분 가진 큰 뜻이 앞으로 100년에 이바지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