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수의 『겨울의 사회학』에 수록된 시들은 도시 삶의 인간 파괴적인 현상들을 시의 질료로 한다. 한편 이미지스트로서의 언어운용에 상당한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의 시들은 현실과 몽상의 접점에서 발화한다. 그래서 그의 시는 현실적이면서 비현실적이다. 또한 그의 시의 언어는 상당한 역동성을 지닌다. 시공을 초월한 이질적인 언어들의 결합은 환상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현상들을 현상으로만 한정시키지 않는 역동성이 있다. 분명 그의 시가 현대의 삶이 안고 있는 모순을 담고 있는데, 딱 부러지게 현실비판에 무게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는 비판적 판단을 되도록이면 지우려 한다. 오히려 현실 초월적인 의지의 힘이 더 강하다. 이런 의지의 힘 때문에 현상은 비실재적인 세계로 비약한다.
그의 시는 각박한 현실로부터 해방되어 순수한 상상의 공간을 창조하게 되는데, 자연현상에서 미적 전율을 경험하기도 하고. 우주를 관통하는 시적 상상력을 통하여 매임이 없는 정신에 이르기도 한다. 앞으로 김검수 시의 새로운 지평은 이 지점에서 개화하게 될 것이란 예감이 든다.
-최휘웅 /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