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더민주, ‘김종인 2번’ 취소하고 비례 공천 다시 해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셀프 공천’을 했다. 4·13 총선 비례대표 후보 2번에 자신을 배정한 것이다. 당선이 확정되면 비례대표로만 5번째 금배지를 달게 된다. 비례 2번은 남성 후보 중 최상위 순번이다. 상당수 현역 의원을 ‘정무적 판단’으로 공천에서 배제한 장본인이 안전한 경로로 국회에 입성하겠다는 것이다. 상식과 염치를 저버린 행태가 아닐 수 없다. 김 대표는 이런 공천으로 국민에게 표를 달라고 할 셈인가.

더민주 당헌은 “당 대표는 당선 안정권의 100분의 20 이내에서, 선거 전략상 특별히 고려가 필요한 후보자를 선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 조항에 따라 상위 1~10번 중 3명을 지명하며 자신을 2번에 배치했다. 당 대표가 비례 후보가 되는 것 자체를 나무랄 일은 아니다. 하지만 대표가 비례 후보에 포함될 경우 지지층 결집을 독려하기 위해 당선 가능권 후순위에 배치하는 게 관행이다. 대놓고 ‘당선 0순위’에 배정하는 경우는 드물다. 김 대표는 그럼에도 “(내가 2번에 배정된 게)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했다고 한다. 민심과 유리된 인식이 안타깝다.

더민주 비례 공천의 문제점은 김 대표의 ‘셀프 공천’뿐이 아니다. 상위 순번의 면면을 보면 원칙도, 기준도, 메시지도 없다. 외려 도덕성에 문제가 있거나 당 정체성과 어긋나는 경우가 많다. 1번으로 선정된 박경미 홍익대 교수는 제자 논문 표절 의혹에 휘말린 전력이 있다. 역시 상위 순번에 든 박종헌 전 공군참모총장은 2012년 대선 때 ‘해·공 국방안보포럼’에 참여했는데, 이 단체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안보공약을 “종북좌파적”이라고 비판했다. 상위권의 다른 후보들도 교수·의사·변호사 등으로, 사회적 약자·소수자를 대표하는 인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당헌상 우선순위에 배치토록 돼있는 청년 후보에 대한 배려도 없었다. 19대 총선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은 비례 1번에 고 전태일 열사 동생 전순옥씨, 2번에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대표 출신 최동익씨를 선정했다. 청년 후보 김광진·장하나씨도 각 10·13번에 배치했다. 이들 4인은 모두 당선됐다.

공천관리위원들은 절차적 하자도 지적하고 있다. 한 위원은 “명단이 (공천관리위에서 올린 것과) 많이 바뀌었더라”고 전했다. 그는 김 대표가 공천된다는 사실도 몰랐다고 한다. 이 같은 발언이 사실이라면, 더민주 비대위는 새누리당 친박계의 ‘비박계 공천 학살’을 비판할 자격이 없다. ‘보이지 않는 손’이 공천판을 뒤흔드는 것은 마찬가지 아닌가.

더민주는 어제 중앙위원회에서 비례 후보 순위를 확정할 예정이었으나, 중앙위원들의 반발로 순위 투표가 무산됐다. 무리한 공천에 중앙위가 제동을 건 셈이다. 비대위는 이제라도 비례 후보 명단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일부 인사를 제외하거나 순위를 조정하는 식의 ‘땜질 처방’으로는 안된다. 김 대표가 셀프 공천을 철회해야 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 지금과 같은 비례 공천은 총선 참패로 가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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