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WHO 팬데믹 선언 횟수 왜 엇갈리나

입력
수정2020.03.17. 오후 4:20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국내 언론들 세번째 두번째 엇갈려…WHO "딱 한 번"
WHO의 이런 팬데믹 선언이 역사상 몇 번째였는지는 보도가 엇갈렸다. 네이버 뉴스 캡쳐
이달 12일 세계보건기구(WHO)가 공식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코로나19)에 대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을 했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WHO가 미국 다음으로 세계에서 많은 분담금을 내는 중국의 눈치를 보며 줄곧 팬데믹 선언을 주저해오다가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자 뒤늦게 팬데믹을 선언했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WHO의 이런 팬데믹 선언이 역사상 몇 번째였는지는 보도마다 엇갈렸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KBS, 동아일보, 한국경제, 매일경제, EBS 등은 WHO의 팬데믹 선언이 1968년 홍콩독감과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에 이어 역사상 세 번째라고 보도했다. 경향신문과 국민일보는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A(H1N1)에 이은 두번째라고 보도했다. 세금이 투입되고 있는 통신사인 연합뉴스는 보도마다 차이가 존재했다. 워싱턴포스트와 ABC뉴스 등 일부 외신들도 WHO가 팬데믹을 선언했다고 전했다. 어떤 기사는 2번, 또 다른 기사는 3번이라고 보도했다.

WHO에 직접 물어본 결과 WHO가 지금까지 팬데믹을 선언한 건 딱 한 번이다. 타릭 자세레빅 WHO 대변인은 16일 이메일 답신을 통해 “WHO에 ‘공식 팬데믹 선언’이라는 절차는 없다”면서 “해당 절차는 2017년까지 사용되다 현재는 폐기돼 더 이상 사용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19에 대한 WHO의 공식 선언은 지난 1월 30일 이뤄진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 발표만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자세레빅 대변인에 따르면 WHO는 1999년 처음 팬데믹 선언 절차를 만들었다. 전염병 경보단계를 1~6단계로 나눠 심각성을 평가했다. 그 중 6단계가 바로 전 세계 유행병이 된 시기를 뜻하는 팬데믹이다. 이후 에볼라바이러스 위기를 겪으면서 전염병 국제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2005년 국제보건규정(IHR)을 마련하며 팬데믹 선언 절차를 한번 개정했다.

WHO는 그뒤로 2009년 당시 전 세계 74개국 3만명의 환자를 발생시킨 신종 인플루엔자A(H1N1)에 대해 첫 팬데믹 선언을 했다. 자세레빅 대변인은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A 사태 때 첫 팬데믹 공식 선언을 했다”며 “코로나19 사태를 포함해 WHO가 그뒤로 공식적으로 팬데믹 선언을 한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지난 12일 WHO가 언급한 ‘팬데믹’은 어떤 의미였던 걸까. 자세레빅 대변인은 “현재 전 세계에 코로나19가 유행하고 있다는 상황적 특성이 팬데믹에 가깝다고 말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WHO가 공식 팬데믹 선언을 한 것이 아니라 현재의 상황이 팬데믹의 사전적 의미와 매우 가깝다는 표현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WHO는 현재 1999년 도입된 팬데믹 선언 절차를 운용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WHO가 팬데믹을 공식 선언한 질병은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A(H1N1) 뿐이며, 이번 코로나19사태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WHO가 팬데믹을 공식 선언했다는 보도가 잇따르자 일각에서는 선언에 따른 차이가 무엇이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에 따른 여행 자제 등 각국에 대한 WHO의 권고 사항 외에 추가적인 조치가 없던 것도 이런 뒷배경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팬데믹 선언이라는 제도 자체가 없는데 그에 따른 권고를 내리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WHO는 앞서 이달 11일 "팬데믹은 가볍게 또는 부주의하게 사용하는 단어가 아니다"며 "잘못 사용하면 불합리한 두려움을 주거나 싸움이 이제 끝났다는 잘못된 판단으로 이어져 불필요한 고통과 죽음을 초래할 수 있는 단어"라고 밝혔다.

동아사이언스도 일부 보도에서 코로나19로 WHO가 팬데믹을 선언한다면 두 번째가 된다고 소개했다. 또 12일자 보도에서 WHO가 결국 팬데믹을 선언했다고 전했다. 좀더 명확한 확인 없이 WHO가 팬데믹을 공식 선언했다고 보도한 일에 대해 독자들에게 사과드린다.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IT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