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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메이커①] '구라철'PD "KBS 팀킬? 부끄럽고 불편했지만 넘어야 했던 산"


[Y메이커]는 신뢰와 정통의 보도 전문 채널 YTN의 차별화 된 엔터뉴스 YTN STAR가 연재하는 이 시대의 진정한 메이커스를 취재한 인터뷰입니다.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한 이때 창의적인 콘텐츠의 수요는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수요를 창출하는 메이커스의 활약과 가치는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번 주인공은 '구라철' 메이커, KBS 원승연 PD입니다.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 도태된다. 미디어계는 변화의 속도가 특히 빠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유튜버'니 'OTT'라는 단어가 생소했다. 더 이상 집전화를 쓰는 사람을 찾기 어려워진 것처럼, 시간 맞춰 TV를 찾아보는 사람은 보기 어려워졌다. 바야흐로 레거시 미디어(전통 미디어)의 위기가 도래했다.

전통의 강자는 혁신의 약자가 됐다. 케이블과 종편의 시청률이 성장할수록, 지상파의 시청률은 더욱 빠르게 곤두박질치는 듯 보인다. KBS의 공영방송 타이틀은 '신뢰'와 '공익'의 다른 이름이었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낡음'과 '진부함'으로 읽히기 시작했다.

"KBS 예능은 왜 베끼고, 화면은 누리끼리 합니까?"라는 '구라철'의 질문은 그래서 시의적절했다. 2020년 현재, 'KBS답지 않은 KBS 프로그램'이라는 평가는 오히려 KBS를 웃게 만들고 있다. 공영방송 KBS의 첫 웹 예능 '구라철'은 스스로 이것을 인정하는 과감함으로 업계를 놀라게 했다. 구 미디어의 상징 같은 KBS가 앞장 서서 틀을 깨니 반전 효과가 두드러진다.

이 같은 시도가 뉴 미디어에 특화된 1인 크리에이터가 아닌 50대 베테랑 방송인 김구라, 구독과 좋아요에 인색한 '지상파 예능 고인물' 원승연 PD의 조합에서 비롯됐다는 점은 놀라움을 배가시킨다. 모두가 동안의 비법을 궁금해 하듯이, 올드하게 느껴졌던 KBS의 회춘 비법도 궁금증을 자극한다. YTN star가 독자들을 대신해 '구라철' 기획자 원승연 PD에게 질문을 던져봤다.


Q. '구라철'의 시작이 궁금하다.
전작이었던 '아이를 위한 나라는 있다'(이하 '아이나라')를 김구라 형과 함께했다. 워낙 말을 많이 하는데, 듣다 보니 '저 형은 어떻게 저런 것까지 알고 있지'라고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재밌어서 방송에도 녹여보려 했는데 잘 안 됐다. '아이나라'가 주제 의식에 무게가 실리는 프로그램이다 보니까, 내용과 관계없는 분량은 걷어낼 수밖에 없다. 어쩔 땐 'TMI 대파티'를 하는데 편집할 수밖에 없었다. 언젠가 구라 형의 이런 면들을 보여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같이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Q. 김구라가 대신 물어봐 준다는 콘셉트는 어떻게 나왔나?
제가 원래 궁금증이 많은 사람이다. 카페 거리에 갔더니 젊은 사장님들이 많더라. 그때 '저들은 어떻게 카페를 차렸을까?', '매상은 얼마나 될까?' 등 궁금한 건 많이 떠오르는데, 선뜻 물을 수가 없더라. 자칫 무례한 질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구라야말로 그 '무례함'과 '솔직함' 사이에서 줄을 잘 타는 캐릭터가 아닌가. 마침 김구라가 소신 발언으로 공감을 사면서 '연예대상의 남자'가 됐다. 그런 시원한 사이다 발언을 하는 김구라의 모습과 제가 생각한 김구라의 재밌는 모습을 합치면 재밌는 프로그램이 될 수 있겠다 싶었다.

Q. 김구라를 섭외한 이유를 물으려 했는데, 오히려 김구라에게서 시작된 셈이다.
버려지는 내용이 아까웠다. 그렇다고 TV에서 하기에는 애매했다. 디지털 팀에서 제가 생각하던, 좀 더 자유로운 시도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스튜디오K에서 '구라철'을 선보이게 됐고, 이게 출발점이 돼 이후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을 거 같다.


Q. 스튜디오K는 어떻게 꾸려졌나?
온라인에 'K팝 채널'과 '엔터테인먼트 채널' 2개를 운영하는 디지털 팀이 있었다. 그런데 회사 외부에 있다 보니 긴밀한 협업이 어려웠다. 그래서 KBS가 직접 운영해야겠다고 판단해 내부로 흡수하게 됐다. 자체 제작을 통해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려고 계획 중이다.

Q. '구라철' 이전에 선보인 프로그램도 있나?
'K팝 채널'은 팬덤을 타깃으로 제작되는 프로그램들이 있지만, '엔터테인먼트 채널'에서 오리지널 콘텐츠는 이게 첫 번째다. 다양한 자체 제작 콘텐츠를 실험할 수 있는 장소로 활용하면 어떨까 생각 중이다. 혹은 파일럿으로 내보내기 전에 한 번 인큐베이팅을 해 볼 수도 있을 듯하다. 종전에 없던 괴이한 시도를 많이 해보고 싶다.

Q. 구라철 채널을 독립시켜달라는 댓글도 많다. 계획이 있는지?
채널 분리가 무작정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다. 득이 있고 실이 있다. 하지만 구독자들이 그런 요구를 하는 이유 또한 알고 있다. 우선 5~6회차 정도 지난 뒤, 뭔가 변화된 방식을 준비하고 있다.

Q. 지하철을 소재로 삼은 이유는?
정말 다양한 얘기를 하고 싶었다. 근데 아무런 기준 없이 마구잡이로 찍을 수는 없고. 생각해보니 국회의사당역에서 나왔을 때 국회로 가느냐, KBS로 가느냐에 따라 엄청나게 다른 얘기가 펼쳐질 수 있겠더라. 복잡하고 다양한 지하철을 매개로, 그만큼 복잡하고 다양한 얘기를 하고 싶었다.

Q. 매회 목적지는 어떻게 결정하나?
지금은 회의를 통해 언젠가 해보고 싶었던 것이나 평소 사람들이 많이 궁금해했던 질문들을 정리해 관련된 곳을 목적지를 정하고 있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궤도에 오르면, 댓글로 많은 궁금증을 제보해 주실 거로 생각한다.


Q. 첫 회 목적지가 KBS였다. 스스로에 비판적인 질문 던졌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있었다.
뭘 물어봐야 할지 오랫동안 고민을 했다. 근데 김구라나 KBS가 기득권이랄까,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약자는 아니잖나. 그런 두 조합이 만났는데, 사람들이 궁금해한다고 해서 "여기 차리는데 얼마 들었냐?", "돈은 어떻게 마련했냐?", "매출 얼마냐?" 이런 걸 물어보면 무례하게 보일 거다. 통쾌하기보다 불쾌할 거다. 이걸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던 차에, 그럼 스스로에게 먼저 질문을 하고 시작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저는 KBS를, 김구라는 아들 MC그리와 그 소속사를 대상으로 삼았다. 저도 그렇고 형도 그렇고, 각각 KBS와 브랜뉴를 상대로 질문할 때 부끄럽고 불편한 지점들이 있다. 하지만 이걸 딛고 가야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Q. '때깔이 누렇다', '왜 타 방송사 베끼냐' 등의 독한 질문을 했는데, 촬영 끝나고 회사에서는 별말 없었나?
아예 없었던 건 아니지만, 불려서 혼나거나 하진 않았다. 하하. 방송사의 조직 문화가 일반 회사에 비해 유연한 편이다. 다들 형·동생 사이다 보니, 가볍게 차 한잔하다가 "너 그거 정말 다 내려고?", "그래도 사장님 나온 부분은 빼지"라면서 걱정해 주는 사람은 많았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얘기가 나온 적은 없다.


Q. 사장님의 반응도 궁금하다.
아직은 별말씀 없다. (웃음) 솔직히 사장님 나온 부분을 방송에 내야 하나, 확신을 못 하고 있었다. 근데 주변에서 "정말 낼 거냐"라는 질문을 하도 들으니 오히려 꼭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Q. KBS 내부 평가는?
내부 반응은 긍정적이다. 현재 조직 자체가 고민하는 것이 바로 'KBS의 프레임'에 대한 것이다. KBS답지 않은 프로그램을 작정하고 만든 건 아니지만, 모르는 사람이 봤을 때 "이걸 KBS가 만들었다고?"라고 물어 볼 만한 프로그램을 만들고는 싶었다. KBS에 대한 오래된 선입견과 편견이 있는데, 우리 조직도 여러 가지 면에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Q. 김구라가 KBS 했던 질문을 PD님한테 묻는다면?
그 이유를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다. 하하. 저도 그 상황에서 어버버했을 거다. 제 답변도 그들의 답변과 대동소이할 거 같다.

Q. '구라철' 후속 프로그램들도 곧 볼 수 있을까?
정규 프로그램 하나를 만드는 데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디지털 콘텐츠도 마찬가지고. 다만 시청자 반응을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란 점이 다르다. '구라철'도 조회 수가 저조했다면 어떻게 됐을지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오히려 부담감이 크기도 하지만, 반응이 없으면 바로 접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 다행히 '구라철'의 반응이 좋아서 당분간 여기에 집중해서 파이를 키우고, 프로그램이 안정권에 접어들면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할 생각이다.

YTN Star 최보란 기자 (ran613@ytnplus.co.kr)
[사진캡쳐 = '구라철', 사진제공 = 원승연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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