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매일 집밥 하는 주부들, 간편식이 살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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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3.07. 오전 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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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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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간편식 전성시대 조리법 팁 10

서울 옥수동에 사는 주부 서지은(가명·41)씨는 "이번 주에만 밀키트를 여덟 개 주문했다"고 했다. 밀키트(Meal Kit)는 손질한 음식 재료가 양념, 레시피(요리법)와 함께 들어 있는 간편식의 일종이다. "이전에는 한 달에 한두 번이나 주문했을까? 우한 코로나 사태 이후 애들(5·7세 아들)이 어린이집에 가지 못하게 된 지 한 달이 넘었지요. 하루 세 끼, 일주일이면 21끼를 해 먹이기가 보통 힘들지 않네요. 종일 애들과 집에서 붙어 있으니 식사 준비하기가 어려워요. 배달 음식은 질렸고요. 그러다 보니 포장만 뜯으면 손쉽게 요리할 수 있는 밀키트에 손이 가더라고요. 맛도 예상보다 괜찮고요."

간편식이 있으면 주방 칼이 필요 없다. 손질된 식재료가 담긴 비닐봉지를 뜯을 가위 하나, 심지어 가위 없이 손으로 뜯어서 전자레인지에 돌리거나 프라이팬에 살짝 데우면 근사한 레스토랑 요리가 뚝딱 만들어졌다. 사진에 등장하는 제품은 밀푀유나베·양장피·하우스비프스테이크·감바스알아히요·카르보나라 파스타 밀키트와 랍스터·한우불고기·고르곤졸라 냉동 피자.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간편식, 우한 코로나로 판매 폭증

간편식 판매가 우한 코로나 사태 이후 폭발적으로 늘었다. 간편식이란 냉동식품, 즉석밥, 레토르트, 도시락, 밀키트 등 단순한 조리 과정을 거쳐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음식 재료를 제조·가공·포장해 놓은 식품을 말한다. 국내 최대 밀키트 생산 업체 중 하나인 '마이셰프' 임종억 대표는 "올해 2월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0% 성장했다"고 했다. "보통 12~1월에 많이 팔리고 2월에 감소하는데, 올해는 2월 판매가 1월보다 50% 늘었습니다. 이건 우한 코로나 사태 말고는 설명하기 어렵죠."

간편식은 코로나 이전부터 성장세였다. 식사 준비 시간과 노력을 덜어주는 간편함과, 외식보다 비용이 적게 드는 경제성, 레스토랑에서나 맛볼 수 있는 특별한 메뉴를 집에서도 즐길 수 있는 다양성으로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코로나 사태로 식품 안전에 대한 걱정이 커지면서 '집 밖에서 조리한 음식도 믿지 못하겠다'는 이가 늘었고, 집에서 직접 조리하는 간편식 인기가 더욱 높아졌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바이러스 전염에 대한 공포감이 극에 달하면서 외식은 물론 배달 음식도 믿지 못하게 된 듯하다"고 했다.

간편식 더 맛있게, 색다르게 즐기는 꿀팁

간편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이가 늘면서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하는 관심도 늘었다. 요리사, 요리 연구가, 식품 제조업체 메뉴 개발자 등 음식 전문가들은 대부분 "포장에 적힌 그대로 따라 하는 게 가장 확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요리 연구가는 "간편식은 누가 만들어도 평균 이상의 맛을 내도록 최적화된 제품"이라며 "말하자면 라면과 같다"고 했다.

하지만 라면도 누가 어떻게 만드냐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며, 포장에 적힌 대로만 끓여 먹었다면 영화 '기생충'으로 세계인의 음식이 된 '짜파구리'는 태어나지 못했으리라. 입은 물론 눈으로 보기에도 더 맛있게 간편식을 업그레이드하는 '꿀팁'을 모아봤다.

‘마이셰프’ 감바스알아히요와 하우스비프스테이크 밀키트, ‘핏제리아오’ 카르보나라 파스타 밀키트와 랍스터·한우불고기·고르곤졸라 냉동 피자(위에서부터).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1냉동 만두

냉동 상태에서 접시에 가지런히 담는다. 물에 젖은 종이행주로 완전히 덮는다. 이 비법을 알려준 요리 연구가 홍신애씨는 "젖은 키친타월이 뚜껑 역할을 해서 전체적으로 수분이 고르게 닿아 찜기에 쪄낸 듯한 효과를 낸다"고 했다. 이대로 전자레인지에서 2분 돌리면 촉촉한 만두가 완성된다. 프라이팬에 구울 때는 식용유와 물을 2대1로 섞어 팬에 두른 뒤 만두를 놓고 구우면 촉촉하면서도 바삭한 군만두가 된다.

2냉동 피자

전자레인지에 데우면 눅눅하고, 에어프라이어에 데우면 딱딱해질 수 있다. 비법은 전자레인지와 프라이팬의 합동 작전. 최근 냉동 피자를 홈쇼핑에서 판매하기 시작한 서울 대학로 '핏제리아오' 이진형 셰프는 "전자레인지에 포장에 적힌 조리 시간의 절반 정도 돌려준 뒤 프라이팬으로 옮겨 나머지 조리 시간만큼 구우라"며 "이렇게 하면 속은 따뜻하면서 바닥은 바삭하다"고 했다. 체다 치즈·파인애플을 추가해 구우면 '하와이안 피자', 다 구운 피자에 양상추·루콜라·베이비채소·랜치드레싱 올리면 '샐러드 피자', 달걀 반숙 올리면 '비스마르크 피자'로 변신한다.

3돈가스

돈가스는 역시 기름에 튀겨야 맛있다. 에어프라이어에 익히면 고소함이 덜하고 딱딱하며,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눅눅하다. 돈가스가 잠길 만큼 식용유를 넉넉히 부어야 황금빛으로 먹음직스럽게 튀겨진다. 거름망이나 키친타월에 올려 여분의 기름을 제거해야 느끼하지 않다. 노랑·빨강 파프리카와 양파를 조금씩만 다져 올려도 '때깔'이 달라진다. 치즈를 올려 녹이면 맛은 물론 눈으로 맛보는 '비주얼'도 좋아진다. 치즈는 모차렐라와 체다를 섞으면 더 좋다.

4함바그(햄버그 스테이크)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운 함바그를 만들려면 태양처럼 선명한 노른자가 살아있는 '서니사이드업' 달걀 프라이 하나 올리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은 없다. 함바그로 유명한 서울 이촌동 '수퍼판' 우정욱 대표가 서니사이드업 예쁘게 만드는 법을 알려줬다.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아주 조금 붓고 키친타월로 팬 표면을 기름으로 닦아 고루 코팅하세요. 불을 꺼지지만 않을 정도로 최소한으로 줄이고 달걀을 넣으세요. 그대로 3분 기다리면 완벽한 서니사이드업이 완성됩니다."

5반찬집 반찬·국·찌개

마켓컬리에서 '정미경키친'이란 브랜드로 나물·국·찌개 등을 판매하는 정미경 요리 연구가는 "나물 등 무침 음식은 위아래를 고루 한 번 섞기만 해도 맛이 한결 좋아진다"고 했다. "무거운 양념이나 수분이 아래 가라앉아 있거든요. 끓이는 국물 요리는 따뜻하게 데워질 정도로만 끓여야지 뜨거워지도록 너무 오래 끓이면 맛이 떨어집니다. 볶음 요리는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는 것을 기본으로 제품화하지만, 센 불로 프라이팬에 식용유 약간 둘러 볶으면 더 맛있어요."

6순두부찌개

순두부찌개가 먹음직스럽게 보이게 하는 일등 공신은 함바그와 마찬가지로 달걀. 달걀노른자가 찌개 한가운데 보름달처럼 둥실 떠 있도록 하려면 불을 끈 다음 달걀을 깨 넣는다. 불이 켜진 상태에서 달걀을 넣으면 밑으로 빨려 들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7시판 냉면·비빔면

냉면을 끓인 뒤 김치·김치 국물·간장·고추장·참기름·설탕을 조물조물 무쳐 넣으면 김치말이 냉면이 되고, 비빔면에는 들기름과 참기름을 반씩 섞어 넣으면 풍미가 확 살아난다.

8냉동 볶음밥

홍신애씨는 "프라이팬에 김치와 고추장, 설탕, 국간장, 참기름, 김치 국물을 약간씩 넣고 볶다가 올리브오일 첨가한 후 냉동 볶음밥과 물 한두 숟가락 넣고 볶으면 기가 막힌 볶음밥이 된다"고 했다. "토르티야나 만두피에 말아 튀기면 멕시코 요리 '치미창가', 토르티야에 말아 토마토 소스와 모차렐라 치즈 뿌려 오븐에 구우면 '엔칠라다'로 색다르게 즐길 수 있어요."

9순댓국

서울 대학로 순대 명가 '순대실록' 육경희 대표는 "순댓국에 쌈장을 조금 넣고 풀면 맛있다"고 했다. 순대를 프라이팬에 기름 넉넉히 두르고 지져 먹어도 맛있다. 이걸 물엿과 설탕, 간장 넣고 볶으면 매콤 달콤한 '순대 강정'이 된다.

10그 밖에

김치찜 밀키트는 고추장과 청양 고추를 추가해 끓이면 훨씬 맛있다. 짬뽕은 통후추 굵게 갈아 뿌리고 참기름 서너 방울만 뿌리면 향이 놀랍도록 살아난다. 사골 곰탕에 누룽지를 넣으면 사골 누룽지탕이 된다. 베이비백립(돼지갈비 바비큐)은 소스에 딸기잼과 올리브유를 넣고 끓여서 바르면 꿀맛이다.

도움말: 육경희 순대실록 대표·이진형 핏제리

아오 셰프·임종억 마이셰프 대표·정미경 요리 연구가·홍신애 요리 연구가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gourme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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