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봉]누구를 위한 총선인가

입력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이규호 서울취재팀장

뒤늦게 확정된 선거구
지역 대표성마저 실종
과정도 결과도 큰 실망

수도권 등 의석 집중 문제
농어촌 중심 선거구 획정
국가 균형발전의 출발점


4·15 총선 선거구가 총선을 39일 앞둔 지난 7일에야 확정됐다. 그동안의 선거구 획정 과정은 물론이고 결과도 실망을 낳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공포속에서 정부와 정치권의 대응에 분노까지 느끼고 있는 국민은 이번 선거구 획정 결과에 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4·15 총선의 강원도 선거구 획정은 과정과 결과 모두 `국회의원의 지역 대표성'이 실종된 것이다. 춘천의 읍·면·동 일부가 분할돼 철원과 화천, 양구와 묶였다. 원주와 강릉을 제외한 도내 모든 선거구가 변했다. 오랜 기간 총선을 준비해 온 입지자들은 크게 동요하고 있다. 유권자들도 마찬가지다. 선거를 30여일 앞둔 시점에서 이름조차 생소한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 유권자들이 후보 검증의 기회를 상당 부분 박탈당한 것이다.

한때 거론됐던 속초·고성·철원·화천·양구·인제를 하나의 선거구로 만드는 안에 대해서는 도내 정치권은 물론 일반인들도 경악했다. 속초경찰서, 속초양양교육지원청을 이용하며 사실상 같은 생활권에 있는 속초와 양양을 분리, 양양을 강릉으로 보내겠다는 발상은 주민들의 실소를 자아냈다. 또 주민들은 “속초·고성·철원·화천·양구·인제를 하나의 선거구로 묶겠다는 발상을 한 이들은 과연 이 6개 시·군의 면적이나, 교통망을 잠깐이나마 생각해 봤었는지 묻고 싶다”는 목소리를 냈다. 정치권이 강원도 무시를 넘어서 `강원도 생활정치 강탈'을 구상했던 셈이다. 국회의원의 최우선 책무는 `지역 권익 대변'이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수차례 약속했던 `춘천 분구를 통한 강원도 9석 배분' 은 사라졌다. 정치권은 명확한 해명도 하지 않고 있다. 강원도 9석 불발에 대해 일부에서는 `강원도 정치력 부재'를 이유로 들고 있다. 하지만 전국 인구의 2.7%에 불과한 강원도로서는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것이 `정치력'이라는 현실이다. 권력 나눠먹기를 위한 기득권 유지가 정치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인구 중심 선거구 획정의 부작용이다.

도내에서 춘천 분구에 대한 사회·시민단체, 정치권의 요구가 봇물을 이뤘던 순간에도 중앙정치권은 물론 청와대에서도 `국회의원의 지역 대표성'에는 관심이 없었다. 수도권, 영남권에 누가 컷오프되고 공천을 받느냐가 최대 관심사였다. 이는 `중앙언론'을 자처하는 국내 유력 언론사들의 보도 비중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지방분권이 수십년간 헛구호에만 그치고 있는 것이 근본적 이유다. 10년 넘게 지방분권 관련 조직을 책임지고 있는 도내 일부 인사도 이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선거구 획정은 선거일 1년 전에 확정돼야 한다는 것이 법 조항이다. 총선을 39일 앞두고 확정된 이번 선거구는 현역 의원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번번이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면서 선거일 90일 전에는 사직해야 하는 직업군에 속한 이들은 출마 의지를 접어야 했다. 선거구 획정이 매번 늦어지는 것에 대한 `현역들의 고의성'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번 총선 역시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총선은 각 지역을 대변하는 인물을 선출하는 기회가 돼야 한다. 국회의원은 특정 정치집단의 권력 창출을 위한 도구가 아니다. 각 지역을 대표하는 인물이 선출돼 지역의 권익을 대변해야 한다. 이는 국가적으로도 중요하다. 수도권 등 일부 지역 지역구 국회의원 수가 많은 만큼 수도권 집중,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급증한다. 수도권에 아무리 많은 아파트를 지어 신혼부부 등에게 분양하더라도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잡히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농어촌 중심의 선거구 획정이 국가 균형발전의 출발이다. 강원도 총선 선거구는 10석 이상으로 늘어나야 한다.


ⓒ 강원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오피니언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