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관객을 모은 영화 ‘부산행’으로 독특한 세계관을 표현했던 연 작가의 확장된 상상력이 안방에도 통했다. 영화감독 연상호가 아닌 드라마 작가 연상호에게 ‘한국판 히어로물’에 담긴 의미를 지난 13일 물어봤다. 연 작가는 “이런 흥행이 나도 놀랍다”며 감격해 했다. 마지막 방송을 하루 앞둔 16일 방송분은 최고 5.5%를 기록했다.
‘방법’은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10대 소녀와 정의로운 기자가 이끄는 초자연 유니버스 드라마다. ‘악’으로 그려지는 IT 대기업 회장과 무당이 악귀를 동원해 주술을 부리면 역살을 날려 물리치는 식이다. 저주로 악을 물리치는 설정은 기괴했고, 팔다리가 뒤틀려 피눈물 흘리는 인물 묘사는 신선했다.
영화계 스타감독이 드라마에 뛰어든 이유는 뭘까. 그는 “극장이라는 플랫폼이 고착화돼 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드라마 플랫폼은 역동적으로 변화했다”며 “컨텐츠 포용력이 커지는 시기라고 생각했다. 새로운 이야기를 선보일 수 있는 기회랄까”라고 말했다.
영화 작업에 익숙해 우여곡절도 많았다. 개별 에피소드의 완결구조에다 연결성도 넣어야 했다. 연 작가는 “어릴 적 만화를 볼 때 어떤 부분을 기대했었는지 생각해보니 답이 나왔다”며 “초반 전개를 빠르게 하고 퍼즐 형태 에피소드를 맞춰가는 재미를 주는 것이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드라마 ‘방법’의 매력을 물었더니 연 작가는 일상 속 혐오를 말했다. 그는 “방법은 인터넷상에서 누군가를 공격하는 은어로 쓰이기도 한다. 초자연적 저주가 인터넷에서 비슷하게 쓰인다는 점이 흥미있었다”며 “우리는 불특정 다수를 혐오하면서 정체성을 확립하는 혐오사회에 산다. 드라마를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도전은 계속된다. 현재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반도’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다. 웹툰 ‘지옥’은 영상화 작업 초반 단계다. OTT 플랫폼 진출계획도 갖고 있다. 그는 “그동안 OTT의 색깔은 무엇일지 고민했다”며 “조만간 계획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드라마가 편성됐을 때 그는 고민했다. ‘과연 사람들이 월요일 밤에 오컬트를 볼까?’. 흥행에 실패한다면 태동 단계인 장르 드라마 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제 시즌2를 말한다. 그는 제작발표회 당시 “속는 셈 치고 1회만 봐달라”라며 “시청률 3%가 넘으면 시즌2가겠다”고 공약했었다. 그 자신감에는 이유가 있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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