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특정 인물 혐오하는 세태에서 드라마 ‘방법’ 출발”

입력
기사원문
남유정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드라마 작가 변신 연상호 감독
tvN ‘방법’을 통해 드라마 작가로도 데뷔한 연상호 감독. CJ ENM 제공


‘속는 셈 치고 첫 회만 보시라’던 말을 결과로 증명했다. ‘충무로 이야기꾼’ 연상호 감독의 드라마 작가 데뷔작 ‘방법’의 인기가 뜨겁다. 2%대 시청률로 출발한 작품은 최근 6%를 넘기며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인기의 중심엔 오컬트 장르 ‘미다스의 손’ 연상호(42)가 있다. 드라마 작가로 변신한 그는 ‘돼지의 왕’ ‘사이비’ 등 다수의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영화 ‘부산행’을 연출한 인물. 이번 작품에선 스크린을 안방으로 옮겨다 놓은 듯한 촘촘한 이야기로 시청자의 호평을 받았다. 연상호 작가는 “장르 특성상 사실 시청률이 3%만 나와도 감지덕지라고 생각했는데 이 정도가 나와 놀랍다”며 “판타지물이지만, 사건을 설득력 있게 다뤄 시청자들이 공감한 것 같다”고 했다.

‘부산행’ 감독의 드라마 데뷔작

무속·오컬트·추리 기법 혼합

주술로 악에 맞서는 판타지물

“타인 혐오 사회 반성 기회 되길”

tvN 드라마 ‘방법’의 스틸컷. CJ ENM 제공


■연상호표 오컬트 문법

제목인 ‘방법(謗法)’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수단과 방식’이란 의미가 아닌, 저주로 사람을 해하는 주술을 뜻한다. 주인공 백소진은 한자 이름, 사진, 소지품 이 세 가지만 있으면 사람에게 저주를 걸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그가 정의로운 사회부 기자와 힘을 합쳐 악에 맞서 싸운다는 게 주된 줄거리다. 연상호 작가는 “대중에겐 익숙하지 않은 단어일 수 있지만, 저는 어릴 적 할머니와 살아서인지 그 말이 생소하지 않았다”며 “어릴 때 봤던 전래동화나 사극에서도 ‘방법’이라는 단어를 심심치 않게 본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무속과 오컬트, 추리 형식에 히어로를 섞은 조금 독특한 장르의 드라마를 쓰고 싶었어요. 때마침 ‘방법’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죠. 제목과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맞춤이라는 느낌이 단번에 왔어요. 여러 재료를 적절히 버무렸을 때 탄생한 독특한 요리랄까요.”

독특한 소재이다 보니 관련 자료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연 작가는 “의외로 한국 무속에 대한 자료가 없어서 처음에 좀 당황했다”며 “인터넷에 검색하면 나올 줄 알았는데 ‘방법’이라는 단어를 쳐도 나오는 정보가 거의 없더라. 고민했던 시간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국회도서관에 무속과 민속학에 관한 논문이 몇 개 있어서 그것들을 출력해 읽었다”며 “한 달 정도 관련 논문들을 읽으면서 지냈다. 재미있는 내용이 많이 나와서 극본에도 많이 반영했다”고 했다. 극 중 아미동에 일본인 공동묘지가 있어서 일본 귀신이 토착화됐다는 대목은 논문에서 참고한 내용이란다.

■‘방법’ 통해 우리 사회 돌아봤으면

눈에 띄는 건 연 작가의 ‘시대 고민’이 이번 작품에도 반영됐다는 점이다. 작가는 감독으로 나서 연출했던 전작 ‘부산행’과 ‘염력’ ‘사이비’ 등을 통해 우리 사회의 염증을 대중적인 시선으로 풀어낸 바 있다. 연 작가는 “불특정 인물을 혐오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오늘날 우리의 모습에서 드라마가 출발하기도 했다”며 “드라마가 끝난 뒤 각각의 캐릭터를 곱씹어 보면서 우리가 사는 이곳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방법’은 이후 시즌 2와 영화로도 제작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애니메이션, 실사 영화, 웹툰 등 다양한 방법(方法)으로 콘텐츠를 빚어낸 연상호의 도전은 계속된다. 연 작가는 “플랫폼 특성에 맞게 기획하는 건 어려운 작업”이라면서도 “플랫폼을 넘나들며 늘 새로운 관점으로 작업하는 건 창작자로서 신선하고 즐거운 일”이라며 웃었다. 그는 “처음 해 본 드라마 극본 작업도 신선하고 힐링이 된 경험이었다”면서 “다시 영화 작업을 하는 데 있어 새로운 에너지가 생겼다”고 했다. “올해 영화 ‘부산행’ 이후 이야기인 ‘반도’를 통해 스크린에서 관객을 찾을 예정이에요. ‘부산행’이 초기 아포칼립스를 다루고 있다면 반도는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배경으로 하는 액션 영화랄까요. 강동원 배우가 주연으로 출연해요. 최고의 결과물을 낼 수 있도록 늘 일상에 깨어 있는 창작자가 되도록 노력할게요.(웃음)”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 네이버에서 부산일보 구독하기 클릭!
▶ '터치 부산' 앱 출시, 부산일보 지면을 내 손 안에!
▶ 부산일보 홈 바로가기

기자 프로필

서울문화부 남유정 기자입니다.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겠습니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생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