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째 개학연기… 길어지는 보육대란, 입시 일정도 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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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3.18. 오전 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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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초중고 개학 4월6일로 연기… 수업일수 10일씩 축소]

중간·기말고사 늦춰지고 방학 줄어… 한교협 "수능 한달 늦춰야"
맞벌이 "당장 아이 어디에 맡길지 난감" 보육·학습공백 2중고
"굶어죽게 생겼다" 서울 학원 80% 다시 문열어… 방역 구멍 우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우려로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학일이 다음 달 6일로 연기되면서 학교 현장에서는 시험, 방학 일정 등을 조정하는 것이 불가피하게 됐다. 교육부가 연간 수업일수(유치원 180일, 초·중·고교 190일)를 10일씩 줄이도록 권고해 부담을 줄였지만, 개학이 5주나 연기되면서 중간·기말고사를 예년과 같은 시기에 치르기 어렵게 됐고, 대입 일정도 영향을 받게 됐다. 교육부는 대입 일정 조정이라는 '플랜B'까지 세우게 됐다.

17일 대구 달서구 대구교대 부설 초교에서 교사들이 학생에게 전달할 온라인 과제물을 만들고 있다. 이날 정부는 오는 23일로 예정됐던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학을 다음 달 6일로 2주 더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우한 코로나 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당초 이달 2일이었던 개학일은 총 5주가 늦춰졌다. /연합뉴스

어린 자녀를 둔 맞벌이 가정은 '보육 공백'과 '학습 공백' 이중고(二重苦)가 길어지게 됐다. 초등 1학년 아이를 둔 한 학부모는 "당장 아이를 어디에 맡겨야 할지 난감하다"며 "한 달 내내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만 있을 아이를 보면 안쓰럽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개학 연기 기간 동안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긴급돌봄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초등생 약 2.2%만 신청하는 등 참여가 저조하다.

◇방학 단축되고 수업일수 10일씩 감축

일선 학교에선 '4월 개학'에 따라 학사 일정 조정에 들어갔다. 수업일수를 10일 줄이고, 방학 단축도 검토 중이다. 교육부의 '2020학년도 학사 운영 방안'에 따르면 학교 휴업은 총 3단계로 나뉜다. 4월 개학에 따라 각 학교는 '2단계 휴업(4~7주일)'에 들어서 법정 수업일수의 10% 내에서 수업일수를 줄일 수 있다. 교육부는 오는 23일 이후부터는 기존의 예습 자료 제공을 넘어, 정규 수업에 준하는 온라인 학습 프로그램을 제공할 방침이다.

◇고3 학사 일정 지연… 수능 미뤄지나







교육부는 대학수학능력시험 등 대입 일정 변경 가능성을 검토한 후 개학과 동시에 발표할 방침이다. 이날 교육부는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이달 말 발표 예정이었던 '2021학년도 수능 시행계획 발표'도 연기돼, 한동안 대입 일정을 두고 교육 현장 혼란이 예상된다. 대입 수시 모집을 위한 고등학교 3학년 1학기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작성 마감일은 8월 31일이다. 학교는 이에 맞춰 4월 말~5월 초 중간고사를 치르고, 7월 초쯤 기말고사를 치른다. 하지만 개학이 4월로 밀리면서 중간고사 연기가 불가피해졌다. 교육계에선 중간고사는 5월 중순, 기말고사는 7월 중순쯤으로 미루고 여름·겨울방학을 총 3주일 줄이는 학교가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필고사로 치르는 중간고사를 수행평가로 대체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 입시 전문가는 "이 경우 수시에 반영되는 내신 성적이 정성평가로 이뤄질 가능성이 커 형평성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4월 2일로 한 차례 연기된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는 또 미뤄질 예정이다.

11월 19일로 예정된 수능을 미루자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한국교총은 "4월 개학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고, 중간·기말고사 일정도 밀리게 되니 9월 수시 원서 접수가 빠듯하다"며 "수능 연기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대학교수협의회도 "현재 상태로 수능을 그대로 보면 재수생에 비해 재학생이 불리하다"며 "수능을 12월에 실시해 한 달 연기하고 모든 대입 일정도 최소 한 달 연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서울 학원 10곳 중 8곳은 문 열어

학교 개학은 늦춰졌지만 휴업 중이던 학원들이 문을 열기 시작해 사교육 의존도가 커지고 코로나 방역에 구멍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의 경우 학원·교습소 휴원율이 지난 12일 42.1%에서 17일 23.8%로 급락했다. 특히 대형 학원이 몰려 있는 강남·서초구 휴원율은 16.95%에 그쳤다. 지난 16일 메가스터디·종로·청솔학원 등 대형 학원도 3주일간 휴원을 끝내고 개강했다. 이유원 한국학원총연합회장은 "영세 학원들은 코로나 때문에 죽으나 굶어 죽으나 똑같은 상황이다. 이미 폐원에 들어가는 학원이 속출하고 있어 협회 차원에서 휴원 참여를 더 이상 독려할 수 없다"고 했다.

교육부는 개학 연기 이유로 "미성년 코로나 확진자가 이달 7일 379명에서 15일 510명으로 늘어난 점을 고려했다"고 했지만, 학원들이 속속 문을 열고 있어 코로나 확산 위험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소연 기자 why@chosun.com] [최원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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