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줄고 수도권 늘고… 집단감염 발생지 이동에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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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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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번 환자 후 한 달 / 대구 6098·경북1169명… 전체의 87% / 방대본, 신천지 감염원 파악 다각도 노력 / 잇단 난관 부딪혀 아직도 실마리 못 찾아 / 한 달여 ‘코로나19’와 사투 일정 성과 / 대구·경북 신규환자 12일 이후 두자릿수 / 전국서 의료진·봉사자·구호물품 힘 보태 / 수도권 위협받는 상황에 방역당국 고민 / “안심 상황 아냐… 위생수칙 철저 준수를”

파이팅 외치는 의료진 17일 오전 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인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비상대책본부 응원 메시지 앞에서 근무를 마친 의료진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대구=뉴스1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양태는 31번 환자(61·여)의 등장 전후로 구분할 수 있다. 지난달 18일 확인된 31번 환자를 시작으로 신천지예수교라는 수천명의 집단감염이 발견됐다. 이들로 인해 대구·경북 지역에서 코로나19 환자가 폭증했다. 한 달이 지난 지금, 대구·경북은 다소 안정세를 찾은 모습이다. 그러나 집단감염 발생지가 수도권으로 옮겨오면서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다.

17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으로 대구 코로나19 환자는 6098명, 경북이 1169명이다. 전체 환자의 87.3%에 해당한다.

대구 지역 환자수는 지난 18일 1명에서 시작해 나흘 만에 200명을 넘었고, 다시 닷새 뒤 1000명을 돌파했다. 4배가 늘어 환자가 4000명을 넘는 데는 일주일도 걸리지 않았다. 경북 지역 환자수도 지난 9일(1107명) 1000명을 돌파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이처럼 많은 환자가 나온 것은 신천지라는 중심 증폭 집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신천지대구교회 신도 1만914명에 대한 진단검사에서 3517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예상치 못한 한마음아파트 등의 집단 주거지(92명)가 발견됐고, 대구 남구 대명동 일대 원룸·빌라 7곳에서 222명의 확진자가 추가로 나왔다. 이 중 204명이 신천지 교인으로 드러났다.

신천지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경북 청도대남병원에서 119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경북지역에서는 요양시설 집단감염이 잇따랐다. 봉화 푸른요양원에서 58명, 칠곡 밀알사랑의집 27명, 경산 서린요양원 24명, 경산 제일실버타운 17명 등이다.

대구·경북을 시작으로 전국 신천지 신도들에 대한 조사를 벌이게 됐다. 이날까지 신천지와 연관된 사례는 5016건에 달한다.

신천지대구교회, 청도대남병원의 감염원에 대한 조사는 한 달째 진행 중이다. 방대본은 법무부를 통해 중국 출입국 기록이 있는 신천지 신도를 파악하는 등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으나 아직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일부 난관에 부딪힌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검·경 등의 인력이 포함된 역학조사지원단이 구성된 만큼, 이것에 대해 끝까지 추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천지대구교회. 뉴시스
정부는 환자가 폭증한 대구·경북을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해 집중 관리했고, 지난 15일엔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그러나 환자 폭증으로 병상이 모자라 입원을 기다리다 숨지는 등의 안타까운 사례가 잇따랐다. 뒤늦게 ‘피해 최소화’로 방역 전략을 수정, 경증 환자 수용을 위한 생활치료센터를 대거 확보하면서 병상 대기 인원이 많이 줄어들었다.

한 달여간 이어진 코로나19와의 사투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모습이다. 대구·경북 신규 환자는 지난 12일 이후 두 자릿수를 나타내고 있다. 전국에서 의료진, 자원봉사자, 구호물품이 몰려들어 대구·경북에 힘을 보탠 덕분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 권고를 잘 따른 시민의식도 확산 속도를 늦추는 데 한몫했다는 평가다. 마스크 착용은 기본이 됐으며 손 씻기, 얼굴 만지지 않기, 음식 덜어먹기 등도 생활로 스며들었다. 자발적 고통 덜기도 등장했다. 건물주들은 임대료를 낮췄고 음식점주들은 음식을 나눴다.
16일 오전 경기 성남 은혜의 강 교회 앞에서 수정구청 환경위생과 직원들이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뉴스1
전국 어디에서든 대구·경북과 같은 집단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방역당국의 고민이다. 요양병원이나 정신과 병동 등지에서 소규모 감염이 이어지고 있고, 노래방과 PC방, 콜센터 등 밀집된 장소를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나타날 수 있다. 최근에는 수도권이 위협받는 상황이다. 서울 구로 콜센터, 경기도 성남 은혜의강교회, 분당제생병원 등 산발적인 집단감염 사례가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이날 경기도 신규 환자수는 31명으로, 대구(32명)와 비슷해졌다. 서울도 12명의 환자가 추가로 나왔다. 수도권은 인구 밀집도가 높고 다중이용시설이 많아 한 명의 확진자가 발생해도 집단감염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큰 환경이다.

권 부본부장은 “1월20일 첫 코로나19 환자가 나온 뒤 30명의 사례를 찾아내기까지 한 달이 걸렸다. 지금 하루에 한 지자체에서 30건 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것을 무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 절대 아니다”면서 계속해서 개인위생 수칙, 사회적 거리 두기 등을 철저히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송정흡 칠곡경북대병원 건강증진센터 교수는 “현재 수준의 개인위생 수칙 준수 등이 몇 개월 이어진다면 머지않아 코로나19와의 전쟁을 종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겸 경기도 행정1부지사가 17일 오전 경기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코로나19' 감염예방수칙 미준수 종교시 설 밀접집회 제한 행정명령 발동 관련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도내 교회에서만 확진자 70명 넘어서자 ‘비상’... 경기도 “부득이 집회 제한합니다” 행정명령

자제 권고에도 불구하고 현장 예배를 강행하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온 경기 성남시 은혜의강교회 관련 확진자가 50명을 돌파했다. 추가 확진자 중에는 서울과 경기 의정부에서 생수를 배달하거나 구급차를 운전하는 등 대면접촉이 빈번했던 사람도 있어 해당 지역사회를 긴장시키고 있다.

17일 경기도에 따르면 이날 의정부시 송산동에 사는 34세 남성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남성은 지난 1일 은혜의강교회 예배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 남성은 증상 발현 후 확진 때까지 12일간 서울 북부와 경기 남양주 일대를 돌며 생수를 배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천시 상동에서도 이 교회 확진자의 60대 남편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성남시 수정구 은행2동에 사는 14세 청소년과 충남 천안시의 25세 남성, 서울 동작구 사당1동의 53세 여성도 감염됐는데 모두 은혜의강교회 신도다.
16일 교회 신도 총 47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경기도 성남시 은혜의 강 교회에서 성남시청 관계자들이 교회 주변 방역을 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전날에는 서울 강동소방서에 근무하는 60세 남성 구급대원이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아 방역을 위해 소방서가 폐쇄됐다. 이 대원은 은혜의강교회 예배에 참석한 이후 10명을 구급차로 이송했지만 보호복을 착용해 감염 확산 우려는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5시 기준 은혜의강교회와 관련된 확진자는 54명으로 늘었다. 51명은 신도이고, 나머지는 신도의 아들(서울 서대문구 천연동)과 남편(부천시 상동), 접촉 주민(성남시 분당구 백현동)이다. 이 교회 내 감염확산의 요인으로 꼽힌 소금물 분무기 살포와 관련, 역학조사 중인 경기도 관계자는 “지난 1일과 8일 (주일 예배 당시) 신도들 입에 소금물을 분무하는 장면이 CC(폐쇄회로)TV에 잡힌 여성은 교회 목사의 부인”이라고 밝혔다.

부천 생명수교회 확진자의 가족인 50대 남성도 추가 확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의왕시에선 집단감염이 발생한 군포 페인트업체의 직원 남편이 자가격리 10일 만에 양성 판정을 받았다. 전날까지 26명의 확진자를 낸 성남 분당제생병원에서도 추가 확진자가 나왔다. 분당제생병원의 첫 확진자였던 76세 남성의 부인으로 자가격리 중이던 62세 여성이다.
15일 경기도 부천시 소사본동 생명수교회 예배실 입구가 자물쇠로 잠겨 있다. 뉴스1
수도권에서 가장 많은 집단감염자를 낸 ‘구로 콜센터’의 한 직원 자녀인 초등 남학생에 이어 서울 동대문구 휘경2동에 사는 중2(14) 남학생도 이날 확진판정을 받았다. 중2 학생은 확진자가 잇따랐던 동대문구의 세븐PC방을 최근 닷새간 이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틀간 확진자가 나오지 않던 울산에선 30대 회사원 부부가 잇달아 확진 판정을 받아 보건당국이 역학조사에 들어갔다. 먼저 확진 판정을 받은 아내는 최근 필리핀 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경기도는 은혜의강교회를 포함해 수원 생명샘교회, 부천 생명수교회처럼 도내 교회에서만 70명 넘는 확진자가 발생하자 이날 방역지침을 위반한 교회 137곳에 대해 ‘밀집집회’를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신천지예수교회를 제외한 종교시설에 내려진 첫 행정조치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경기도 제공
하지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이날 은혜의강교회 집단감염 발생 현황과 주요 조치사항을 논의한 뒤 “종교의 자유가 헌법에서 보장된 국민의 기본적 권리인 만큼 종교행사 강제 금지에 대해선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중대본은 이번 은혜의강교회 집단감염을 밀폐된 공간과 잘못된 정보가 결합된 결과로 보고 수도권방역협의체를 운영해 공동역학조사 등 정보를 공유하기로 했다.

이진경 기자, 대구=김덕용 기자, 성남=오상도 기자, 전국종합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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