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이 순진했다…만들 때부터 '먹튀'논란 검토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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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3.18. 오후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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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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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민우 기자] [[the300]]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미래통합당 최고위원회의를 끝내고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2020.03.16. photothink@newsis.com
"황교안 대표가 순진했다"

미래통합당 일각에서 이런 탄식이 터져나왔다. 미래한국당이 통합당 영입 인재 대부분을 비례대표 당선권 밖 순번에 배치한 것을 두고서다.

통합당은 미래한국당을 창당하기 전부터 이같은 갈등을 염두에 두긴 했다. 미래한국당을 설계부터 창당까지 모든 과정을 준비한 원영섭 통합당 조직부총장은 지난 1월 사석에서 "대표를 누구로 임명할지가 중요하다"며 "혹시나 총선 후에 원내교섭단체가 구성된 후에 합당거부 등을 할 가능성을 고려해야한다"고 말했다. 미래한국당이 창당되기도 전에 한 말이다.

미래한국당이 총선 후에 통합당에 합류하지 않고 독자세력을 구축하는 이른바 '먹튀'에 대한 검토도 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그런 것을 고려해 황교안 대표가 선택한 사람이 한선교 의원이다.

황 대표의 성균관대 후배이기도한 한 대표는 황대표체제 출범 후 첫 사무총장을 지냈다. 당시부터 한 대표는 "통합당 성공을 위해 총선에 불출마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이같은 모습에 황 대표는 한 대표를 신뢰하기 의지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원 부총장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한 대표는 지난달 20일 공병호 미래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을 선임하면서 "(통합당 전신인) 자유한국당이나 새로운보수당에서 영입한 인재들 모두 다 똑같은 조건에서 공개모집을 통해 심사절차를 밟게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불화의 서막이었다.

미래한국당의 공천 신청 접수 마감 직전인 9일 오후 황 대표와 한 대표는 비공개로 만났다. 이 자리에서 황 대표가 비례대표 공천과 관련한 뜻을 전달했으나 한 대표가 이를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례대표 명단조차 황 대표는 선거인당 투표 약 한시간전에야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는 지난 16일 비례대표 후보 추천명단을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명단을 보면 통합당 측 영입 인재들이 당선권 내 순번을 거의 배정받지 못했다.

미래한국당 공관위는 비례대표 1번에 조수진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을 공천했다. 2번에는 신원식 전 육군수도방위사령관, 3번에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인 김예지 전 숙명여대 피아노 실기감사를 각각 추천했다.

자유한국당 시절 황교안 대표와 염동열 인재영입위원장을 중심으로 영입한 윤주경 전 독립기념관장은 21번, 전주혜 전 서울지법 부장판사는 23번,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26번을 배정했다. 20번 이내가 당선권이라고 가정할 때 사실상 당선권 밖에 배정받은 셈이다. 통합당 영입인재 중에는 조태용 전 외교부1차관만 당선권인 4번에 배정받았다.

당내에서는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명단을 두고 격앙된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통합당 한 중진의원은 17일 의원총회를 마친뒤 기자와 만나 "한선교가 미친x 아니냐"며 "우리가 왜 미래한국당을 만들었는지 누구보다 잘아는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할수가 있냐"며 흥분했다.

한 대표를 비난하는 의원들이 다수였지만 황 대표의 결정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다른 통합당 의원은 "황 대표가 순진했다"며 "한선교가 4선을 그냥 앉아서 단 것도 아닌데 어떻게 안전장치 하나 없이 그렇게 전적으로 맡길수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비난했다.

현재 미래한국당은 공관위가 추천한 비례대표후보 40인에 대한 선거인단 투표를 거쳤지만 최고위원 간 갈등으로 최종 의결하지 못하고 있다. 통합당은 이날 미래한국당 최고위원회의의 결정을 보고 향후 대응방안을 결정할 계획이다. 미래한국당 최고위원회의가 공관위에 재의를 요청하지 않을 경우 비례대표 후보 명단은 그대로 확정된다.

통합당 핵심관계자는 "미래한국당이 만들어진 취지를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비례대표 후보를 그대로 공천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만약 미래한국당이 비례대표 후보명단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통합당으로서는 제2의 비례정당을 창당하는 것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선거 전까지 비례정당 하나 더 만드는 것은 일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형준 미래통합당 공동선대위원장도 "일부 공천자들을 조정하면서 해결하는 방법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지만 계속 파열음이 나면 원칙적으로 재검토하는 것도 미래통합당에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박 위원장은 '원칙적 재검토'의 의미에 대해 "그것은 아마 오늘 이런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서 상당히 가변성이 있는 것 같다"며 "조정하는 것이 가장 순조로운 방법인데 그것이 얼마나 잘 될 것인지 저도 잘 모르겠다"고 말을 아꼈다.

김민우 기자 minu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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