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마스크 관련 대응이 국가별, 대륙별 차이가 크다. 유럽과 북미의 경우 ‘마스크 무용론’마저 나오고 있는 반면 아시아는 ‘마스크 열풍’이 불고 있다. 마스크 착용이 코로나19 감염을 막는 효과에 대해 찬반이 나뉘는 만큼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에 주목해 보자. 

전문가들은 마스크 착용에 대한 찬반 논쟁은 유럽이나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간 사회적 관계나 문화적 인식 차이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서양인들의 경우 ‘마스크를 쓸 정도로 아프면 집에서 쉬지 왜 밖으로 나오느냐’느 시각이 우세하다. 또 ‘건강한 사람이 굳이 마스크를 써야 하느냐’, ‘의료진이나 중증환자, 감염자들만 쓰면 된다’는 식이다. 이는 서구의 사회복지 체계가 촘촘하고 개인주의적인 문화가 발달한 게 한몫하고 있다.

반면 아시아 국가들은 다르다. 일단 ‘아파도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많을 뿐만 아니라 ‘일을 해야 한다’는 인식도 강하다. 그리고 지금은 건강해도 예방 차원에서 마스크 착용을 당연히 받아들인다.  

또한 개인보다는 가족과 사회적 관계를 중시하는 문화도 한몫하고 있다. 자신을 통해 가족과 회사 동료 그리고 지인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배려심이 마스크 착용을 하게 만드는  경우가 태반이다. 물론 우리나라를 비롯해 아시국가들의 경우 미세먼지, 신종플루, 메르스 등 감염병으로 마스크의 중요성도 체득됐다.

그러나 필자는 마스크 착용이 아시아 국가 특히 우리나라처럼 품귀현상이 발생할 정도로 ‘마스크 열풍’이 부는 데에는 긍정적인 복면 문화가 한몫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유럽이나 미국의 경우 ‘복면금지법’이 있을 정도로 얼굴을 가리는 사람들을 테러리스트나 범죄인이라는 인식이 짙게 깔려 있다. 미국의 경우 총기 문화가 유럽의 경우 테러 위험으로 인해 복면문화를 수용하기 힘든 실정이다.

반면 우리의 경우 복면 문화는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의병의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이는 87년 민주화운동까지 이어져 마스크는 저항의 상징이었다. 최루탄에 맞아 사망한 고 이한열 열사의 사진에도 등장하는 복면 마스크가 대표적이다. 이로 인해 군사정권의 종식을 의미하는 대통령 직선제 개헌이 이뤄졌다. 

또한 복면 문화에 흥의 문화도 있다. 조선시대 양반들의 거짓과 위선을 풍자하고 비판한 탈의 문화가 바로 그것이다. 근래엔 마스크를 쓰고 정체를 공개하지 않은 채 무대에서 노래 실력을 뽐내는 음악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복면가왕의 인기로 이어지고 있다. 마스크 착용이 우리에겐 자연스럽다.

바야흐로 아시아에서 창궐한 코로나19는 유럽으로 미국으로 확산 추세다. 오히려 중국과 한국의 증가세가 주춤한 반면 이탈이아의 경우 하루 만에 확진자 수가 4천 명 이상 불어나고 사망자 수도 중국을 넘으며 유럽 대륙을 위협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재앙이 된 코로나19에 대한 대처 및 예방을 위한 마스크 착용을 국가별, 대륙별 차이로 홀대하거나 적대시하면 안 된다. 유럽과 미국에서 마스크를 쓴 아시안계를  향해 침을 뱉거나 물을 뿌린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우울하다. 

지금은 글로벌 시대다. 이런 이유로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빠르게 전파됐지만 오히려 감염병을 막는 자세 역시 글로벌 시대에 걸맞아야 한다. 이제는 각국의 복면 문화에 대한 문화적 차이를 잠시 접고 국제적 재앙이 된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국제적으로 협력해야 할 때다. 지구가 돌 듯 코로나19가 다시 유럽에서 아시아로 넘어오지 말라는 법도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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