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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메르켈 리스크` 급부상…불확실성 커지는 유럽

김덕식 기자
입력 : 
2018-10-30 17:40:54
수정 : 
2018-10-30 20:3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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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잇단 선거 참패에
2021년 총리 사임 선언
입지약화돼 임기 못채울수도

브렉시트·난민·재정위기
산적한 난제 풀 리더 없어
사진설명
'유럽의 어머니'로 불리며 유럽연합(EU)을 이끌어왔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021년 임기를 끝으로 물러나기로 발표한 이후 정치적 후폭풍이 거세질 전망이다. 2005년 독일 총리에 취임한 메르켈 총리는 2010년 불거진 그리스발 유럽 재정위기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최근 난민 사태에 이르기까지 유럽을 진두지휘했다. 그가 정계 은퇴를 예고하면서 EU의 구심점이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끔찍한 세계대전을 두 번 겪은 이후 하나의 유럽을 목표로 결성된 EU 앞에는 당장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와 이탈리아 재정위기, 극우정당 득세 등 EU를 위협하는 난제가 쌓여 있기 때문이다. 메르켈 총리는 임기가 만료되는 2021년까지 독일을 이끌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공식 퇴임 전부터 정치적 불안정과 혼란이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선거에서 메르켈 총리가 속한 기독민주당이 연이어 실망스러운 성적을 거두면서 대연정이 언제든 깨질 수 있는 상황에 몰린 탓이다. 메르켈 총리 후임을 둘러싸고 독일에서는 정치적 내분이 격화하고 이에 따른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다. 이에 메르켈 시대 때 독일이 보여준 유럽과 국제사회를 이끄는 모습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메르켈 총리는 2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어 일련의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이번 총리 임기를 마치고 은퇴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독일 정치 상황이 그의 임기를 보전해줄지는 미지수다. 집권 연정에 참여한 사회민주당은 연정에서 탈퇴한 뒤 야당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 다른 연정 상대인 기독사회당 역시 바이에른주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기민당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당국자들이 오는 12월 기민당 전당대회에서 정부 지도자 교체를 논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메르켈 총리에 대한 의회 불신임투표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메르켈 총리의 정치적 시야는 독일을 넘어섰지만, 그의 후계자들은 독일 바깥 상황을 살피기보다는 기민당과 독일에서 입지를 다지는 데 급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15년 메르켈 총리가 난민을 수용한 이후 독일 극우 정당은 크게 성장했다. 이미 유럽 전역에서 극우 세력이 활개를 치고 있다. '난민 엄마'를 자처했던 메르켈 총리마저 독일 정가에서 퇴장하면 독일은 물론 유럽 내 극우주의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점쳐진다. 꾸준함과 연속성의 상징이었던 메르켈 총리 이탈은 대륙의 정치적 안정과 합의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이 가장 큰 위험에 처해 있음을 의미한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다만 메르켈 총리 부재로 인한 유럽 불확실성을 과장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도 이어지고 있다. 라슬로 언도르 전 유럽집행위원은 가디언에 "이 드라마는 메르켈의 몰락이 아니다. 이는 사회민주당의 붕괴"라며 "메르켈 총리가 부재하더라도 독일 정치의 구조적 중요성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을 넘어 국제 관계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메르켈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 기조에 맞서는 EU 최장수 지도자였다는 점에서 EU 항로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게 됐다.

메르켈 총리의 뒤를 이어 독일 기민당 새 대표로는 아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워 기민당 사무총장과 옌스 슈판 보건부 장관, 아르민 라셰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총리 등이 거론되고 있다. 메르켈 총리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크람프카렌바워는 메르켈 총리의 실용주의, 절제된 스타일 등 닮은꼴 때문에 '미니 메르켈'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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