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그리구라' 골프 치는 '뻐꾸기 골프'도
"나 스스로 재미가 우선, 일반인과 소통도 덤"
KBS엔터테인먼트 유튜브 채널에서 자사에 강펀치를 날리고, 아들 동현(그리)의 소속사에 찾아가 대표를 ‘디스’(깎아내림)하고…. 지난 20일까지 4개 에피소드가 공개된 유튜브 콘텐트 ‘구라철’에서 볼 수 있는 방송인 김구라의 모습이다. “앞으로 2~3년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방송가의) 고비다”라고 선포하며 시작된 김구라의 ‘구라철’은 ‘여러분이 궁금해하는 모든 것을 거침없이 질문한다’가 모토다. ‘방송3사 구내식당 어디가 제일 맛있을까’ 등 시시콜콜한 주제인데 지난 2월 14일 첫선 이후 3회 만에 총 조회수 130여만회를 넘겼다. 지난 18일엔 아예 채널을 따로 차렸다. 구독자 400만이 넘는 KBS엔터테인먼트에서 ‘채널 독립’을 요청하는 댓글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최근 중앙일보 유튜브 ‘이광기의 생활보물 찾기’(이하 ‘생활보물’)에 손님으로 발걸음한 그는 “유튜브를 왜 시작했나” 하는 기자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새로운 플랫폼 개척 등의 차원이 아니라 “내 욕구를 일깨워줄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라는 게 그의 설명. 예컨대 ‘그리구라’는 “따로 사는 외아들과 자주 만날 새가 없어 방송을 겸해 소통하고 싶은 마음에”, 골프 콘텐트는 “지인들끼리 스트레스 풀러 재미있게 치는 모습 그 자체를 담을 수 있어” 시작했단다. 방송 포맷에 꿰맞춘 캐릭터가 아니라 김구라라는 자연인의 취미‧욕구가 그대로 콘텐트가 되고 호응을 이끈다는 얘기다.
‘생활보물’에서도 30여년 소장한 팝앨범(LP)들을 애장품으로 소개하면서 웬만한 음악평론가 못지않은 내공을 자랑했다. 블루아이드 소울의 대표주자 대릴 홀 앤 존 오츠를 가리켜 “1980년대 빌보드 차트 톱40을 가장 많이 기록한 팀”이자 “올리비아 뉴튼 존의 피지컬(Physical)을 끌어내리고 싱글차트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고 주석을 다는 식이다. 앞서 MBC 음악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이나 ‘라디오스타’ 등에서 간간히 보인 지식을 그야말로 ‘TMI’(깨알같은 정보를 뜻하는 인터넷 속어)’로 펼쳤다. 그러면서 진행자인 이광기에게 “인맥에 기대서는 프로그램 오래 못 간다, 콘텐트가 생명이다” 라며 ‘뼈 때리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예컨대 ‘뻐꾸기 골프’도 일상적인 주말 ‘백돌이’ 골퍼들의 자존심 대결이 주를 이루는데 매회 수만~수십만 조회수를 내고 있다. 김구라는 “TV 골프채널과 몇 번 얘기를 해봤는데, 아무래도 골프의 본질에 충실하느라 엄숙한 느낌 같은 게 있어서 안 맞았다”며 “우리 걸 보면서 40~50대 애호가들이 ‘맞다, 골프란 이런 거지’ 해줘서 그 재미에 한다”고 말했다. “저도 비거리 안 나는 편인데 박사장님(박노준) 보고 위로받는 느낌”이라는 댓글이 줄 잇는다.
외식사업가 백종원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백종원의 요리비책’이 구독자 363만명을 넘기는 등 셀러브리티의 개인 채널이 활발하다. 김구라는 “유튜브 세 개 모두 제작사와 협업 속에 하는 것이고, 내가 제작까지 할 역량은 안 된다”면서 “TV 방송이든 유튜브든 각 프로 별로 흥미로운 걸 하는 편이 즐겁다”고 했다. 김구라 채널이 가능할지는 각 콘텐트에 쌓이는 ‘좋아요’와 ‘구독’에 달렸단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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