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코의 예술철학/비트 바이 비트/처음 만나는 조경학… 외 50권

▲ 푸코의 예술철학 = 조지프 J. 탄케 지음. 서민아 옮김.

인간 사고체계와 지식이 권력 산물이라고 본 미셸 푸코(1926∼1984) 예술비평을 분석했다. 부제는 ‘모더니티의 계보학’.

미국 하와이대 교수인 저자는 벨라스케스 ‘시녀들’, 마네 ‘올랭피아’, 마그리트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등 다양한 미술 작품으로 푸코 예술철학을 분석해 “푸코는 예술, 특히 현대 예술을 부당한 합의에 반대하는 능력, 우리의 관습에 문제를 제기하는 능력, 새로운 가치관을 받아들이는 능력을 지닌 반문화적인 힘으로 이해했다”고 강조한다.

이어 “푸코는 역사적 특수성이라는 관점에서 예술을 사고하고 분석하려 했으며, 예술은 현장과 그에 대한 응답을 모두 보여준다고 판단했다”고 주장한다.

그린비. 328쪽. 2만3000원.

▲ 비트 바이 비트 = 매슈 살가닉 지음. 강정한·김이현·송준모·윤다솜 옮김.

사회관계망과 컴퓨터 사회과학을 연구하는 미국 프린스턴대 사회학과 교수인 저자가 디지털 시대에 적용할 만한 연구 방법론을 제시했다.

빅 데이터를 성공적으로 탐구하기 위해 사용하는 연구 전략, 설문조사 결과와 빅 데이터를 결합하는 방법, 대규모 협업을 통한 문제 해결 등을 설명했다.

이어 연구자들이 미래에 경험할 것으로 예상되는 윤리적 문제를 짚고,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적었다.

지난해 미국출판협회가 탁월한 학문적 성과를 낸 학술서에 주는 ‘프로즈’(PROSE) 상을 받았다.

동아시아. 536쪽. 2만8000원.

▲ 처음 만나는 조경학 = 김아연·한봉호 외 지음.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교수 9명이 쓴 조경학 개론서.

조경 가치와 의미, 현대 조경설계 흐름, 경관에 기록된 역사, 조경설계 영역과 실천, 융합을 통한 지속가능한 공간 의사결정에 관한 글을 수록했다.

저자들은 “조경을 잘하려면 다양한 학문에 걸쳐 폭넓은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며 “조경가는 건축가, 도시계획가, 공학자와는 달리 자연을 다룬다. 20세기 중반에 자연이라는 개념이 생태로 대체되면서 조경의 계획과 설계는 전환점을 맞이했다”고 주장한다.

일조각. 358쪽. 2만4000원.

▲ 건강 공부 = 엄융의 지음.

새로운 바이러스와 질병의 등장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기초의학자이자 서울대 명예교수인 저자는 누구나 막연히 알고 있지만 막상 지키기 힘든 기본적 건강관리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대부분의 질병은 무분별한 검사나 치료보다 식습관 조절과 꾸준한 운동, 생활습관 개선, 스트레스 대처 등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건강의 정의부터 올바른 스트레스 관리법, 식습관 개선을 위한 제언, 화학물질과 미세먼지 속에서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 신종 바이러스와 새로운 질병으로부터 내 몸을 지키는 생활습관까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 알아야 할 기초 상식을 일러준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을 단순히 질병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신체적ㆍ정신적ㆍ사회적으로 완전하게 양호한 상태라고 정의한다. 이 세 가지 조건을 다 갖추지 못하면 건강하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모두 건강하십니까?’라고 물으며, 단순히 병이 없다고 건강한 것은 아니라고 조언한다.

건강하게 먹고 살기 위해 알아야 하는 수칙은 간단하다. 좋은 음식을 먹고 나쁜 음식은 거르되 적당한 양을 올바른 방법으로 먹으면 된다. 저자는 이 원칙에 기초해 몸에 좋은 음식과 그렇지 않은 음식을 소개하며, 건강을 지키는 올바른 식습관과 생활습관도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창비. 240쪽. 1만5000원.

▲ 제3기 인생혁명 = 최재식 지음.

“은퇴! 이제 진정한 우리 자신으로 돌아갈 자유를 얻었다. 본래의 나답게 행동할 수 있는 자유를 말이다. 진정한 삶을 향한 껍질 깨기를 시작하자. 우리는 위대한 가능성을 자신의 내면에 간직하고 있다. 세월은 가는 게 아니라 오는 것이다.”

은퇴는 멈춤이 아니라 새로운 비상이라고 힘을 실어주는 저자(65)는 “인생의 시간은 그 어느 시간이든 소중하고 평등하다. 과거에 갇히지 말고 과거를 딛고 미래로 일어나보자”고 역설한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이사장을 지낸 저자는 변화관리전문가로 이 책에서 은퇴 후 새롭게 시작하는 제3기 인생의 가치를 알려주며 이 시기를 진정한 성장과 도약으로 삼는 비법을 들려준다.

‘제3기 인생’을 제안한 선구자는 영국의 역사인구학자 피터 라슬렛이었다. 그에 따르면 제1기는 성인이 되기 위해 준비하는 첫 25년이며, 제2기는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시기이고, 제3기는 은퇴 이후의 생애 단계다.

저자는 은퇴 후의 개인적 성장과 사회적 기여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부여하면서 이 시기를 만드는 중요한 요소로 다양한 활동, 노년에 대한 인식의 전환 등을 꼽는다. 남은 인생을 잘 보내려면 적극적인 사회활동과 함께 하고 싶고 마음을 채울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크레파스북. 336쪽. 1만1200원.

▲ 지름길을 두고 돌아서 걸었다 = 박대영 지음.

우리나라 사계절을 담은 50여 장의 사진과 길 위에서 느낀 따스한 감상을 담았다. SBS에서 27년차 방송기자로 일하고 있는 저자는 나이 마흔 이후의 삶에서 느끼는 인생의 낭만과 행복을 도보 여행이라는 테마로 맛깔나게 풀어나간다.

저자는 국내 도보 여행의 명소 24곳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운동’인 걷기로 후반기 삶을 헤쳐나갈 용기를 얻는다. 파주의 감악산 바위틈에 핀 들꽃을 시작으로 숲길, 바닷길, 둘레길 가리지 않고 걸음을 옮기며 그 옛날 같은 길을 걸었던 이들의 삶을 반추해보고, 자신의 어린 시절의 추억도 되새겨본다.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지만 혼자 걸었을 때 비로소 제대로 보이는, 소박하지만 특별한 무언가를 발견하고 깨달아가는 여정이다.

저자의 걸음을 따라가다 보면 이미 잘 안다고 생각하는 우리나라 곳곳에 이토록 많은 이야깃거리와 숨은 풍경이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게 된다. 그냥, 걷는 게 좋았다는 저자는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고 묻는다.

“앞만 보고 달렸고, 그렇게 나이를 먹었다. 그러다 문득 중년이라는 고갯마루에 멈춰 서서 지나간 날들을 되돌아본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더난출판사. 320쪽. 1만5000원.

▲ 햇빛의 과학 = 린다 게디스 지음, 이한음 옮김.

영국 출신 과학저술가가 햇빛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설명한다.

잘 알려진 대로 햇빛을 쬐면 우리 몸에서 비타민 D가 생성된다. 비타민 D가 부족할 경우 구루병과 뼈 통증, 골절, 근육 약화를 불러온다. 심장병과 뇌세포 발달, 면역 세포의 활동, 상처 치유에도 비타민 D가 큰 역할을 한다.

여름에 태어난 아기는 겨울에 태어난 아기보다 혈액의 비타민 D 농도가 두 배 더 높고 당뇨병, 천식, 고혈압 등은 겨울에 낮이 짧고 햇빛이 약한 고위도 지역 사람들에게 더 흔하다.

최근에도 햇빛 노출이 아동 근시를 막아 주며 다발성경화증은 위도가 높을수록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것과 같이 햇빛과 건강의 관계를 밝혀 주는 연구 결과가 잇따른다.

햇빛의 또 다른 역할은 우리 생체 리듬, 전문 용어로 ‘하루 주기 리듬(circadian rhythm)’의 형성을 주도한다는 것이다. 우리 유전자 중 거의 절반은 이 리듬의 통제를 받는다고 한다. 암, 알츠하이머병, 제2형 당뇨병, 관상 동맥 질환, 조현병, 비만 등 주요 질병 관련 유전자가 이에 포함된다.

많은 현대인은 낮에는 햇빛을 피하고 밤에는 인공조명을 쬔다. 이 같은 생활습관이 건강을 해치고 여러 질병을 초래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햇빛이 우리 몸에 이토록 깊고 넓은 영향을 미치는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가 자전하는 위성에 살기 때문이다. 저자는 “우리는 태양의 아이들이며, 그만큼 햇빛을 필요로 한다”는 문학적 표현으로 이를 요약한다.

해리북스. 304쪽. 1만5800원.

▲ 다섯 개의 초대장 = 프랭크 오스타세스키 지음, 주민아 옮김.

미국 최초로 불교계 호스피스를 창립해 지난 30여년간 죽음을 앞둔 수천 명의 사람과 삶의 마지막을 함께한 불교 선사가 삶과 죽음의 의미를 성찰한다.

저자는 죽음을 앞에 둔 사람들과 함께하며 왜 사람들은 죽음을 앞두고서야 하루, 한 시간, 일 분, 일 초를 아까워하며 매 순간의 소중함을 깨닫는 것인지, 그리고 죽음을 목전에 두었을 때 비로소 행한 용서, 깨달음, 사랑 등을 삶 속에서 행할 수는 없었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저자가 죽음을 지켜본 이들 가운데 한 여성은 어린 시절 자신을 학대한 오빠가 사과하자 “오빠, 내 주변에는 온통 사랑뿐이야, 누구를 탓하거나 그런 일은 없어”라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다른 여성은 그와 반대로 자신을 학대한 계모에게 “당신 싫어요. 평생 증오해 왔다고요”라는 말을 남겼다.

저자는 각각의 죽음에 대해 가치 판단을 내리는 대신 이들이 죽음의 직전에 가서야 대면하게 되는 삶의 진실을 지금 이 순간에도 마주할 수 있음을 깨닫는 기회로 삼자고 말한다.

저자가 보기에 죽음은 삶에서 멀리 있는 듯하지만, 실은 우리 삶 곳곳에 널려 있다. 이렇게 보면 죽음을 두려워하고 기피하기보다는 오히려 직시하면서 인생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찾아내도록 도와주는 ‘비밀 스승’으로 삼는 것이 지혜롭다.

저자는 죽음이라는 스승이 알려주는 삶의 의미를 좇아가는 구체적인 방법을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죽음의 순간까지 기다리지 말자’, ‘세상 그 무엇이든 널리 환영하고 아무것도 밀어내지 말자’, ‘오롯이 온전한 자아로 경험에 부딪히자’, ‘어떤 상황 속에서도 평온한 휴식의 자리를 찾자’, ‘초심자의 열린 마음을 기르자’ 등이다.

판미동. 516쪽. 1만8000원.

▲ 런던의 헨델 = 제인 글로버 지음, 한기정 옮김.

독일에서 태어났으나 27세에 영국 런던으로 건너간 후 그곳에서 50여년을 살며 걸작을 연달아 작곡한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의 인생과 음악적 여정을 다룬 전기다.

세계 곳곳에서 헨델 작품을 지휘한 이탈리아 지휘자이자 음악감독인 저자는 특히 ‘메시아’에 상대적으로 가려진 헨델의 오페라들을 중심으로 그의 런던 시절을 조명한다.

헨델 스스로 가장 자신 있다고 생각했고 가장 열정을 기울인 장르는 오페라였다. 젊은 시절 고향인 독일 할레에서 교류한 많은 음악 동료가 그에게 오페라에 대한 관심을 키워줬고 토스카나 대공의 아들이 오페라의 본고장 이탈리아로 초대해 준 일은 그가 오페라에 대해 평생 애정을 갖게 된 계기가 됐다.

헨델은 30대 이후 해마다 두 편 이상의 오페라를 작곡했을 뿐만 아니라 직접 외국까지 나가 가수를 발굴하고 훈련하고 오페라 단장까지 맡는 등 오페라를 향한 대단한 의지와 무한한 에너지를 보여줬다.

그가 런던에 정착하게 되는 과정과 런던에서 교류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하노버 왕가의 후원이 성에 차지 않아 영국으로 떠난 헨델은 바로 그 하노버 왕가 출신으로 영국 왕이 된 조지 1세와 다시 만나게 되고 운명 같은 인연을 받아들인다. 조지 1세를 비롯한 하노버 가문은 그 후 헨델의 음악 인생에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헨델이 활동하던 18세기 초 영국은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오페라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고 회원권·시즌권·정기권과 같은 다양한 방식의 회원제를 시행하며 오페라 대중화의 기반이 잘 갖춰져 있었다.

영국인들은 독일 출신인 헨델을 자국민처럼 여기고 사랑했으며 50여년을 런던인과 함께한 그는 영국 음악의 기준이 됐다. 천재 음악가와 그를 사랑한 도시가 만들어낸 위대한 조합이었다.

뮤진트리. 524쪽. 2만4000원.

▲ 왜 정권이 바뀌어도 세상은 바뀌지 않는가 = 신재민 지음.

유튜브와 기자회견 등을 통해 ‘민간기업에 대한 청와대 인사개입 의혹’과 ‘적자국채 발행과 관련한 청와대 외압 의혹’을 폭로했던 전직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당시 미처 하지 못한 말들과 관련 자료를 책에 담았다.

저자는 2018년 3월 KT&G 사장 연임에 국가가 개입한 정황이 담긴 보고서를 방송에 제보했다가 기재부의 반박과 청와대 감찰에 직면하자 좌절감과 죄책감을 느껴 기재부를 그만두고 자신의 신상을 드러낸 채 이들 의혹을 폭로하기에 이르렀다.

그 후 기재부의 고소·고발과 청와대, 여권의 집중 공격을 감당하기 어려웠던 그는 홀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다.

저자는 책에서 자신의 경험을 들어 ‘촛불혁명’으로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청와대가 또 하나의 강력한 정부 역할을 함으로써 행정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 시스템은 여전하다고 주장한다.

또 기재부에서 근무할 때 국회 대응 업무를 하면서 지켜본 국회의원들의 행태를 고발한다. 그가 본 국회의원들 가운데는 동일한 정책에 대해서 정치적 입장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가 하면 로비스트나 다름없는 행태를 보이고 법률안을 살피지도 않고 심사하거나 공무원을 사적으로 부려먹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이밖에 한때 동료였던 행정부 공무원들과 언론의 문제점과 정부 정책 수립과 집행 과정의 근본적 결함, 특히 재정관리와 예산관리, 채무관리의 맹점을 고발한다.

유씨북스. 368쪽. 1만8800원.

▲ 야생의 위로 = 에마 미첼 지음, 신소희 옮김.

동식물과 광물, 지질을 연구하는 박물학자이며 디자이너이자 창작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자연이 주는 위안에 관해 이야기한다.

우울증에 시달리던 저자는 어느 봄날 강렬한 공포와 참을 수 없는 무기력을 느끼며 차를 몰고 도로로 나가 ‘어디에 가면 가장 효율적으로 죽을 수 있을지’만을 생각하며 폭주했다고 한다.

남은 것은 절망과 죽음밖에 없다고 느꼈던 그에게 도로 중앙분리대에서 새로 자라나는 조그만 묘목이 보였고 연한 초록빛의 잎사귀가 그의 눈을 사로잡았다. 초봄의 햇살과 신록이 죽음을 향해 치닫는 감정의 폭풍을 진정시켰고 사라진 줄 알았던 마음의 온전한 부분, 자연에서 치유를 구하는 뇌의 일부분이 깨어났다.

다시 의사를 만나 회복의 여정을 시작한 저자는 가을에서부터 겨울을 견뎌내고 새싹이 움트는 봄과 뜨거운 여름을 지나 다시 가을로 돌아오기까지 1년간 자연과 계절의 변화뿐 아니라 감정의 변화까지 고스란히 기록으로 남겼고 그것이 이 책의 뼈대가 됐다.

저자는 단순히 자연의 치유 능력을 예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인간의 심신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생화학과 신경과학의 연구를 인용하며 숲이나 바닷가 혹은 공원을 산책할 때 느끼는 감정 변화를 뇌 내의 화학작용과 호르몬의 변동에 대입해 설명한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산책과 야생 동식물 관찰이 시시때때로 덮쳐오는 우울과의 일상적 전투에 강력한 우군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푸른숲. 272쪽. 1만8900원.

▲ 친밀한 성범죄자 = 안병헌 지음.

지금까지 성범죄자 300여 명을 만나 재범 방지와 사회 복귀 지원 활동을 해온 현직 보호관찰관이 성범죄 및 성범죄자의 특성과 이에 대처하는 방법 등을 안내한다.

실제 성범죄가 일어난 장소와 시간, 가해자와 피해자의 상태 등을 소개하면서 여러 상황별로 대처 방법을 조언한다.

예를 들어 귀여운 강아지를 내세워 경계심을 누그러뜨린 뒤 인적이 드문 곳이나 자기 집 같은 곳으로 유인해 성폭행하는 것은 성범죄자들의 고전적인 수법 가운데 하나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대부분의 사람은 그 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기 때문에 낯선 이에게 함부로 만지게 하지 않는다. “강아지 만져보겠느냐”면서 접근하는 사람은 의심하는 것이 좋다.

빈집이나 재개발 예정지는 성범죄자들이 범행 장소로 선호하는 곳이다. 이런 곳은 지나다니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만 어쩔 수 없다면 가족들에게 연락해 마중 나오게 하거나 둘 이상이 함께 다니는 것이 좋다. 늘 일정한 시간에 이런 곳을 지나가면 범죄자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있으니 가능한 한 이를 피해야 한다.

노출증 환자, 일명 ‘바바리맨’을 만나면 당황해서도 안 되고 조롱하거나 비난해서도 안 된다. 양쪽 다 범죄자를 자극해 폭력성을 드러내게 할 수 있다. 침착하게 사람이 많은 곳으로 피하는 것이 가장 좋다.

저자는 신종 마약, 불법 촬영, 성범죄 등의 통계를 들면서 “대한민국은 절대 안전하지 않으며 누구도 범죄 피해로부터 예외일 수 없다”고 경고한다.

또 성범죄자들이 의외로 평범한 이웃이며 인상이 좋고 가족과 애인이 있으며 친절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 이 같은 겉모습만 보고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슬로디미디어. 244쪽. 1만4800원.

▲ 궁핍한 시대의 시인, 횔덜린 = 장영태 지음

독일 시인 프레드리히 횔덜린 탄생 250주년을 맞아 그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되짚었다.

난해하지만 괴테에 필적하는 뛰어난 서정시를 쓴 것으로 평가되는 그의 탄생부터 성장기, 프랑크푸르트 시절, 홈부르크 시절 등을 따라간다.

한국독어독문학회장을 역임한 장영태 홍익대 명예교수가 썼다. 횔덜린에 대한 전문적 연구를 바탕으로 펴낸 횔덜린 평전이자 비평서다.

시와진실. 628쪽. 3만8000원.

▲ 오웰의 코 = 존 서덜랜드 지음, 차은정 옮김

전기 작가이면서 문학 평론가인 존 서덜랜드가 천재 작가 조지 오웰의 삶을 추적했다.

서덜랜드가 후각 기능을 잃고서 오웰의 작품에 천착하면서 느낀 감각을 바탕으로 풀어낸 책이다.

오웰의 삶과 작품에서 풍기는 독특한 향기와 냄새를 발견해보자. 

민음사. 460쪽. 2만2000원.

▲ 옥스퍼드 음식의 역사 = 제프리 M. 필처 엮음, 김병순 옮김, 주영하 감수·해제

이른바 ‘먹방’(먹는 방송)은 어느 순간 TV 프로그램에 흔히 등장하는 인기 콘텐츠가 됐다.

연예인들이 음식이 맛있다는 식당에 몰려가 호들갑스럽게 식사를 하고, 요리사들이 나와 대결을 펼치는가 하면 요리 연구가가 장사가 잘되지 않는 음식점을 찾아가 조리 방식과 영업 비밀을 전수한다.

음식은 일상 문화로 깊숙이 들어왔지만, 학문 주제로서는 여전히 낯설게 느껴진다. 하지만 2012년 영국에서 나온 학술서를 번역한 두툼한 신간 ‘옥스퍼드 음식의 역사’는 이러한 생각을 뒤집어준다.

이 책은 음식사를 연구하는 제프리 필처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가 엮었고, 미국·캐나다·영국·호주 학자들이 필자로 참여했다. 전공은 역사학, 인류학, 사회학, 민속학, 지역학, 지리학, 종교학, 영양학 등 다양하다.

음식의 역사, 음식학, 생산수단, 음식의 전파, 음식공동체라는 5가지 대주제에 딸린 27개 세부 주제는 ‘음식의 노동사’, ‘음식과 젠더 문제’, ‘패스트푸드’, ‘식품체제’, ‘민족 음식’처럼 다소 딱딱하다.

‘음식의 윤리적 소비’나 ‘음식과 사회운동’을 주제로 글을 쓴 일부 연구자는 지속가능한 성장과 음식 간 접점을 찾는 시도를 했다.

역자도 후기에서 “이 책은 다루는 분야가 매우 방대하고 수많은 전문용어와 저작, 학자가 등장한다”며 “일반 대중보다는 음식과 관련된 전문가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내용이 매우 전문적”이라고 밝혔다.

음식 관련 도서를 많이 쓴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가 감수하고 해제를 썼다. 그는 책 제목을 ‘인문사회과학적 음식학 이론’ 혹은 ‘비판적 음식인문학의 이론 27가지’로 바꿔도 괜찮을 듯하다고 했다.

따비. 848쪽. 6만5000원.

▲ 일주일 만에 사랑할 순 없다 = 김동식 지음

2018년 ‘회색 인간’으로 데뷔한 김동식의 신작 소설집이다.

카카오 페이지 연재 당시 반응을 얻은 작품과 신작 등 단편 23편을 실었다.

공상과학소설(SF)과 판타지, 스릴러 등을 쓴 작가가 이번엔 처음으로 로맨스에 도전했다.

표제작은 지구 멸망을 일주일 앞두고 사랑에 빠진 남녀의 로맨스와 생존 이야기를 그린다. 평범한 순경과 특별한 능력을 갖춘 여성이 만나 예고된 운석 충돌로 올 종말을 막고자 소중한 일상을 지켜내고자 분투한다.

김동식은 독특한 이력의 작가다.

성장기에는 성남, 부산, 대구 등지를 옮겨 다녔고 2006년 상경해 성수동 주물공장에서 일했다. 2016년부터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창작 글을 올려 3년 동안 500여편이 넘는 단편소설을 썼다. 오늘의 작가상 최종 후보에 오른 적도 있다.

요다. 392쪽. 1만3000원.

▲ 달팽이 = 심은영 지음

교단에서 일한 작가가 체험을 바탕으로 쓴 자전적 고발 소설이다.

학교 연구부장 교사가 자기 학교에 다니는 딸의 내신등급을 올리려고 부정행위를 하고, 회식 자리에서 교감은 여교사한테 성추행을 태연히 일삼는다.

여학생이 성폭행을 당했는데도 문제아라는 이유로 외면하는 모습, 교사들에 대한 억압, 교권 침해 등 학교 현장의 많은 문제점이 드러난다.

문제는 이런 일들이 작가의 상상이 아니라 작가가 대부분 실제로 겪은 일들이라고 한다. 그래서 더 충격적이고 부끄럽게 다가온다.

작가 심은영은 대학 졸업 후 중·고교 교사로 일했으며, 10권이 넘는 장편소설과 에세이를 펴냈다.

창해. 368쪽. 1만5000원.

▲ 리처드 매시슨 = 리처드 매드슨 지음, 최필원 옮김

20세기 호러 문학의 선구자로 불리는 리처드 매시슨의 단편 33편을 모은 선집이다.

매시슨은 ‘나는 전설이다’, ‘줄어드는 남자’ 등의 장편 소설로 유명하지만, 130편에 이르는 단편도 미국 장르 소설의 범전으로 남았다.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미국 장르 소설을 이끌었고, 스티븐 킹, 스티븐 스필버그 등에게 절대적 영향을 끼쳤다.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36번째 시리즈다.

현대문학. 644쪽. 1만7000원.

▲ 타인의 해석 = 말콤 글래드웰 지음, 유강은 옮김

1995년 미국 텍사스의 패트릭 데일 워커라는 젊은 남자가 전 여자친구를 총으로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치고 체포됐다. 판사는 구속된 그를 보석으로 풀어줬고 보석금까지 100만달러에서 4만달러로 대폭 낮췄다. 그에게 전과기록이 없었다는 것도 유리하게 작용했지만, 판사가 보기에 그가 ‘차분하고 온순한 젊은이이며 후회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 관대한 처분의 결정적 사유가 됐다. 그러나 보석으로 풀려난 지 4개월 만에 워커는 결국 전 여자친구를 총으로 살해하고 말았다.

‘아웃라이어’, ‘다윗과 골리앗’, ‘블링크’ 등 베스트셀러 저자 말콤 글래드웰이 쓴 ‘타인의 해석’(원제 Talking To Strangers: What We Should Know About the People We Don’t Know·김영사)은 이처럼 명석한 두뇌와 많은 자료를 지닌 사람들이 타인을 잘못 판단하는 이유에 관한 분석서다. 저자는 이 문제를 규명하느라 3년여에 걸쳐 수많은 인터뷰를 하고 수백 권의 책을 읽었으며 심리학, 문화인류학 등의 연구 결과를 검토했다고 한다.

흉악범을 알아보지 못한 판사 이야기는 인간의 판단력의 한계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 미국 뉴욕의 형사 피의자 55만4689명 가운데 판사가 보석을 허용한 사람은 40만명이었다. 한 연구팀이 인공지능에 공소 기록을 입력해 보석 대상자 40만명을 가려내게 했더니 이들이 재판 기간 중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판사가 가려낸 보석 대상자보다 35%나 낮았다. 판사들은 범죄 기록뿐만 아니라 보석 심문을 통해 피의자를 직접 보고 판단할 수 있는 이점이 있었는데도 잘못된 판단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오히려 ‘직접 대면’이 오판의 요인이 됐다고 분석한다. 사람들은 타인을 만날 때 그의 표정, 말투, 시선, 행동 등을 통해 진실성을 가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사람의 겉모습이 진실을 반영한다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전제가 잘못됐다. 저자는 이를 ‘투명성 가정의 실패’라고 부른다. 거짓말을 할 때 어떤 표정을 지을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능숙한 거짓말쟁이는 신뢰감을 주는 표정으로 상대방을 속일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전야에 영국 총리 네빌 체임벌린이 “전쟁을 할 생각이 없다”는 아돌프 히틀러 말에 속아 넘어간 것은 그를 여러 차례 만나 직접 이야기를 나눈 결과 믿을 만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체임벌린뿐 아니라 히틀러를 만난 많은 영국 정치인이 비슷한 생각을 했다. 히틀러의 전쟁 의지를 제대로 본 것은 그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던 윈스턴 처칠이었다.

타인을 잘못 판단하는 또 하나의 요인은 저자가 ‘진실 기본값’이라고 부르는 인간의 기본적 성향이다. 진위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사람들이 타인을 판단할 때는 ‘거짓’보다는 ‘진실’ 쪽에 기본값을 설정하기 때문에 의심해야 할 순간에 의심하지 못하고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으로 넘어가고 만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요인이 작용한 오판 사례로 정보기관 내부의 이중간첩, 사건, 사상 최대 규모의 다단계 금융사기라고 불리는 버니 메이도프 사건, 미국 최대의 미성년자 성추행 스캔들 가운데 하나인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 풋볼팀 코치 게리 샌더스키 사건 등을 검토한다. 이들의 비행을 감독하고 적발했어야 할 사람들은 명석했고 의심 가는 정황을 발견해 사건을 바로 잡을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진실 기본값’의 벽을 넘지 못하고 비행이 장기간 이어지는 것을 결과적으로 방치하고 말았다.

저자가 타인을 오판하는 요인으로 든 세 가지 가운데 마지막은 ‘결합성’의 문제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자살 사례들이 제시된다. 우리는 자살을 결심한 사람이라면 어떤 방법을 쓰든 자살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자살 수단에 접근할 수 있느냐가 중대한 변수다. 영국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을 초래하는 도시가스 대신 일산화탄소가 거의 나오지 않는 천연가스로 가정 연료가 교체된 이후 일산화탄소 중독 자살이 크게 줄어들고 ‘자살 명소’였던 미국 샌프란시스코 금문교에 자살 방지 시설이 설치된 후 이곳에서 발생하는 자살 역시 감소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타인을 판단하고 타인에게 다가서는 전략은 이 같은 세 가지 오류 요인들을 배격하는 것인가. 저자가 보기에 문제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특히 ‘진실 기본값’이 인간의 본성이 된 데는 나름대로 진화론적 의미가 있다. 타인을 대할 때 최대한 부정적으로 보고 의심하는 것은 그에게 속아 피해를 보는 것 못지않게 개인과 사회에 해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낯선 이를 해독하는 우리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는 “투자자들이 모사꾼이나 사기꾼을 발견하거나, 우리 보통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사람의 심중을 투시력으로 꿰뚫어 보는 완벽한 기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썼다. 결국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자제와 겸손, 그리고 낯선 이를 파악하는 단서를 찾아내는 관심과 주의이다.

김영사. 472쪽. 1만8500원.

▲ 나는 중독 스펙트럼의 어디쯤 있을까? = 폴 토머스·제니퍼 마굴리스 지음, 조남주 옮김.

45세까지 알코올 중독자였고 가족도 각종 약물 중독으로 고통을 겪은 중독 전문 의사 ‘닥터 폴’과 과학 저널리스트가 함께 중독의 원인과 성격, 치유 방안 등을 설명한다.

저자들은 술이나 게임, 스마트폰, 약물, 마약 등 어떤 종류의 중독이건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것이며 중독은 하나의 ‘스펙트럼’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닥터 폴이 그랬던 것처럼 알코올에 빠졌더라도 용케 출근하고 법적인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도 엄연히 알코올 중독이며 경증 중독이라도 중등도로, 또 중증으로 끝까지 내달릴 위험은 항상 존재한다.

우리는 모두 중독에 취약하다. 그러니 누구라도 중독에 빠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한다면 해결의 첫걸음은 내디딘 셈이다.

저자들은 각자가 ‘중독의 스펙트럼’의 어디쯤 있는지를 판별할 수 있는 진단표를 제시하고 어떤 사람을 특별히 중독에 더 취약하게 만드는 요인들에 대해 살펴본다.

또 통증완화제, 필로폰·각성제, 알코올, 대마초, 게임·도박·음식·쇼핑·인터넷 등 종류별 중독의 증상과 진행 과정을 알아본다.

그리고 치유를 위한 13가지 방법을 소개하면서 중독자 모임, 중독 회복에 도움이 되는 식단, 불안 해소와 수면에 도움이 되는 에센셜 오일 등 세부 내용을 안내한다.

학고재. 456쪽. 2만2000원.

▲ 별난 기업으로 지역을 살린 아르들렌 사람들 = 베아트리스 바라스 지음, 신재민·문수혜·전광철 옮김.

쇠락해가던 프랑스 시골 마을을 되살려낸 청년들의 분투와 고난, 헌신을 담은 이야기다.

책은 1972년 10월 프랑스 남동부 아르데슈 지역의 허물어질 것 같은 방적공장에 세 명의 젊은이가 찾아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들은 지역의 버려진 자원인 양모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 쇠퇴해가는 산업을 되살리고 지역을 재건하기로 뜻을 모은다.

오랜 준비 끝에 이들은 ‘아르데슈’, ‘양모’, ‘양모기술’ 세 단어를 합성해 만든 ‘아르들렌’이라는 이름의 협동조합을 만들고 양모를 재료로 한 제품을 생산해 판매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거리를 두며 미심쩍어하는 주민들도 차츰 이들의 진정성을 인정하게 되고 협동조합의 사업은 박물관 건립, 식당, 서점카페, 지역 산물을 이용한 저장식품 생산 등으로 확대된다.

그리고 40년에 걸쳐 주민들과 함께 각고의 노력을 한 끝에 지금 이곳은 사람들이 떠나지 않고 살고 싶은 마을, 다른 곳에서 사람들이 찾아오는 마을이 됐다.

착한책가게. 360쪽. 1만8000원.

▲ 이미지와 사회: 시각문화로 읽는 현대 중국 = 탕샤오빙 지음, 이현정·김태연·천진 옮김.

사회주의와 포스트사회주의 시기의 중국과 두 시대 간 지속적 상호관계를 시각문화(visual culture)의 틀로 분석한다. 시각문화는 미술사보다 더 크고 유연한 분야로, 현대 자본주의와 일상생활을 탐구하는 문화 연구 분과다.

저자에 따르면 중국 혁명 및 사회주의 문화가 시각문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에 당대 중국 사회를 이해하는 데 시각문화를 통하는 방식은 매우 효과적이다.

저자는 고도 사회주의 시기의 정치 포스터를 예로 들며 이 시기 시각문화는 궁극적으로 중국 민족을 자신의 운명을 책임지는 혁명적 주체로 형상화하고 재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고 분석한다. 집체화와 동원체제 시대의 포스트들이 정치 선전물이었음에도, 거기에는 ‘예술의 자율성’과는 별개의 미학적 고려가 있었다는 것이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와 글로벌화를 비판하기 위해서도 시각문화가 동원된다. 저자가 든 대표적 예는 마오쩌둥 초상이나 사회주의 시기 선전 포스터의 형상으로 작업하는 팝아트 예술가 왕광이다.

왕광이의 방식은 대립하는 시각기호가 변증법적 의미작용을 일으키게 함으로써 관람자들이 신중국의 역사와 현실을 다시금 성찰케 한다.

저자는 또 사회주의 건설 시기부터 1980~90년대 개혁개방 시대에 제작된 영화들을 일관된 하나의 비평적 서사로 엮어내는데, 이는 사회주의 ‘신중국’이 세계화 시대의 ‘중국’이 되는 역사적 과정과 다르지 않다.

돌베개. 445쪽. 2만2000원.

▲ 유럽의 죽음 = 더글러스 머리 지음, 유강은 옮김

서유럽 민주주의 국가에서 공개적으로 이민이나 다문화 사회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는 것은 웬만한 용기를 내지 않고서는 어려운 일이다. ‘인종주의자’나 ‘시대에 뒤떨어진 극우 꼴통’이라는 비난이 빗발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영국 언론인 더글러스 머리가 ‘유럽의 죽음’(원제 The Strange Death Of Europe·열린책들)에서 한 문제 제기는 도발적이다. 그는 “우리가 유럽이라고 알고 있는 문명은 자살을 감행 중”이라고 선언하면서 그 주된 원인이 이민자의 대규모 유입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몇 년에 걸쳐 그리스 동남쪽 끝에 있는 섬들과 이탈리아 최남단의 외딴곳에서부터 스웨덴 북부의 심장부와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교외까지 무수히 많은 곳을 찾아다니며 급증하는 이민과 난민 유입이 초래한 여러 갈래의 실상을 조사했다. 그 과정에서 스펙트럼을 가로질러 다양한 정치인과 정책 입안자, 국경 경비대원, 정보기관, 비정부기구 활동가, 일반 대중, 그리고 무엇보다 유럽에 새로 도착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저자는 이 오랜 여정 끝에 유럽은 이민에 ‘중독’됐고 그에 따라 유럽은 정체성을 상실해간다고 결론을 내린다. 그에 따르면 이 중독의 시작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외국인 노동자들의 입국을 장려하면서부터다. 제국시대 식민지였던 곳의 주민들은 정당성을 갖고 부채의식에 사로잡혀 있던 유럽에 들어올 수 있었다. 노동력도 부족한 터였다.

그렇게 시작된 이민의 물결은 먼저 정착한 사람들이 뒤이어 가족들을 끌어들이면서 점차 막을 수 없는 흐름이 돼 갔다. 유럽의 정치인들은 제국주의의 잔인한 역사를 뛰어넘어 인도주의 강대국으로, 그리고 더 젊고 평등하고 다양한 문화의 대륙으로 거듭나는 데 이민의 물결이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2015년 시리아 난민 사태 이후 유럽의 이민자 인구는 통제가 불가능할 정도로 급증했고 중동, 북아프리카, 동아시아로부터 유입된 사람은 수백만 명에 이르렀다. 그때부터는 이민자 수를 예측하지 못했고 ‘무제한’의 이민 정책은 사회 혼란으로 이어졌다.

이민 중독을 초래한 또 다른 원인은 유럽 스스로 믿음을 상실한 데에 있다. 유럽의 종교, 역사, 정통성에 관한 믿음이다. 물론 과거에도 지역 간 교류는 있었고 이로 인해 획기적 변화가 초래된 적도 많았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도 유럽을 유럽이라고 부를 수 있는 정체성의 핵심은 남아 있어야 할 텐데 지금은 그것이 무엇인지조차 분명하지 않다고 저자는 진단한다.

이민과 다문화에 관해 어떤 관점을 갖든 무슬림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이민으로 유럽 인구 변동과 범죄 증가, 사회 전체의 이슬람화가 초래된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팩트’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1989년 소설가 살만 루슈디 살해 위협, 2004년 마드리드 열차 폭탄 테러, 2005년 런던 지하철 테러, 2001년 샤를리에브도 테러, 2015년 파리 동시다발 테러, 2017년 웨스트민스터 테러, 2017년 맨체스터 경기장 테러 등 무슬림들이 연관된 테러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저자는 이를 ‘무슬림 테러’라고 정확히 불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2017년 출간된 이 책은 영국과 미국에서 17만 부 이상이 팔렸다. 또 일부 유력 언론으로부터 “지난 30여년간 서유럽 각지의 엘리트들이 사회 통합의 실패와 이슬람주의의 부상에 대해 어떻게 눈을 감았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책으로 누구나 설득당한다”(더 타임스)라는 식의 긍정적 평가도 받았다.

그러나 ‘진보적인’ 언론 매체로부터는 “고상하게 꾸민 외국인 혐오를 기술하고 있을 뿐이며 저자가 위협받고 있다고 한 유럽 문화의 정의에 대해서도 제대로 기술하지 못하고 있다”(가디언)고 혹평을 받았다. 정치적 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엇갈릴 수밖에 없는 책이다.

열린책들. 512쪽. 2만5000원.

▲ 고구려 고분벽화에 담긴 철학적 세계관 = 윤병렬 지음.

하이데거 철학을 전공했으나 동서양 철학을 넘나드는 연구와 강연 활동을 하는 저자가 고구려 벽화를 통해 고구려인들의 사유를 탐구한다.

‘선사시대 고인돌의 성좌에 새겨진 한국의 고대철학’에 이은 ‘한국 고대 철학의 재발견’ 프로젝트 일부다.

저자는 고구려 벽화분 다수를 점하는 생활풍속도 벽화를 소개하며 고구려인들의 삶과 여가를 보여준다.

안악 3호분의 부엌과 푸줏간, 수산리 고분의 교예놀이, 무용총의 손님 접대 등에서 하이데거가 말한 거주함의 본질, 즉 평화로움과 보살핌을 떠올린다.

천장에 새긴 우주는 언뜻 하이데거가 땅, 하늘, 신성과 필멸자 실존의 주요 환경이자 존재의 존재 조건으로 명명한 ‘사방(das Geviert)’을 연상케 한다.

저자는 그러나 고구려인들의 세계관에서 인간은 단순한 ‘죽을 자’가 아니라 천상(초월자)과 직접 교류하는 능동적 주체라는 점에서 ‘사방’과 ‘고구려 코스모스’에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한다.

지식산업사. 524쪽. 2만4000원.

▲ 이스트 웨스트 미메시스 = 카데르 코눅 지음, 권루시안 옮김.

미국의 문헌학자 겸 문학사가로 서양 문학의 역사를 분석한 명저 ‘미메시스: 서양문학에서 현실 묘사’를 남긴 에리히 아우어바흐(1892~1957)의 터키 이스탄불 체류 당시 활동을 추적한다.

많은 학자는 나치 박해를 피해 터키로 떠난 아우어바흐의 이스탄불 생활에 대해 ‘망명이 일종의 고립과 같은 상황을 연출했고 그러한 상황이 지적으로, 또한 예술적으로 생산적이었다’는 관점으로 접근한다.

저자는 이 같은 관념을 비판하면서 1930~40년대 이스탄불 면면을 생생히 드러낸다.

아우어바흐가 터키에서 받은 환대는 오래가지 못했고 결국 터키 국적과 안전을 보장해 주는 교수 직위를 포기하고 1947년 아내와 함께 미국으로 이주한다.

그러나 그가 터키에서 완전히 고립됐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아우어바흐는 오스만 제국의 풍부한 인문적 유산을 통해 ‘미메시스’를 완성할 수 있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문학동네. 416쪽. 2만원.

▲ 이상한 수학책 = 벤 올린 지음, 김성훈 옮김.

수학 교사 출신인 저자가 알록달록 ‘이상한 그림’과 유쾌한 농담을 활용해 수학의 개념과 원리를 쉽게 풀어서 설명한다.

수학을 다루지만, 수학 문제나 해설은 단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상한’ 수학책이다.

‘우리가 거리에서 보는 다리나 자전거에는 어떤 기하학 법칙이 숨어 있을까’, ‘로또와 유전 법칙과 보험에서 확률 개념은 어떻게 활용될까’, ‘통계는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승자 독식 방식을 취하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는 어떤 수학 개념이 영향을 주었을까’ 등 우리 생활 속에 숨어 있는 수학의 원리를 탐구한다.

저자는 나아가 단순히 수학 문제를 빨리 풀어서 해답을 도출하는 능력이 월등한 사람이 ‘뛰어난’ 수학자라면 수학의 본질을 꿰뚫고 다른 사람을 이해시키는 능력이 탁월한 사람은 ‘위대한’ 수학자라고 말한다.

북라이프. 512쪽. 2만4000원.

▲ 배심원단 = 마이클 코널리 지음, 한정아 옮김

법정 스릴러로 이름을 날린 마이클 코넬리가 쓴 ‘변호사 미키 할러’ 시리즈 다섯 번째 이야기다.

이 시리즈는 세계 40여개국에 번역돼 1억부가 넘게 팔린 초대형 베스트셀러다.

미키 할러는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전형적인 변호사다. 돈을 밝히고 승리에 집착한다. 높은 수임료 때문에 악인을 주로 변호하기도 한다.

한 매춘부 살해 혐의를 받는 포주의 의뢰를 받은 할러. 그런데 이 매춘부는 과거 자신의 의뢰인이었던 지인이다. 피의자와 피해자를 모두 구하고 싶은 할러는 기발한 변론으로 배심원단을 설득한다.

코넬리는 발표하는 작품마다 베스트셀러에 올린 영미권 흥행 작가이면서 최정상급 추리 스릴러 작가다. 에드거상, 말테스 팔콘상, 그랑프리 등 세계 각국 추리문학상을 휩쓸며 문학성도 인정받았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사건기자 출신인데, 범죄 소설을 쓰려고 먼저 기자로 경험을 쌓았다고 한다. 

알에이치코리아. 512쪽. 1만6000원.

▲ 심장에 수놓은 이야기 = 구병모 지음

도롱뇽처럼 생긴 유럽신화 속 동물 샐러맨더. 강한 독을 지녔고 불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20대 여성 ‘화인’은 목덜미에 이 샐러맨더를 문신으로 그려 넣고서 잃었던 자신감과 의욕을 찾았고 세상의 악을 몸 안에 키운 샐러맨더가 막아줄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문신을 처음 새겼을 때는 힘든 과정을 겪어야 했다. 문신을 발견한 아버지로부터 폭행을 당한다.

이런 아버지의 폭행은 나이 들어 직장에 들어와서도 높은 상사인 ‘상무’의 폭력적 시선과 연결된다. 상무 역시 문신을 가리키며 호통을 친다.

곧 50살이 되는 이혼녀 ‘화인’은 이 문신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는다. 왠지 모를 호감과 함께 시미와 묘한 연대감을 느낀다. 어느 날 화인은 시미에게 일어난 묘한 사건과 비밀을 알아가게 되고 낯선 세계에 발을 들이며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싶어 한다.

아르테. 152쪽. 1만원.

▲ 꼬리가 없는 요호 설화 = 해도연 외 지음

시간 여행을 주제로 한 ‘타임리프 공모전’ 수상 작품집이다.

3회와 4회 수상작 7편과 초청작 2편을 실었다. 젊고 참신한 작가들의 다양한 개성과 시각으로 풀어낸 시간 여행 이야기가 펼쳐진다.

해도연·자우·이나경·정재환·유버들·이경희·위래·남유하가 참여했다.

황금가지. 360쪽. 1만3000원.

▲ 조선인민군 = 김선호 지음.

현대사 연구자인 저자가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아 북한 조선인민군 기원과 형성 과정을 논했다.

미군 노획문서를 분석한 그는 인민군 모델이 소련군이라는 통설을 부정하고, 소련군·중국군·일본군으로부터 고루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조선인민군은 소련군처럼 프롤레타리아 독재 무기나 계급적 군대로 창설되지 않았고, 중국군처럼 인민 대중의 힘에 따른 인민군대로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또 노동당이 인민군을 상대적으로 느슨하게 통제했으며, 이로 인해 인민군이 노동당 내부 파벌주의로부터 비교적 자유롭고 다른 부문보다 빨리 김일성 지도체제를 구축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인민군 창설식, 소련군 철수, 조·소 경제문화협정 체결식 모습과 김원봉·강태무 사진을 수록했다.

한양대학교 출판부. 720쪽. 3만5000원.

▲ 그래프, 지도, 나무 = 프랑코 모레티 지음. 이재연 옮김.

책 제목처럼 그래프, 지도, 나무라는 세 가지 틀로 문학사를 정리했다. 문학에 정량적 연구 방법을 도입한 점이 특색이다. 저자는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를 지낸 이탈리아 출신 영문학자.

그는 18∼20세기 영국·일본·이탈리아·스페인·나이지리아에서 발간된 소설 추이를 그래프로 제시한다. 이를 통해 소설이 유럽 전유물이 아니라 각지에서 독자적으로 발달한 장르임을 입증한다.

이어 영국 작가인 메리 밋퍼드가 쓴 소설 ‘우리 마을’에 나오는 생활공간과 지형 변화를 다양한 지도로 만든다.

마지막으로 다윈 연구에서 차용한 나무 모형을 통해 추리소설이 어떻게 세분화했는지 설명한다.

역자인 이재연 울산과학기술원 교수는 후기에 “모레티는 기존 문학사에서 밝히기 어려웠던 반복과 패턴을 형태적으로 파악하고자 했고, 한 장르의 대표적 작품들만 읽고 그 장르의 전체 속성을 판단하지 말자고 제안했다”고 적었다.

문학동네. 160쪽. 1만6000원.

▲ 아무도 지지 않았어 = 황선미 지음, 백두리 그림

‘마당을 나온 암탉’이 밀리언셀러가 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동화 작가 반열에 오른 황선미의 신작이 나왔다.

1999년 발표한 단편 동화 ‘전쟁놀이’를 화가 백두리와 함께 그림책으로 새롭게 만들었다. 

요즘엔 아이들이 방과 후 학원에 가느라 바쁘고 쉴 때도 유튜브를 보거나 게임을 하면서 혼자 지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불과 20년 전만 해도 골목에 모여 노는 아이들을 볼 수 있었다. 동화는 그런 정겨운 풍경을 담았다.

초등학교 남학생 네 명이 전쟁놀이를 준비하는 모습을 그린다. 친한 친구를 괴롭히는 아이를 혼내주려고 선전포고를 하고 개전일을 기다리며 준비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귀엽다.

일러스트레이터인 백두리의 그림은 배경을 절제해 인물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

황선미는 밀리언 셀러를 두 권이나 기록한 아동도서계의 흥행 보증 수표다. 나쁜 어린이표’, ‘마당을 나온 암탉’ 모두 100만권 넘게 팔렸다. 특히 ‘마당을 나온 암탉’은 영국·프랑스 등 유럽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를 정도였다.

대한민국문화예술상·대통령 표창·세종아동문학상·소천문학상 등을 받았고 서울예술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니어김영사. 48쪽. 1만2800원

▲ 과학이 가르쳐준 것들 = 이정모 지음.

국립과천과학관장 등을 역임하며 대중에게 다가서는 과학관·박물관 만들기에 앞장섰고 과학 대중화를 위한 저술 활동도 활발히 펼쳐 온 저자가 과학적 삶의 태도와 자세에 관해 이야기한다.

지금의 과학기술을 있게 한 과학적 사고와 태도가 우리를 좀 더 행복하게 만들어준다면서 과학이 가르쳐준 교훈을 17가지 개념으로 정리해 제시한다.

실패·질문·모험심·개방성·공감·겸손·협력 등 17개 개념은 과학적 태도일 뿐 아니라 우리의 삶을 풍요롭고 한층 행복하게 확장해줄 삶의 자세이기도 하다.

저자는 특히 ‘실패도 자산’임을 강조한다. 노벨상 수상자들이 핵심 논문을 생산하는 데 평균 17년이 걸렸으며 거기에 이를 때까지 실패를 무수히 반복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우리나라의 연구개발 성공률이 무려 95%가 넘는 것은 오히려 비정상이다.

‘의심하고 질문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도 말한다. ‘권위를 의심하고 스승의 그림자를 마구 밟아야’ 세상이 발전한다는 것이다.

바틀비. 264쪽. 1만4500원.

▲ 편집자처럼 책을 보고 책을 쓰다 = 박보영·김효선 지음.

베테랑 출판 편집자인 저자들이 책을 내려는 ‘예비 저자’에게 도움이 될 만한 노하우를 공개한다.

저자들은 편집자는 책을 읽지 않고 보는 방법으로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말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본다’는 말이다.

편집자들은 책 표지글부터 저자 소개·머리말·목차 등 ‘책의 핵심을 빠르게 훑어보는 방식’을 통해 대중의 필요와 욕구를 파악하고, 다른 저자들이 자신의 콘텐츠를 어떻게 정리하는지 관찰함으로써 차별화된 기획을 만들어낸다.

책은 편집자들의 특별한 ‘책보기’ 기술을 통해 예비 저자들이 강점 있는 콘텐츠를 발굴하고 참신한 기획을 할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활용도 높은 방법들을 소개한다.

이와 함께 ‘책 읽기 전문가’로서 정독·속독·다독·통독 등 여러 독서법의 장단점과 책 읽기 습관 들이기, 어렵고 불편한 책 읽기, 함께 읽기, 밑줄·메모 활용하기 등 책을 효과적으로 읽는 데 필요한 기술을 알려준다.

예미. 260쪽. 1만5000원.

▲ 우리 책과 한국사 이야기 = 부길만 지음.

한국출판학회 회장 등을 지낸 출판 전문가가 책과 기록문화의 관점에서 우리 역사를 들여다본다.

서양에서 권력자들이 인쇄술에 대해 경계감을 드러낸 것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권력자들 스스로 활자 주조에 앞장섰다. 태종은 “책이 없다면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도 없다”고 말했을 정도다.

책을 널리 읽기를 권장한 것도 서양과 다른 점이다. 성종은 “서적을 다량 인쇄해서 싼값으로 공급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별도의 세금을 책정하기도 했다. 정조는 89종, 2490권이나 되는 책을 직접 편찬했다.

이밖에 고려시대 팔만대장경, 직지와 금속활자, 조선시대 서적 외판원과 도서 대여점, 베스트셀러, 조선왕조실록 등 때로는 자랑스럽고 때로는 흥미로운 역사 속의 책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유아이북스. 276쪽. 1만2000원.

▲ 중국과 미국 그리고 한반도 = 안인해 지음.

한국국제정치학회장을 지낸 안인해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한 글을 모았다.

1992년 북한을 방문했을 때 경험을 정리한 서장을 시작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이 펼치는 패권 경쟁, 김영삼 정부 이후 외교 정책을 기술했다.

저자는 북·미 협상이 당분간 교착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고, 북한은 한국이 내미는 경제협력 카드를 받지 않고 ‘버티기’를 하리라고 내다본다.

그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놓인 한반도 상황을 진단해 “중국과 미국의 상호 입장을 활용하면서도 상대방을 아우르고 감정적 교감을 나누면서 측은지심을 불러일으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어 “미·중 양국을 의식하면서 한반도가 처한 시련을 자주적으로 이겨내기 위한 인내심을 발휘해야 한다”며 균형 잡힌 외교정책을 주문했다.

파니쥬. 614쪽. 3만6000원.

▲ 자발적 복종 = 에티엔 드 라 보에시 지음. 손주경 옮김.

사상가 몽테뉴와 우정을 나눈 16세기 프랑스 판사 에티엔 드 라 보에시(1530∼1563)가 쓴 ‘자발적 복종에 대한 논설’을 번역했다.

저자는 자발적 복종은 자연이 인간에게 부여한 미덕이 왜곡돼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자유를 향한 열망이 망각이나 관습, 탐욕에 의해 거부되면 권력에 자발적으로 복종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복종에서 벗어나려면 인간 공동체 원칙인 우정을 통해 정신 활력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역자인 손주경 고려대 교수는 해제에서 “보에시는 어떤 제도나 국가체계에 대해서가 아니라 자유로울 수 있는 인간, 타인과 자유로운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개인의 역량에 말을 걸고자 했다”고 밝혔다.

도서출판b. 168쪽. 1만원.

▲ 99% 페미니즘 선언 = 낸시 프레이저 외 지음. 박지니 옮김.

기후 위기·빈곤·국가 폭력 등 여러 측면에서 불평등과 불공정 등에 고통받는 여성을 대변해 썼다.

저자들은 “99%의 페미니즘은 지치지 않는 반자본주의 페미니즘으로, 언제나 만들어지는 중이며 언제나 변모와 논쟁에 열려 있고 언제나 연대를 통해 자신을 새로이 확립해 보편주의 비전을 담아낸다”고 주장했다.

움직씨. 208쪽. 1만1000원.

▲ 수상한 이야기 공장 = 르네 네쿠다 글. 마리 우르반코바 외 그림. 신예용 옮김.

‘놀면서 배우는 스토리텔링’이란 부제처럼 스토리텔링 훈련을 통해 사고력과 창의력을 함양하는 그림책이다.

초급부터 고급에 이르기까지 59개 도전과제를 혼자 힘으로 풀어내게 한다.

그린북. 144쪽. 1만3000원.

▲ 곰 사냥을 떠나자 = 마이클 로젠 글. 헬린 옥슨버리 그림. 공경희 옮김.

30년간 세계 어린이 독자들로부터 사랑받은 명작 동화를 미니 보드북 에디션으로 재출간했다.

스코틀랜드 민요를 바탕으로 만든 리듬감 넘치는 의성어와 의태어, 빠른 전개가 돋보인다. 다섯 남매와 함께 곰 사냥을 떠나 보자.

시공주니어. 36쪽. 1만3000원.

▲ 최고의 이름 = 루치루치 지음.

아빠곰과 엄마곰이 그토록 바라던 아기가 태어났다. 이를 축하하려고 곰 부부는 파티를 열고 숲속 친구들에게 아기 이름을 지어달라고 부탁한다.

추천된 모든 이름이 마음에 들지만, 아빠 곰은 고민 끝에 하나를 선정한다. 유쾌한 반전이 기다리는 최고의 이름은 뭘까?

북극곰. 52쪽. 1만5000원.

▲ 임진왜란 3대 대첩 = 이광희 글. 강은경 그림.

이웃 강국 일본에 의해 국토가 유린당한 임진왜란. 7년간 전쟁을 극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바다를 장악한 것에서 비롯됐다.

충무공이 이끈 임진왜란 3대 대첩인 한산·명량·노량해전을 자세히 살펴본다. 생생한 일러스트가 이해를 돕는다.

그린북. 48쪽. 1만5000원.

▲ 생명에게 배운다, 함께 산다는 것 = 마승애 지음, 김혜정 그림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생명의 가치와 소중함을 일깨우는 과학 도서가 서점가에 나왔다.

도서출판 낮은산은 각 분야 전문가들이 쓰고 엮은 ‘생명에게 배운다’ 시리즈 3권을 출간했다.

각 주제에 맞춰 1권은 ‘살아 있다는 것’, 2권은 ‘알아 간다는 것’, 3권은 ‘함께 산다는 것’이 부제다.

1권은 생물 교사 윤소영이 생명체가 생존한다는 개념과 특징을 12가지로 추려 알려준다. 단세포부터 인간처럼 복잡한 생명체까지 모두 생겨나고 적응하고 싸우며, 죽고 유전하고 끊임없이 진화한다.

2권은 남극과 북극을 오가며 극지 동물을 연구해온 이원영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이 펭귄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직접 캠핑을 하면서 펭귄 몸에 위치추적 장치와 수심기록계 등을 부착하고 연구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줌으로써 과학적 탐구력과 직관을 길러준다.

3권은 서울대공원, 에버랜드 동물원 등지에서 20년간 재직한 야생동물 수의사 마승애 동물행복연구소 ‘공존’ 대표가 썼다. 멸종 위기종과 가축, 환경 파괴 실태 등을 설명하면서 인간 혼자 이 지구상에서 생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시리즈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팩트와 설명도 유익하지만 이를 통해 타자를 알아가고 이해하고 공존한다는 인문학적 감수성도 키워준다.

낮은산. 80쪽. 1만2500원

▲ 언던 사이언스 = 데이비드 헤스 지음, 김동광·김명진 옮김.

‘언던 사이언스(undone science)’는 연구 필요성이 있음에도 연구되지 않은 채 외면당하는 과학 영역이다.

저명한 사회과학자로 이 용어를 처음 제안한 저자가 언던 사이언스의 형성 원인과 문제점, 그리고 언던 사이언스 연구를 진행하기 위한 여러 시도를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저자가 책에서 사용하는 주요 개념 가운데 ‘동원된 대중(mobilized public)’은 공익을 위해 변화를 일으킬 목적으로 조직된 집단을 지칭한다. 이는 다시 언론이나 제도화한 정당 등에 의해서 동원되며 동원 구조가 강력한 ‘공식 대중(official public)’과 인종, 계급, 젠더, 성별, 전 지구적 질서의 광범위한 구조적 불평등에 의존하는 ‘대항 대중(counter public)’으로 나뉜다.

유전자 조작 농산물(GMO)을 예로 들면 공식 대중은 이 농산물의 인체 위험성이나 생태계에 미치는 위해를 ‘알 수 없는 모름’으로 남겨두려 한다. 그러나 대항 대중은 이 위험성이 ‘알 수 있는 모름’이기 때문에 그동안 언던 사이어언스로 남겨진 GMO의 위험성에 대한 연구에 인적, 물적 자원을 제공해서 ‘undone(수행되지 않은)’을 ‘done(수행된)’으로 바꾸는 것이 공익이라고 주장한다.

또 하나의 주요 개념은 ‘산업 전환운동’이다. 이는 기술, 산물, 그리고 그 과정을 변화시켜서 사회를 개혁하려는 시도를 뜻하며 제도권 내와 제도권을 넘어서는 사회운동을 모두 포괄한다.

저자는 대규모 기술 시스템의 전환은 크게 다른 기술, 하부 구조, 원재료, 폐기물뿐만 아니라 조직, 법률, 소비자 관행, 문화 체계의 변화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말처럼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재임자(incumbent) 조직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와 존재 자체에 치명적인 위협이 되는 전환을 막기 위해 강하게 저항한다. 이것이 체제 저항이다.

저자는 미국의 저탄소에너지로의 전환 시도를 통해서 산업 전환운동과 체제 저항의 관계를 분석한다.

돌베개. 380쪽. 2만원.

▲ 커맨더 인 치트 = 릭 라일리 지음, 김양희 옮김.

베테랑 스포츠 기자가 골프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실체를 파헤친다. ‘총사령관’(군 통수권자)이라는 뜻의 ‘커맨더 인 치프(commander-in-chief)’를 비튼 제목 ‘commander-in-cheat’는 ‘사기꾼 사령관’이라는 의미다.

책을 쓰기 위해 프로 및 아마추어 골퍼, 골프장 개발업자, 캐디 등 100명 이상을 인터뷰한 저자는 골프와 관련한 트럼프의 언행 가운데 대부분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트럼프가 회원으로 있는 뉴욕 웨스트체스터의 ‘윙드 풋 골프클럽’ 캐디들은 트럼프를 ‘축구 황제 펠레’라고 부른다. 트럼프가 종종 골프공에 발을 대 다음 샷을 날리기 쉬운 곳으로 공을 보내기 때문이다.

그린 위로 골프 카트를 몰고 가는가 하면 다른 이의 공을 벙커로 집어 던지고 임의로 라이(공이 지나가는 길)를 좋게 만들며 스코어도 멋대로 기록하기 일쑤다. 남들이 지켜보건 말건 상관없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트펌프가 친 공이 호수에 빠지는 것을 봤는데도 잠시 뒤 “공을 찾았다”고 하기도 한다.

트럼프가 자신의 핸디캡이 ‘2.8’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관해 저자는 ‘골프의 제왕’이라고 불린 잭 니클라우스의 핸디캡이 ‘3.4’였다면서 “트럼프의 말이 사실이라면 엘리자베스 여왕은 장대높이뛰기 선수일 것”이라고 일침을 날린다.

저자가 인터뷰한 한 고위 인사는 “트럼프가 지금 대통령으로서 나라에 하는 모든 일은 이미 골프 칠 때 우리에게 했던 짓이죠”라고 말하기도 했다.

생각의힘. 360쪽. 1만8000원.

▲ 당신이 생각조차 못해 본 30년 후 의학 이야기 = 윤경식 등 10명 지음.

의학·치의학·한의학·약학·간호학·식품영양학·환경공학·생명공학·인공지능 등 여러 의학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각자의 관점에서 의학의 미래를 전망하고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발생할 윤리적·법적·제도적 문제와 사회적 합의의 필요성에 관해 탐구한다.

먼저 앞으로 30년 후 사회변화 추세를 고려할 때 비만, 고령화, 환경 오염 물질 및 미생물, 환경 호르몬과 생식, 맞춤형 영양 등이 주요 이슈로 부각될 것으로 보고 이에 관해 어떤 고민이 필요한지를 알아본다.

또 유전자 검사 기술, 유전자 편집 기술, 인공지능 등 미래 의학을 선도할 기술과 한의학에 기반한 의약품 및 기능성 소재 개발의 가능성도 전망한다.

청아출판사. 216쪽. 1만5000원.

▲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 = 앤 드루얀 지음, 김명남 옮김

“인류가 블롬보스 동굴(아프리카 남단 인도양 해안)에서 시작해 빛을 타고 별로 항해하게 되기까지 우주력으로 겨우 몇 분밖에 안 걸렸다.”

저자의 말처럼, 인류는 이 코스모스에 출현한 지 얼마 안 된 아주 어린 존재다. 코스모스의 해변이라 할 지구에만 머문다. 잠시 달 궤도에 가보기도 했지만 그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우주 전체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의 역사와 시각은 ‘우물 안 개구리’라는 말조차 과분할 정도다.

미국 천문학자 칼 세이건(1934~1996)의 명저 ‘코스모스’가 출간된 지 올해로 40주년이 됐다. 1980년, 이 책은 동시 제작 발표된 다큐멘터리와 함께 전 세계의 독자와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시대와 국경을 넘어 ‘코스모스 붐’을 일으킨 것이다. 과학과 우주를 접목한 이 저서는 국내에서도 연령·직업을 망라하고 큰 관심을 모았다.

‘코스모스’ 출판과 다큐멘터리 방영 40주년을 맞아 그 정식 후속작인 앤 드루얀(71)의 저서 ‘코스모스:가능한 세계들’이 번역·출간됐다. 앤 드루얀은 칼 세이건과 함께 천문학을 탐구한 동료이자 배우자였다. ‘코스모스’의 첫 원고도 남편과 같이 썼다고 한다.

이번 책 역시 ‘코스모스’처럼 동명 텔레비전 다큐멘터리 방영과 동시에 전 세계에 출간됐다. 지난 40년간 과학이 이룩한 경이로운 성과들과 칼 세이건이 미처 소개하지 못한 과학사의 탐험가들, 140억 년 전 태초의 대폭발 순간부터 현재까지 수없이 명멸해온 지구와 다른 세계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우주적 관점에서 본 인간의 본질을 칼 세이건의 웅혼한 메시지로 다시 들려주는 것이다.

칼 세이건과 앤 드루얀은 1977년 미국 항공 우주국(NASA)의 보이저 성간 메시지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면서 사랑에 빠졌다. 천체 물리학자와 기획자로 인연을 맺어 1980년에 ‘코스모스’를 저서와 TV 시리즈로 발표함으로써 에미 상과 피보디 상의 영예도 안았다. 이들은 ‘코스모스’의 세계적 히트 이후 결혼해 공저를 잇달아 펴낸다. 그만큼 칼 세이건 곁에는 아내 앤 드루얀이 항상 있었다. 과학계의 부창부수(夫唱婦隨)랄까.

남편 타계 후 겪은 저자의 심정이 가슴을 애잔하게 한다.

“칼의 죽음으로 나는 우리가 함께 발견했던 세계로부터 영영 추방당했다. 죽고 싶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어렸으니 엄마로서 계속 살아가야 했다. 그래서 칼에게 배운 것을 마음에 품고 그 불꽃을 꺼뜨리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우리가 함께했던 작업을 이어가는 데 인생을 바치는 것이 내 새로운 목표가 되었다.”

칼 세이건이 세상을 떠난 뒤 과학계는 그의 눈부신 성과를 이어줄 목소리가 없어 아쉬워했다. 후계자를 자처하는 저자들이 출판계에 나타났지만 독자의 갈증을 채워주지는 못했다. 이에 앤 드루얀은 ‘코스모스’의 영혼이 담긴 이번 저서로 우주의 꿈을 키우는 ‘코스모스 세대’들을 해갈시켜주고자 한다. 이번 책은 2014년에 제작한 ‘코스모스’ 시리즈의 두 번째 다큐멘터리 ‘코스모스: 스페이스타임 오디세이’(책은 미출간)의 속편 성격을 띠기도 한다.

신간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모두 13장으로 구성됐다. ‘과학자가 아니라 이야기의 수렵 채집인’이라고 겸손해하는 저자는 자신과 칼 세이건이 가장 소중하게 여긴 이야기들을 상상 우주선에서 차례로 펼쳐 놓는다. ‘코스모스’ 시리즈의 정신과 전통에 따라 우주와 생명의 기원, 자연의 숨겨진 법칙 등을 이해하고자 끝없는 여행에 뛰어든 과학자들, 그들의 과학적 성과 덕분에 수십억 킬로미터의 공간과 140억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방문하게 된 세계들을 소개한다.

앤 드루얀의 섬세한 눈길은 휘황찬란한 과학의 성과에 머물지 않고 과학사의 잊힌 영웅들도 찾아간다. 아폴로 계획이 세워지기 50여 년 전에 달 탐사 상세 계획을 세운 유리 콘드라튜크, 벌들의 언어 체계를 분석해 인간이 아닌 지적 생명체와의 첫 만남을 가능케 한 카를 폰 프리슈, 포위된 채 80만 명이 굶어 죽어가는 도시에서 식물 씨앗을 미래의 생물 다양성 자원으로 지켜낸 과학의 순교자 니콜라이 바빌로프, 아인슈타인도 풀지 못해 고민한 문제의 해법을 찾아낸 젊은 과학도 등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섬세하고 따뜻하게 풀어낸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과학이 가져올 인류 미래에 대한 낭만적 낙관도 탐구한다.

코로나 바이러스 상황이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어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걸까. 마치 예견이라도 한 듯,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우리가 최근 들어서야 깨닫게 된 지구적 재앙을 과학자들은 70여 년 전부터 예측했다”며 “지금 과학자들은 우리 인류가 자초한 대멸종의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것, 이번 대멸종은 지구에 인간이 존재하기 전에 벌어졌던 대멸종들과는 차원이 다른 재앙이리라고 경고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렇게 당부한다.

“우리 중 충분히 많은 수가 전 세계 과학자들의 말을 마음에 새긴다면, 그리고 행동한다면, 이 재앙을 충분히 멈추고 되돌릴 수 있습니다. 그것이 가능하게 하려면 우리 세대가 앞선 세대의 인간들과 뒤이을 세대의 인간들에게 진 책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우리 세대는 지구에서 약 40억 년 동안 끊이지 않고 이어져온 생명의 사슬에서 가장 결정적인 고리입니다.”

“우리는 생명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 요소들, 이를테면 공기와 물과 환경과 같은 요소들을 돈만큼, 아니 돈보다 더 아껴야 합니다. 이 세상이 깡그리 망가져 버린다면, 인공물에 불과한 돈 따위가 대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우리는 이제부터라도 과학자들처럼 장기적인 관점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가 직면한 위기는, 우리가 제대로 해결해내지 못할 경우, 지구 문명 전체를 파괴할 위기이니까요.”

사이언스북스. 464쪽. 2만2000원.

▲ 색의 인문학 = 미셸 파스투로·도미니크 시모네 지음, 고봉만 옮김.

소설가 겸 기자의 질문에 색의 역사에 정통한 중세사 연구가가 대답하는 방식으로 색에 관한 관념이 사회 규범과 금기, 편견 등을 반영하고 있으며 다양한 의미로 변주돼 우리의 사회·문화적 환경과 태도, 언어와 상상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설명한다.

저자는 그림이나 장식물, 건축, 광고는 물론 우리가 일상에서 소비하는 제품, 옷, 자동차 등 이 세상 모든 것의 색이 비밀에 싸인, 불문(不文)의 코드로 지배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는 여섯 가지 ‘기본색’으로 이뤄진 체계 속에서 산다. 소심한 ‘파랑’, 오만한 ‘빨강’, 순결한 ‘하양’, 위선과 교활의 ‘초록’, 콤플렉스의 ‘노랑’, 우아함과 오만함의 ‘검정’ 등이다.

이 같은 색에 관한 관념에는 모두 역사적 유래가 있다. 파랑은 오랫동안 중요하지 않은 색, 아무 의미가 없거나 별것 아닌 색, 고대에는 심지어 경멸받는 색이었으나 중세에 성모 마리아를 상징하는 색으로 여겨지면서 위치가 바뀌었고 오늘날에는 신성한 색, 만장일치의 색으로 여겨지게 됐다.

현대에 들어 웨딩드레스의 색은 대부분 하양이지만, 몇 세기 전까지만 해도 웨딩드레스의 색은 화려하고 빛나는 빨강이었다. 빨강은 권력의 힘, 전쟁의 승리, 화려한 아름다움 등을 의미했기에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빨강은 매춘부들의 색이기도 했다.

이처럼 색이 지닌 이미지는 역사적, 사회적 맥락 속에서 결정되고 언제나 변해 왔으며 상반되는 속성을 동시에 지니기도 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미술문화. 168쪽. 2만2000원.

▲ 남자다움의 사회학 = 필 바커 지음, 장영재 옮김.

‘남자다움’에 관한 전통적인 관념이 우리 자신과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해친다고 확신하는 저자가 이 같은 관념이 생기게 된 연원과 문제점, 전망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남자다움’의 세계를 구분 짓는 공간으로 ‘맨박스’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남자아이는 맨박스에서 요구하는 대로 남자다워지려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고립되고 외롭고 분노하며 인간관계를 형성할 능력이 없는 상태로 성장하게 된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특히 여성들 앞에서 과장되게 남자다운 척해야 하고 자신에게 맡겨진 임무에 실패했을 경우에는 깊은 좌절감과 고통을 혼자서 감내해야 한다.

남자아이들은 보통 열 살 무렵부터 포르노를 접하고 20대 초반이 될 때까지 1만 시간이 넘는 포르노물을 시청한다고 한다. 포르노를 많이, 자주 접할수록 점점 더 강력한 하드코어를 원하게 되고 그러면서 진정한 섹스의 즐거움이나 두 사람 간의 대등한 관계에서 느끼는 충만한 기쁨을 누릴 수 없게 된다.

남자들은 때로 지배하고 통제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고 튼튼하고 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성을 향한 이러한 기대는 여성에 대한 폭력, 학대, 통제가 발생하는 상황을 조성한다.

남자다움에 관한 사회적 정의를 재검토한다면 남자들이 받는 압박을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나는 돈을 벌 테니 당신은 집과 아이들을 돌보라’는 역할 관계는 변화하는 시대에도 맞지 않는다.

저자는 미래의 취업 시장에서 가장 소중한 자질인 창조성과 공감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이를 저해하는 맨박스를 깨부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소의 책. 336쪽. 1만7000원.

▲ 유럽 인문 산책 = 윤재웅 지음.

국문학자인 저자가 유럽 문화 중심지였던 이탈리아·프랑스·스페인을 걸으며 사람들이 눈여겨보지 않던 곳, 잘 내비쳐지지 않는 인간의 숭고함을 발견해낸다.

시냇물처럼 소살거리는 이름을 가진 살리나섬에서 시의 아름다움과 시인 네루다의 흔적을 기록하고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의 빛을 아랍문화원의 조리개에서 찾아낸다.

위대한 로마의 건축 판테온에서 석굴암의 기저를 발견하고 르코르뷔지에의 필로티에서 한국 빌라촌의 안타까움을 고찰해낸다.

루브르 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는 입구의 큰 유리 피라미드 이외에 그 아래 숨겨진 역피라미드, 그리고 다시 그들을 받치는 작은 피라미드 등 모두 세 개를 함께 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만 작품의 연쇄성이 뿜어내는 수학의 역동적 아름다움과 과거와 현재의 공존, 그리고 문화유산의 재창조가 지닌 사회적 의미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수도원 몽생미셸에서 저자는 호화로운 성의 외관보다 돌바닥에 새겨진 숫자를 살핀다. 하루 일한 양에 따라 급여를 주기 때문에 자기가 나른 돌에 숫자를 새겨 나룻배들에 실어 보냈다는 노동자들의 손길에서 관광지가 아닌 삶의 현장 기록을 보게 된다.

은행나무. 292쪽.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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