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인터뷰] ‘터키 블루스’ 전석호·김다흰, 변하지 않는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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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N스타 금빛나 기자] 연극 ‘터키 블루스’를 대표하는 이미지는 바래서 한 없이 투명해진 파랑색과 같다. 터키가 대표하는 색상인 터키쉬 블루와 우울하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 영어 단어 블루 등 다양한 의미가 내포된 ‘터키 블루스’는 제목에서도 풍기듯 극의 분위기는 어딘지 모르게 서글프고 우울하다.

‘터키 블루스’는 완벽주의자 성향이 강한 시완(김다흰 분)과 무조건 내지르고 보는 기분파 주혁(전석호 분)의 사랑보다 깊은 우정을 다룬 작품이다. 고등학교 시절 누구보다 절친한 사이였던 두 사람은 고등학교 시절 벌어진 사건으로 인해 멀리 떨어지게 된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삼십대가 된 시완은 음악으로 주혁을 추억하고, 주혁은 시완과 함께 떠나고자 했던 터키 여행으로 그를 기억한다.

“같은 여행연극 시리즈인 ‘인디아 블로그’의 경우 여행을 소개한다는 느낌이 강하다면, ‘터키 블루스’는 드라마가 더 강한 작품이에요. 물론 ‘터키 블루스’에서도 지역을 설명하기는 하지만, 콘서트를 하면서 과거 주혁이와의 추억을 이야기 하는 시완이의 스토리가 포함돼 있기에 굳이 터키가 아니더라도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있죠.”(전석호)


‘터키 블루스’의 주인공은 초연부터 지금까지 전석호와 김다흰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처음부터 ‘터키 블루스’는 터키 여행을 떠난 전석호의 경험과, 무대에서 노래를 하는 김다흰의 학창시절 추억을 버무려 만든 연극이기 때문이다. 재연 공연 이후 2년 만에 대학로를 찾은 ‘터키 블루스’는 전과 조금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터키 블루스’가 삼연에 오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극중 시완의 태도였다. 재연 때까지 대학로 소극장에서 작은 콘서트를 열게 된 시완은 마치 주혁의 죽음을 예상이라도 한 듯 후반부로 갈수록 그와 함께 슬픈 감정을 공유한다. 하지만 삼연에 와서는 전혀 달라졌다. 주혁이 과거의 추억과 상처들로 점점 나락으로 떨어지는 반면, 시완은 그와의 추억을 사람들 앞에 털어놓으며 ‘그 다음’을 이야기 한다. 주혁이 터키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시완은 마지막 관객들을 향해 ‘이제 주혁이를 찾으려고 한다’는 희망찬 메시지까지 남긴다.

“내용이 바뀌었다고 하기 보다는 풀어내는 방식이 바뀌었다는 게 더 정확할 거예요. 이전보다 인물에 중점을 두고 연기하고 있는 느낌이에요. 시완이에게서 주혁이는 정말 그립고 소중한 존재에요. 의사인 시완이가 어린 시절 가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콘서트를 진행하는데, 그 주제가 친구에요. 그리고 시완이는 자연스럽게 주혁이와의 추억을 떠올리죠. 예전에는 슬픔을 그대로 보여줬었는데, 어느 순간 ‘투머치’하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시완이는 콘서트를 통해서 주혁이를 찾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슬플 것 같다고 생각을 했어요. 사실 이는 전부터 바꾸고 싶어 했던 부분이고, 지금이 원래 하고자 했던 부분을 조금 더 명확하게 표현하게 된 것은 아닐까 싶어요.”(김다흰)

“연습할 때 주혁의 이이야기를 빼고 시완이의 이야기만 본다면 내용이 굉장히 밝어요. 그동안 꿈도 없이 살던 남자가 좋아하던 노래를 부르며 소극장에서 콘서트르 열고, 그 콘서트에서 이야기 했던 친구를 찾아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것이잖아요. ‘터키 블루스’가 먹먹한 것은 주혁은 죽어서 더 이상 볼 수 없는데, 시완의 마지막은 희망적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관객은 끝을 알기에 시완이 기쁜 만큼 슬픈 것이죠.”(전석호)

하지만 이 같은 갑작스러운 변화는 관객들의 불만을 불러오기도 했다. 재연에 비해 ‘터키 블루스’가 자랑하던 특유의 먹먹함이 사라졌다는 것, 그리고 이들의 관계를 정의했던 ‘사랑보다 먼 우정보다는 가까운’의 감성이 옅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전석호와 김다흰은 “그럼에도 김다흰과 전석호는 바뀌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초연과 재연, 그리고 삼연에 오면서 ‘터키 블루스’는 변화를 겪어왔어요. 삼연에 오면서 내용이 바뀌고 의미가 퇴색된 거 아니냐는 말도 있는데, 사실 그만큼 시간이 많이 지났어요. 2년 전, 3년 전 했던 것은 그때의 기록이고, 2016년 ‘터키 블루스’는 지금의 기록을 써가고 있기 때문에 다를 수밖에 없는 거죠. ‘터키 블루스’만큼은 지금의 우리를 이야기 할 수 있는 작품이었으면 좋겠어요. 틀릴 수 있고 미숙하게 보일 수 있지만, 이 같은 점이 우리 공연을 보러 온 관객들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이 아닌가 싶기도 해요.”(전석호)

“저희가 자주 사용하는 문구 중 하나가 ‘누구도 파괴할 수 없는 우정이 느껴졌을 때 슬프고도 아름다웠다’라는 것인데,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히 ‘터키 블루스’를 통해 강하고 진한 우정을 보여주고 싶어요.”


극중 발라드를 즐겨듣던 시완과, 록과 헤비메탈을 비롯해 음악적인 장르를 가리지 않고 들었던 주혁은 음악취향만큼 서로 다른 성격과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다. ‘터키 블루스’의 시완과 주혁처럼 실제 전석호와 김다희은 전혀 다른 매력을 자랑하는 배우들이었다. 전석호가 호쾌한 입담으로 분위기를 훈훈하게 이끌어간다면, 김다흰은 차분하게 자기가 할 말을 이어가면서 대화를 이끌어 나간다. 전혀 다른 두 사람이 쏟아내는 이야기와 농담 덕분에 인터뷰 내내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터키 블루스’를 통해 처음으로 다흰이 형과 연기를 하게 됐는데, 느낌이 좋아요. 저에게 없는 차분함이 있죠. 무대 위에 다른 두 성향의 배우 둘이 올라왔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 것 같아요.”(전석호)

“석호가 생각보다 옆 사람의 스타일을 잘 따라줘요. 여행가서도 느꼈죠. 다만 여행 인원이 4~5명 되면 그때부터 자기 마음대로 되더라고요.(웃음) 생각보다 모든 부분에서 잘 맞았고, 그래서 언젠가 둘이 여행을 떠나도 재미있겠다 싶어요.”(김다흰)

‘인디아 블로그’도 그렇고 ‘터키 블루스’도 그렇고, 여행 시리즈 연극의 가장 큰 특징은 여행을 갔다 온 뒤 배우들이 여행지에서 받았던 느낌과 영감, 경험들을 녹여 스토리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쯤에서 드는 생각이 있다. 과연 터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이들의 우정은 이처럼 비극적인 것일까. 터키에서 사건이 벌어져 ‘터키 블루스’가 우울하다고 보기에는, 공연 중간 중간 등장하는 터키 여행 영상 속 전석호의 모습은 무척이나 해맑다.

“‘터키 블루스’가 왜 우울하냐고요? 간단해요. 저 혼자 떠났기 때문이죠.(웃음) 만약 다흰이 형과 터키 여행을 같이 갔으면 다른 이야기가 나왔을 거예요. 터키에서 힘듦이 있어서 비극으로 끝났다기 보다는 서로 다른 두 사람의 이야기를 보여줬기에 그렇게 된 부분도 있죠.”(전석호)

“사실 우리 연극이 약간 즉흥적인 면이 있어요. 석호가 터키에 갔을 때 저는 ‘인디아 블로그 시즌2’ 공연을 하고 있었죠. 제가 가지 못했기에 결국 고등학교때 헤어진 시완과 주혁은 다시 만날 수 없었죠. 여담이지만 중간에 제주도 여행 영상이 나오는데, 사실 그때 제가 ‘인디아 블로그’로 공연 차 제주도에 갔을 때 찍은 영상이에요. ‘간 김에’ 촬영한 거죠. 사실 제주도 영상을 찍기 전 부산바다를 배경으로 영상촬영을 한 적도 있는데, 그것도 부산 공연 갔다가, 인근에 바다가 있어 간 김에 찍은 거죠. 그때의 영상은 생각보다 그림이 좋지 못해 사용하지 못했죠.”(김다흰)


‘터키 블루스’에서 주혁의 로맨스가 잠깐 등장한다. 터키 여행을 떠났던 주혁이 이스탄불에서 샐리라는 이름의 한국 여성을 만난 것이다. ‘터키 블루스’는 기본적으로 배우의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진 작품, 실제 로맨스가 있었던 것은 아니냐 물었더니 웃으면서 “샐리는 못 만났지만, 세라는 만났다”고 말을 한다.

“제가 신기한게 터키 여행을 하면서 한국 사람을 한 번도 못 만났다는 거였어요. 그러다가 이스탄불에서 유일하게 한국 친구를 만났는데, 글쎄 여행을 떠나기 전 출연했던 같은 작품에서 호흡을 맞췄던 조연출 세라였죠. 그 친구 역시 터키 여행 중이었는데, 우연히 이스탄불 광장에서 만난 거예요. 의외로 많은 분들이 로맨스가 있었느냐고 물어보시는데, ‘우정’은 있었어도 터키에서의 사랑은 없었어요. 일단 제가 다니는 거리마다 여자들이 없더라니까요. 로맨스를 만들고 싶어도 만들 수 없었죠”(전석호)

비록 핑크빛 로맨스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전석호에게 터키는 아름다운 나라, 도시로 남았다. 터키 여행기에 열심히 전하던 전석호는 어느 도시가 가장 기억에 남느냐는 질문에 이스탄불을 꼽았다.

“이스탄불을 마지막에 도착했는데 정말 아름다운 도시더라고요. 숙소가 술탄 아흐멧 근처에 숙소가 있었는데 동네 하나하나가 예뻤어요. 이곳이라면 어떤 환상도 벌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죠. ‘터키 여행에서 어디가 가장 좋았어?’라고 묻는다면 저는 주저 없이 이스탄불을 꼽을 정도예요. 지중해는 아름답고 이스탄불은 판타지 그 자체였죠.”

전석호와 김다흰에게 하고 싶은 말에 대해 물었더니 감사함을 꼽았다. ‘인디아 블로그’에서 함께 연기를 했던 임승범과 박동욱의 경우 ‘터키 블루스’에서 세션을 담당하는 등 다양한 방면에서 도와주는 손길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모두에게 감사한 것이 있다면 자기 분야가 아닌데도 함께 해 주었다는 것이에요. 기타치고 있는 형은 영화감독이고 한나는 음악감독인데 키보드를 잡았죠. 영상을 트는 조연출도 있어요. 각자 자기 분야가 아니어서 손에 잘 안 익었을 텐데도 정말 노력해 주고, 많이 힘들었을 텐데 끝까지 함께 해준다는 것이 감사하죠.”(전석호, 김다흰)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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