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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던 시절, 힙합에서 용기를 배웠다"

[오마이뉴스 신현정 기자]

 모노크라운 프로필 사진
ⓒ 모노크라운

사물의 '대비'만큼 치명적인 구도는 없을 것이다. 천국과 지옥, 고체와 액체, 수트와 캐주얼, 끝과 시작, 모두 고전적으로 카테고리 안에서 짝을 이룬다는 공통점이 있다. 단적인 예로 대중의 열광을 받는 케미스트리 열풍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네모와 원이 만나 하나의 렌즈 안에 포착되었을 때 그것을 엄연한 객체로 인정하기 시작하면서 극과 극에 자리하는 사물의 색을 더욱 또렷하게 만든다.

로얄트라이브 레이블의 힙합 듀오 모노트라이브의 이피노와 리몰릭도 흑과 백이라는 극단의 색을 지녔다. 그들의 심볼은 단순하지만, 여전히 흥미의 대상이다. 올해 감성 싱글 '샤인(shine)'으로 데뷔 해 패기로운  비트의 '갑툭튀'까지, 한국 힙합의 도화지 안에서 자유자재로 그림을 그리는 팀을 만나보자.

"극과 극의 우리는 마치 흑과 백처럼"

- 일단 두 사람 다 키가 커서 놀랐다. (이피노 186cm, 리몰릭 183cm)
이피노(이하 이): "로얄트라이브 레이블 내에서 최장신 듀오다. 심지어 앨범 보도자료들에도 수식어로 '기럭지' 언급이 나오니 말 다 했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그냥 장신 콘셉트로 밀어 볼까 한다.(웃음)"

- 랩 네임 작명은 누가했나? 특별한 계기라던가.
: "유년시절을 담고 있는 사진첩에서 힌트를 얻었다. 피노키오 인형을 들고 찍었던 사진인데 그 어감과 상징성이 마음에 들었던 거다. 거기에 내 성씨를 붙였고 이피노가 되었다."
리몰릭(이하 리): "나도 처음에는 뮤직홀릭을 줄인 몰릭으로 활동했었다. 그런데 그 이름을 쓰는 밴드가 이미 존재했었고 기존에 쓰던 몰릭에 내 성을 붙여 리몰릭이 되었다."

- 그럼 모노크라운의 이름은?
: "직역으로 '흑백의 왕관'이라는 뜻이다. 내가 다루는 주제와 음악은 다크한 색채가 짙고, 리몰릭은 자유롭고 밝은 유머러스 위트에 가깝다. 어떻게 보면 상극일 수 있는 이 둘이 만나서 자연스러운 흑백의 조화를 이룬다는 뜻도 내포하고 있는 거다. 구태여 크라운을 붙인 건 로얄 트라이브 레이블에서 로얄이란 단어가 왕족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심벌인 왕관을 덧붙이게 된 것이다."

- 랩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는?
: "어릴 적부터 사람들 앞에서 노래 부르는 게 정말 좋았던 것 같다. 사춘기를 기점으로 변성기가 오면서 랩이라는 신 영역에 눈을 뜨게 됐고, 놀이처럼 시작하게 된 거다. 그렇게 첫 녹음을 마치고, 이건 정말이지 끝까지 가보고 싶다는 결심이 들었다."
: "만화가가 꿈인 소년이었지만 선천적인 지병을 이겨먹을 수가 없더라. 나날이 악화만 되어 가니 입시를 포기하게 됐다. 한참 예민한 시기에 자아에 대해 방황하다가 우연히 접한 힙합음악에서 힘을 얻고 용기를 배웠다. 너무도 자연스럽게 음악은 내 미래가 된 것이다." 

- 개인적으로 서로 친분이 있었나?
: "처음 알게 된 건 내가 고2 때니까 리몰릭은 중3이었다. 서로의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같이 어울리게 된 건 정글라디오에서 만난 인연으로 크루 활동을 시작하고 나서부터다. 사는 곳은 멀었지만 통하는 부분이 많아서 이런저런 교류를 할 수 있게 되었다."

- 모노크라운이 팀으로서 유지될 수 있는 구심점은 뭘까.
: "항상 꺼내는 얘기지만 리몰릭을 내 동생이라고 표현한다. 정말 잘 맞는다. 성격도 비슷하고 음악 하는 스타일도 굉장히 조화롭다. 아주 사소한 것도 잘 맞아 떨어지는 편인데 단적으로 치킨을 먹는다 치면 나는 가슴살을, 리몰릭은 닭다리를 좋아한다.(웃음)"
: "부족한 부분을 서로 메워준다. 각자의 음악 스타일을 존중해 주는 것도 함께 나아 갈 수 있는 중요한 요소 인 것 같다."

- 처음 팀을 제안한건 누구였나?
: "누구라 할 것 없다. 시작은 프로젝트 팀 정도였으나 작업을 하다 보니 욕심이 생겨 정식 팀으로 발전하게 된 거다."
: "일 없을 때 곡을 같이 만들고 빈 트랙을 서로 도와주다 보니 같이 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됐다."

- 그럼 요즘은 뭐하고 지내나?
: "얼마 전에는 일본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앨범 작업을 끝내고 휴식 차 갔다 온 거다. 지금은 새로운 작업을 찾고 있고. 작업해둔 곡 발매를 기다리고 있기도 하다."
: "솔로앨범 공백이 예상치 못하게 길어져서 음악작업을 했고 발표 시기를 정하고 있다. 7~8월 중에 앨범이 나올 계획이다."

"생활 전반의 모든것이 영감의 원천"

 모노크라운 리몰릭
ⓒ 모노크라운

- 메시지, 가사, 스킬 중 무엇에 가장 중점을 두나?
: "아무래도 가사다. 예전에는 스킬을 중요시하는 편이었는데 일단 가깝게 나부터도 힙합에 매료되기까지의 계기가 전적으로 가사 때문이었다는 걸 알게 된 거다. 때문인지 사람들이 들었을 때 좋은 가사를 쓰고 싶다. 모노크라운의 'shine'이라는 노래에는 슬럼프를 우천 시에 빗댄 가사가 있다. 다르게 생각해 보면 비 온 후에 땅이 굳고 다시 하늘이 맑아지지 않나. 정체기를 겪던 시기에 야외에서 맥주 마시며 적은 가사인데 특히 기억에 남는다."

: "나 역시 가사다. 에픽하이 같은 경우 물론 뛰어난 스킬을 자랑하기도 하지만 곡 주제나 가사에 대한 부분이 심금을 울리는 것 같다. 리몰릭이 언급한 'shine'이라는 곡에는 또 이런 파트가 등장한다. '어두워진 브라운관에 비쳐진 남자 뇌리에 스쳐지나간 현실감각 몇개월의 고민들 또 우울증 결국 나 혼자서만 머리아파'. TV 안에는 내가 원하는 세상, 가보지 못한 땅들이 펼쳐진다. 그런데 화면을 끄고 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무채색에 내가 비춰진다. 그 공허함을 표현하고 싶었다."

- 음악 외에 꽂힌 것이 있나?
: "신발 수집. 뿐만 아니라 신발 좋아하는 사람들에 대해 강력한 호감을 표하고 있다. 그들 중에서 나쁜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웃음)"
: "최근 취미는 롤(게임). 꽤 잘한다."

- 가장 기억에 남던 공연은.
: "2011년 벅와일즈 분들과 함께 했던 공연. 우리가 만든 공연이라 애착이 가기도 하고 공연날 태풍 예보가 있었기 때문에 관객 수에 기대를 내려놓고 있었지만 당일 다행히 날씨가 좋아서 꽤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쳤다."
: "얼마 전에 있었던 케이힙합 음감회도 정말 재밌었다. 마이크를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관객과의 거리가 가까웠고 호응이 너무 좋아서 음악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 음악을 계속 하게끔 하는 마성은?
: "음악이 나를 특별하게 해주는 것 같다. 평범한 삶에 대한 반감이 음악으로 해소되고 스스로를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거지. 일종의 자부심인데 이 적당한 프라이드가 계속해서 음악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

- 음악을 하는데 집안의 반대는 없었나?
: "고등학교 때는 많이 반대하셨다. 스무살 이후에는 내가 계획하고 있는 일들을 꾸준히 어필하고 믿음을 드리려고 한 것 같다. 예를 들면 지금 '이런 곡을 만들고 있다' 라든지 '이런 공연을 하고 있다' 같은. 지금 가장 걱정하시는 건 군 문제 아닐까 싶다. 그래도 처음보다는 응원해 주시는 편이라 마음이 놓인다."
: "공무원 집안이다. 반대가 어느 정도였는지 대강 짐작하시리라 본다. 계속 어긋나고 있는 상황에서 우연히 로얄트라이브 형들과 <슈퍼스타K>를 나가게 됐는데 최후 48인까지 남게 된 거다. 무언가 눈에 보이는 결과가 있으니 차츰 믿어주시는 것 같다."

- 영감은 보통 어디서 얻는 편인가?
: "모든 것이 원천이다. 길을 걷다가도, 책을 보다가도, TV를 보다가도, 문득 문득 떠오른다. 요즘은 웹툰에서 좋은 소재를 많이 얻는 편이다. 작가들도 하나의 예술을 생산해내는 것이기에 생각, 가치관이 담겨져 있다. 영화와 책과는 또 다른 의미로 매력적이다."
: "사람들의 움직임 같은 아주 사소한 것들? 사실 술을 먹으면 생각이 많아지고 감성이 울컥 치민다.(웃음)"

- 모노크라운의 방향성이 궁금하다.
: "이미지화 해보자면 금색의 장신구가 아닌 흑백의 악세사리. 화려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절제되고 묵직한 방식으로 전달하고 싶다."
: "한국 힙합에서 영감을 받고 뿌리를 내렸으니 투머치(Too Much)한 것들보다는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 과거를 추억하는 분들에게 아날로그한 감성을 불러일으키고 싶은 거다. 그것이 비슷한 주제, 별 다를 것 없는 콘셉트 사이에서 우리만이 가지고 진정성 아닐까 싶다. 그래서 요즘은 곡에 적절한 스토리텔링을 시도한다. 한국 힙합이 처음 부흥하기 시작했을 때, 그때의 느낌을 내고 싶다."

"정체와 극복의 사이클, 음악인의 숙명"

 모노크라운 이피노
ⓒ 모노크라운

- 한국 힙합에 대한 애착이 많은 것 같다.
: "한국 언더그라운드에서 외국 메이저 음악의 냄새를 흉내내는 게 과연 옳은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드는 거다. 신의 본질인 인디펜던트, 즉 독립적인 음악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다. 한국 고유의 감성을 녹여 내는 것이 진보의 길이 아닐까 싶다."

- 한국식 힙합과 본토 음악은 구분되어야 한다는 의견인가?
: "그 문제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여러 의견을 주고받는 토의의 장이 (힙합)신의 발전에 분명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본다. 때문에 꾸준히 언급하려 한다. 어떤 무리는 한국 힙합만의 색을 유지하자는 의견을 펼치고, 어떤 무리는 애초에 우리로부터 파생된 음악이 아니라면 그들의 느낌, 유행을 따라 가는 게 옳다고 말한다. 어느 한쪽이 맞다 틀리다 할 순 없지만, 어느 쪽을 추구하건 잘하는 사람은 마땅한 리스펙(존경)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 언더와 오버의 경계가 사라진 것에 대해서는?
: "좋은 현상이다. 언더그라운드에서 자신의 음악을 더 널리 알릴 수 있는 통로가 넓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버벌진트의 희대의 역작이 <누명> 앨범인 걸 보면 메이저 행을 택한 래퍼들이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 아쉽다. 그렇지만 그들이 오버 시장에서 힙합의 판을 키우고 있는 사실은 공연한 것이고."

- 지친다는 느낌을 받을 때는 언제인가.
: "원하는 만큼의 기대치가 나오지 않을 때. 시작은 하고 완성시키지 못한 곡들이 많다.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전적으로 이 때문이다."
: "모든 게 슬럼프다. 곡 하나를 만들 때도 턱 막히는 기분이 들곤 하니까. 아직 완성된 래퍼가 아닌지라 개인의 입지나 실력 모든 면에서 불만족스러운 것 같다. 정확히 짚어보자면 욕심이 많은 것일 수도 있고. 사이클에 비견하고 싶은데 정체와 극복의 연속이다.

- 인생의 좌우명이 있나? 있다면 이유는 뭘까.
: "'공수레 공수거'.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다는 걸 인정하려 한다. 그래야 얽매이지 않고 자신있게 어떤 일을 추진 할 수 있는 것 같다."
: "'선택은 후회보다 앞선다'. 선택이 있기 때문에 항상 후회가 존재하지 않나? 올바른 선택에 있어 신중해 질 것을 다짐한다."

- 올 한해 이루고 싶은 것들이 있다면.
: "계속 생각만하고 미뤄왔는데 앨범이 나온다면 꼭 CD로 제작하고 싶다. 디지털 싱글도 좋지만 손에 쥘 수 있는 내 음반을 갖고 싶은 마음이 있다."
: "제로쇼, 힙플쇼 같은 큰 무대에 서고 싶다. 또 음악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 인정을 받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
"모노크라운은 앞으로 기대해도 좋을만한 팀이다. 우리 스스로가 진중하되 행복하게 음악하고 있으니 같이 놀고 충만히 위로받고 얻어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함께 즐기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e뉴스페이퍼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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