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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웅·메디톡스 보톡스戰 재점화…양사 균주서 모두 포자형성 확인

김병호 기자
입력 : 
2019-10-06 18:35:13
수정 : 
2019-10-06 21: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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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 방식대로 실험했더니
메디톡스 균주도 포자생성

"균주 포자 형성 안된다는
메디톡스 제품과는 달라"
대웅제약 설득력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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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제약과 보톡스 균주 도용 소송을 진행 중인 메디톡스가 대웅 측 균주 검증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의 보톡스 포자 형성 검증 방식대로 자사(메디톡스) 균주를 검증한 결과, 포자가 생성된 것을 확인됐다. 포자는 균이 어려운 생존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생성하는 일종의 보호막이다. 메디톡스는 자사 보툴리눔 균주인 '홀A하이퍼 균주'가 포자를 형성하지 않기 때문에 "대웅 측이 균주를 도용했다면 마찬가지로 대웅제약의 균주도 포자가 형성될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런데 대웅제약이 했던 검증 방식으로 실험을 진행해보니 자신들도 균주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8월 대웅제약은 국내외 전문 감정인 입회하에 "자사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에 들어가는 자체 균주가 포자를 형성했다"며 "포자가 생기지 않는다고 주장해온 메디톡스와는 다른 균주임이 입증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보톡스 균주를 둘러싼 소송전에서 대웅제약이 유리한 고지를 점유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이번에 메디톡스가 대웅제약 방식으로 자체 실험을 한 결과, 메디톡스 균주에서도 포자가 형성되면서 분쟁이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메디톡스는 지난달 20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대웅제약이 실험한 방식대로 하면 메디톡스 균주에도 원래 없던 포자가 형성된다는 사실을 포함한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우리 측 감정인인 앤드루 피켓 박사가 대웅 측 마이클 파포프 박사와 동일한 조건과 방법으로 메디톡스 균주 포자 형성 확인 시험을 했다"며 "메디톡스 균주 역시 상대방(대웅제약) 균주처럼 같은 조건하에서 포자가 형성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 같은 결과는 대웅 측이 자사 균주가 포자를 형성했기 때문에 메디톡스 균주와 다르다는 주장이 잘못됐다는 점을 드러낸 것"이라며 "대웅 측 파포프 박사 보고서 역시 대웅제약 균주가 매우 이례적인 실험 조건에서 포자를 형성했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균주의 포자 형성 여부를 판단하는 데 통상적인 실험 방법을 쓴다면 둘 다 균주를 생성하지 않게 된다"며 "이례적인 대웅 측 실험 방법을 따를 때만 양사 균주 모두 포자가 형성됐다"고 덧붙였다.

또 메디톡스는 ITC에 대웅제약 나보타 균주에 대한 전체 유전자 염기서열분석(WGS) 자료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는 각 사가 지정한 전문감정인을 통해 상대 측 균주에 대한 평가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ITC가 명령한 데 따른 것이다. 그동안 대웅제약은 균주 유전자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염기서열분석 자료 등의 제출에 반대하면서 포자 형성 감정만으로 혐의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메디톡스에 따르면 ITC에 낸 보고서에는 WGS를 이용한 양사 균주의 유전자 비교분석을 통해 균주가 도용됐다는 메디톡스 측 주장에 대한 감정인 분석 결과가 포함돼 있다. 메디톡스 측은 "양사 균주의 전체 DNA 비교를 통해 대웅제약 균주가 메디톡스로부터 유래했다는 것이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대웅제약 측은 지난 8월 포자 형성 여부를 통해 메디톡스와 다른 균주라는 사실이 확인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염기서열분석보다는 포자 형성 여부 판단이 중요하다"며 "향후 ITC에 보고서 제출 등을 통해 적극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주름 제거 등 미용성형에 주로 쓰이는 '보톡스'는 세계 최초로 상업 생산에 성공한 엘러간의 고유 제품명이다.

[김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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