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천안함 대응’ 수위 조절

손제민 기자

이란핵 등 中협조 절실

한·미 공동회견 등 취소

정부도 함께 속도조절

‘천안함 외교’ 전선에 미묘한 변화 기류가 감지된다. 천안함 사건 조사결과 발표 후 한국 정부가 전방위 대북 제재안을 발표하고 미국이 이를 적극 지원하기로 약속하면서 한반도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지만, 최근 이 방안들 중 상당수가 연기되거나 축소되고 있다.

지난 5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에 참석한 김태영 국방부 장관과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이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천안함 사건에 대한 한·미 양국의 단호한 대응 의지를 밝히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국방부 측은 게이츠 장관이 회의 참석차 싱가포르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한 직후 양국이 이 시점에 공동회견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데 공감했다고 밝혔다.

앞서 한·미 양국은 7일부터 나흘간 서해상에서 실시할 예정이던 연합 해상훈련을 2~3주가량 연기하겠다고 지난 4일 발표했다. 김태영 장관은 “한·미 연합훈련은 연기가 아니라 꼼꼼한 시나리오를 만들기 위한 시기조정”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일들은 게이츠 장관이 싱가포르 아시아안보회의에 참석하기에 앞서 중국을 방문하려다가 “적절한 시점이 아니다”라는 중국 측의 난색에 뜻을 이루지 못한 뒤에 일어났다. 지난달 24일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와 26일 한·미 외교장관 회담 때 양국이 보였던 강경한 태도는 다소 누그러진 모습이다.

변화의 분기점은 공교롭게도 6·2 지방선거다. 이번 선거에서 정부의 안보정국 조성이 여당의 득표 전략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속속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지방선거가 최근 외교 전선의 변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외교부 당국자도 “남북관계라면 어떨지 모르지만 외교관계는 (선거에) 영향받을 게 전혀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한국 정부의 든든한 지원자인 미국이 처한 국제정치 상황이 더 큰 요인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천안함 사건 외에도 이란 핵 문제라는 보다 이해관계가 큰 국제 현안을 갖고 있다. 이는 중국과 한판 논쟁이 불가피한 사안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번주 초부터 이란 핵 문제가 본격적으로 다뤄진다. 오바마 행정부는 “핵 없는 세계” 기치 하에 이란 핵 문제 해결을 위해 오랫동안 외교력을 쏟아왔다. 미국은 오는 21일까지 유엔 안보리를 통해 이란 핵에 대한 추가 제재 결의를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 4일 중국을 방문해 후진타오 국가주석 등을 만나 ‘(미국이) 이란 핵 제재에 대해 표결로 몰아가려는 것에 반대하는 데 합의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란 핵 제재에 있어 중국 동의가 절실한 미국이 천안함 이슈에 대해서는 전략적으로라도 수위 조절을 하지 않을 수 없는 배경이다.

방미 외교를 마치고 4일 귀국한 천영우 외교부 2차관 역시 미 국무부와 이에 대한 공감대를 갖고 돌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안보리 논의는 결의냐, 의장성명이냐 하는 ‘형식’과 얼마나 빨리 하느냐 하는 ‘시기’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담길 내용”이라며 “우리는 안보리 대책을 하면서도 천안함 사건뿐 아니라 앞으로 북한 비핵화와 6자회담을 염두에 두고 해야하기 때문에 고도의 외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천안함 사건 이후 정부 당국자 입에서 처음으로 나온 ‘출구’ 언급이 변화 움직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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