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정국’에 6월 지방선거 떠내려가나

이용욱 기자

여권 ‘북 배후론’ 야당 ‘은폐 의혹’ 첨예 대립

당은 공천·경선 연기… 후보는 공약발표 유보

줄이은 대형이슈에 묻혀 후보검증 등 소홀

6월 지방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정치권은 주춤거리고 있다. 연초 세종시 수정 논란에 이어 천안함 침몰 사고라는 대형이슈가 돌출하면서 여야 공히 그 후폭풍에 묶인 꼴이다. 각 당과 후보들의 정책과 공약발표 등이 늦춰지거나, 부각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선거열기도 좀체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당장 지난달 26일 발생한 천안함 침몰 사고는 여야의 선거준비에 직접적 타격을 입혔다. 여야 공히 당 차원의 인재영입이나 홍보공약집 발표를 늦췄으며, 예비후보들도 예정했던 출마선언이나 선거사무소 개소와 공약발표를 미루고 있다. 한나라당은 가급적 4월 말까지 광역단체장 경선을 끝낸다는 방침이었으나, 5월까지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민주당도 4일로 예정했던 경기지사 경선을 1주일 정도 잠정 연기하는 등 지방선거 관련 일정을 보류키로 했다. 민주당은 천안함 사태가 ‘구조 국면’에서 ‘원인규명 국면’으로 돌입하는 시점에서 향후 일정을 판단키로 했다.

더욱이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한 규명작업이 늦어지면서 ‘천안함 국면’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침몰 원인의 향배에 따라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의 방향과 강도가 달라질 상황에서 여야의 초점과 전력은 ‘천안함’에 모아질 수밖에 없다.

천안함 사고가 여야의 지방선거 행보를 제어하는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판이다.

벌써 여야의 공방은 예열 단계를 넘어서고 있다. 한나라당과 여권은 서서히 북한을 겨누면서 ‘북한 배후론’을 부각시키고 있다. ‘안보정국’이 조성되면 향후 지방선거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할 법하다. 반면 민주당은 군과 정부의 은폐 의혹을 제기하며 인책론까지 꺼내들었다. 물론 침몰 원인이 ‘내부 잘못’으로 결론나면 정부·여당은 총체적 비판여론에 직면하게 되고, 지방선거에서 야권의 ‘정권 심판론’은 탄력을 받을 터이다.

이처럼 이해가 첨예한 천안함 사고를 둘러싼 여야의 대결은 2일 국회 본회의 현안질의와 7일부터 시작되는 대정부질문에서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정 기간이 지난 다음 ‘천안함 정국’이 정돈되더라도, 이후엔 ‘세종시 정국’이 도래할 수 있다. 한나라당 세종시 중진협의체는 이달 초에는 어떤 방식으로든 세종시 수정 논란과 관련된 결론을 낸다는 입장이다. 정두언 의원 등 친이계 주류는 반드시 4월 임시국회에서 세종시 수정법안을 처리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세종시 수정법안이 수면 위로 부상한다면 한나라당 내 친이·친박의 계파갈등이 재연되고, 여야의 힘겨루기도 다시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찬반 입장을 중심으로 정당과 후보들이 갈리는 등 지방선거의 주전선이 세종시로 채워질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초래할 부작용이 크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대형 정치쟁점에 묻혀 정책의제가 묻히고, 지역현안과 관련한 공약이나 후보 검증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공약과 후보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제대로 된 비교와 평가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선거가 치러질 위험이 조성되는 것이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한 ‘생활밀착형’ 선거라는 지방선거의 본령이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천안함 사건 등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서 이슈도 실종되고 관심도 실종되는 선거가 될 수 있다”며 “국민들은 지방선거 결과가 4년 동안의 살림살이를 책임져 준다는 차원에서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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