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인종차별 논란으로까지 번진 코로나19 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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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3.03. 오후 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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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지난 1일 독일 분데스리가 경기 보던 일본인 일행 퇴장 조치
라이프치히 구단 “코로나19 통제 강화 과정에서 실수” 사과
현지 언론 “단순 실수로 보기 어려워” “인종차별 행위” 비판
당시 경기장에선 ‘차별 철폐 카드 섹션+플래카드’ 퍼포먼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공포증이 축구장 인종 차별 논란으로 번졌다. 독일 분데스리가 경기를 관전하던 일본인 일행이 강제로 쫓겨났다. 현지 언론은 인종 차별 행위라고 비판했다.
지난 1일 독일 라이프치히 레드불 아레나에서 RB라이프치히와 바이엘 레버쿠젠의 분데스리가 경기가 열린 가운데 관중석에서 차별 철폐의 뜻을 담은 카드 섹션과 플래카드 등 퍼포먼스가 펼쳐지고 있다. AP 연합뉴스
 2일(현지시간) 슈피겔과 빌트 등 독일 언론에 따르면 전날 독일 라이프치히 레드불 아레나에서 열린 RB라이프치히와 레버쿠젠의 분데스리가 24라운드 경기를 관전하던 일본인 일행이 코로나19 예방을 이유로 보안요원에 의해 퇴장 조치됐다. 일행 중 일부가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당시 상항을 알리며 논란이 불거졌다. 인종차별 논란이 일자 라이프치히 구단은 성명서를 내고 “잠재적 위험과 관련해 통제를 강화하라는 로베르트 코흐 연구소의 권고를 따르는 과정에서 코로나19에 대한 큰 불안감 때문에 우리가 실수를 했다”고 사과했다. 로베르트 코흐 연구소는 한국의 질병관리본부에 해당하는 독일의 기관이다. 라이프치히 구단은 또 “퇴장 당한 일본인 관중들과 직접 만나 진심으로 사과하고 다음 홈 경기에 초청했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슈피겔 등은 “로베르트 코흐 연구소는 급성 호흡기 증상이 있을 경우에만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며 구단 해명이 석연치 않다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또 퇴장 조치는 일본인 관중이 호흡기 증상을 보여서가 아니라 생물학적 특징을 근거로 한 인종차별적 판단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퇴장 조치는 보안요원의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구단 지시에 따라 이뤄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슈피겔은 또 코로나19 발생 이후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 행위가 많아지고 있다고 언급하며 라이프치히에서 일어난 일은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레드불 아레나에서는 홈 관중들이 구단의 약자 ‘RBL’을 갖고 다양성을 상징하는 무지개 빛깔 카드섹션을 벌이는 한편, ‘사랑, 평화, 그리고 축구(Rasenball)’라고 쓰여진 플래카드를 내거는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종교나 인종, 피부색, 성적 정체성에 상관 없이 모두를 환영한다는 뜻을 전하는 이벤트다. 이와 관련 슈피겔은 기사 제목을 ‘사랑, 평화, 그리고 인종 차별(Racism)’이라고 달아 비꼬기도 했다. 독일어로 ‘잔디밭 또는 경기장 공’이라는 뜻의 단어 ‘라젠발’은 대기업 레드불(Redbull)의 지원을 받는 라이프치히 구단이 기업 이름을 구단 명칭에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분데스리가 정책(레버쿠젠 등 일부 예외)을 회피하기 위해 레드불의 약자를 활용해 만들어낸 조어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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