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낮 없이 수출에 매진해 경제 건설 이룩해 세계로부터 환영 받는 나라 만들었는데...천벌 받는다, 이 놈들아!”
文정부 향한 절규의 목소리2일 기준 전 세계 80개국이 한국인 혹은 한국을 경유한 외국인의 입국 금지 또는 제한하는 조치 취해
2019년 상반기 기준 공동 1위 일본·싱가포르에 이어 세계 2위의 ‘대한민국 여권 파워’...1년만에 종전 대비 43% 국가가 韓人 입국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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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외교부에 따르면 전 세계 80개국이 한국인 혹은 한국을 경유한 외국인의 자국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그래픽=연합뉴스)

입국 심사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8시간을 비행해 겨우 도착한 나라,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나라—이전 같았으면 ‘웰컴’(어서오세요)을 외치며 한국인들을 향해 부러운 웃음을 던지던 이들이, 이제는 한국인에게 말조차 건네기를 꺼렸다.

모(某) 소셜미디어(SNS)에 게재된 A씨의 사연이다. A씨가 외국에서 수모를 당한 까닭은 모국(母國)에서 터져버린 ‘코로나19’(COVID-19, 일명 ‘우한폐렴’) 사태 때문이다.

A씨는 해당 입국 심사관이 한국 여권을 마치 벌레 보듯이 손가락으로 밀치면서 자신이 작성한 입국 심사 서류에 ‘헬스’(health·건강)라고만 적고서는 검역소(檢疫所)로 가라고 손가락으로 지시했다고 적었다. A씨 검역소와 입국 심사관 사이를 오가기를 수 차례나 반복한 끝에 겨우 상륙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A씨의 사연이 더욱 기구한 이유는 A씨의 출발지가 한국이 아니라는 점 때문이었다. 명백히 A씨는 지금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와는 전연(全然) 무관한 이였지만, 단순히 대한민국 여권을 소지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차별을 받은 것이다.

A씨는 “국격(國格)을 이렇게 만든 쓰레기들을 때려 죽이고 싶다”며 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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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사진=연합뉴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본부장 정은경)의 2일 오전 발표에 따르면 이날 새로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수는 476명이었다. 질병관리본부가 전날(1일) 오전 발표한 수치(376명)와 비교해 100명이나 늘어난 수치다.

이날 질병관리본부는 ‘코로나19’ 누적 환자수가 4212명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날 일명 ‘우한폐렴’으로 불리고 있는 ‘코로나19’의 발원지로 지목된 중국은 202명의 신규 ‘코로나19’ 환자가 확인된 데 그쳤다. 이에, 중국의 인구가 14억명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한국에서의 ‘코로나19’ 환자 증가세는 중국을 능가하는 것이 됐다. 1일 기준 ‘코로나19’ 관련 국내 사망자수도 22명으로 늘어났다. 오늘은 또 어디에서 누가 죽어나갈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코로나19’가 지역감염 수준을 넘어서 토착병화(化)할 조짐까지 보이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의 자국 유입을 차단하고자 하는 전 세계 80개국(지역)이 한국인 또는 한국을 경유한 외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하거나 제한했다. ▲몽골 ▲베트남 ▲이스라엘 ▲필리핀 등 36개국(지역)은 한국인의 입국 금지를 선포했고 ▲가봉 ▲대만 ▲인도 ▲짐바브웨 ▲태국 등 44개국(지역)은 한국인에 대한 입국절차를 강화했다. 입국절차를 강화한 국가(지역)들도 자국이 입국한 한국인에 대해 최소 14일에 이르는 격리 조치를 명령했다. 입국 심사대를 무사히 통과했다고 하더라도 한국인은 외출을 할 수 없게 됐으니 사실상 입국이 금지된 것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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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여권.(사진=연합뉴스)

한국 여권 소지자는 2019년 상반기 기준 전 세계 195개 주권 국가(유엔 기준) 가운데 187개국으로 비자 없이 입국이 가능했다. 당시 1위를 차지한 일본과 싱가포르에 이어 한국은 독일·핀란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2위를 차지, 세계 최고 수준의 ‘여권 파워’를 자랑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소위 ‘코리아포비아’(恐韓症·공한증, 한국인 혐오)로 인해, 1년만인 2020년 상반기 현재, 한국인이 자유롭게 입국할 수 있는 국가 수는 종전 대비 43%가 날아가 버렸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亂局)’이다.

더욱 황당한 점은 ‘코로나19’의 발원지인 중국이 자국에 입국하는 한국인에 대해 검역을 강화하겠다고 나섰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나날이 폭증함에 따라 국내에서 ‘중국인의 입국을 금지해 달라’는 청원이 빗발치자 모든 외교 라인을 동원해 한국이 중국인 입국을 막지 못 하게 압력을 넣은 중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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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사진=연합뉴스)

지난 2월1일 중앙일보 차이나랩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등 일부 국가가 중국 국민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를 취했고, 한국에서도 중국인 입국금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는 “세계보건기구(WHO)도 ‘중국으로부터의 이동과 교역을 제한하는 것을 권고하지 않고 심지어 반대한다’고 강조했는데, 미국은 오히려 정반대 방향으로 지나친 행동을 취했다”며 중국인 입국을 금지한 국가들을 맹비난한 바 있다.

싱 대사는 또 “중국은 이(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받아들일 수 없고, 반대한다”, “관련 국가들이 WHO의 건의에 부합하는 과학적 결정을 내려야 할 것으로 본다”며 중국인 입국 금지 요구에 단호한 반대 의견을 내비쳤다. 적반하장이 따로 없었다.

현재 ▲광둥성(省) ▲랴오닝성 ▲베이징시(市) ▲산둥성 ▲산시성 ▲상하이시 ▲쓰촨성 ▲장쑤성 ▲저장성 ▲지린성 ▲충칭시 ▲푸젠성 ▲톈진시 ▲헤이룽장성 등 14개 지역이 한국발(發) 항공기를 통해 입국한 이들에 대한 검역 강화 조치에 나섰다.

동남아 지역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는 B씨는 “생각할수록 화가 치민다”고 했다. B씨는 “나름 친중(親中)이라는 이 나라도 중국에서 비행기가 들어오는 것을 막은 지 꽤 됐는데, 왜 한국은 중국에 대한 비상 조치를 취하지 못 해 지금 ‘우한 바이러스’가 창궐하도록 만들고 국민들을 외국으로부터 천대받게 만들었느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서 B씨는 “지금껏 살아온 70년 넘는 세월 가운데 이 나라 국민이 6.25전쟁과 4.19혁명을 거치며 보릿고개를 넘고 새마을운동을 벌이면서 간호사와 광부로 서독에 가서 노동을 구걸한 것도 모자라 중동에서 그 모진 사막 모래바람을 견디며 휴일과 밤낮 없이 수출에 매진, 어떤 고난도 보람과 희망으로 이겨온 것을 다 지켜봤는데, 오늘 이렇게 한국인으로 태어났다는 사실이 서글펐던 적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나라와 기업을 위해 땀 범벅이 된 수많은 국민이 한숨을 쉬고 있다”며 “이 시름을 어디에 호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또 다른 어떤 이는 “그 동안 한국 사람들이 어깨 펴고 비자 없이 세계의 모든 나라를 누빌 수 있었던 것은 그대들이 그렇게도 비난하는 군(軍) 출신 대통령들과 당시 열심히 일한 국민들이 대한민국을 경제적으로 발전시켰기 때문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김대중·노무현 때도 이러지는 않았다”며 문재인 정권은 정말 무능하고 나쁘다는 평을 남기기도 했다.

“천벌 받는다, 이 놈들아!”—그의 마지막 몇 마디가 메아리 치며 귓등을 때렸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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