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안효섭이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스타하우스엔터테인먼트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시즌제 드라마의 역사를 새로 쓴 드라마가 탄생했다. 지난달 25일 종영한 SBS '낭만닥터 김사부2'는 최종회 27.1%(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뜨거운 인기 속에 막을 내렸다. 이는 시즌1의 최고 기록인 27.6%에 버금가는 시청률이다.

배우 안효섭은 극 중 GS(외과) 펠로우 2년차 서우진으로 분했다. 그는 어린 시절 불우한 환경을 딛고 조금씩 성장해가는 서우진의 내면을 입체적인 연기로 그려내며 방송 내내 시청자들의 호평을 얻었다. "처음엔 의사 역할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었어요. 보통 펠로우 2년차면 적어도 서른둘이거든요. 실제 나이 차이도 좀 있고 한번도 상상해보지 못한 세계라 초반엔 많이 힘들었죠. 그래도 시청자분들이 기다리는 작품이라고 생각하니까 잘해보고 싶어졌어요. 마지막까지 많이 사랑해주신 덕에 매주 힘이 났죠."

안효섭이 연기한 서우진은 천재적인 수술 능력을 타고났지만 먹고 살기 위해 외과의사가 된 인물이다. 훤칠한 외모에 뛰어난 능력까지 갖춘 그는 얼핏 보기에 완벽하지만, 가족 동반자살의 비극 속 유일한 생존자라는 상처와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인물이다. 안효섭은 시니컬하면서도 인간미가 살아있는 서우진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해 주목받았다.

"능숙하게 수술하는 장면을 위해서 집에서 매일 손동작을 연습했어요. 최대한 여유있는 표정으로 '나는 잘해!'를 속으로 계속 외쳤죠. 캐나다에서 9년간 생활했기 때문에 오히려 의학용어는 좀 수월했어요. 다 영어라 뜻이 보이더라고요. 다만 '콩글리시'를 발음하는 게 어려웠어요. 우진이가 영어를 엄청 잘하는 캐릭터는 아니라서. '브이아이피 환자', '하이브리드룸' 이런 용어들을 발음하는데 주변에서 혀 좀 그만 굴리라고 하더라고요."

특히 한석규와 함께 호흡을 맞춘 것은 안효섭에게 특별한 경험이었다. 안효섭은 "다른 표현은 생각이 안 난다. 아버지 같았다"며 남다른 존경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현장에서도 실제로 사부님이라고 불렀어요. 연기적으로 최고의 선배님이시지만 평소에도 항상 기다려주시고 자상하게 웃어주셨어요. 첫 미팅 때 저는 좌불안석이었거든요. 어릴 때부터 TV에서만 보던 대선배님을 만난다는 생각에 긴장하고 있었는데 마침 낚시를 하고 오셨더라고요. 그 복장 그대로 오셨는데 선배님만의 자유로운 분위기, 후광이 정말 인상 깊었어요. 촬영이 시작된 이후에는 계속 자신감을 불어넣어주셨어요. '무슨 말을 하든 진짜여야 한다'는 조언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사진=삼화네트웍스
'낭만닥터 김사부2'가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가장 큰 이유는 깊은 울림을 안기는 '낭만'이라는 특별한 의미와 메시지에 있다. 환자를 볼모로 이뤄지는 '정치'로 인해 외상센터가 존립하기 어렵고 중증외상환자들이 외면당하며, 돈이 되는 치료에만 매달리는 병원의 현실적 문제들을 돌담병원을 통해 투영시켰다. 또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리얼리티를 극대화시킨 환자 케이스에서는 장기기증부터 존엄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안들을 다뤄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각자의 소신이 뚜렷한 캐릭터들 역시 빛났다. 특히 서우진은 적당히 이기적인척, 적당히 만만하게, 적당히 모르는 척, 튀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그저 내 실속만 챙기면 장땡이라 믿는 인물이었다. 낭만을 믿지 않는 청춘이었지만 돌담병원 동료들을 만난 이후 차츰 성장해간다. 그런 면에서 현실적이면서도 공감을 불러일으킨 캐릭터라는 평을 들었다. 안효섭은 "서우진과 비슷한 면이 있다"며 속 깊은 이야기를 털어놨다.

"저도 세상에 벽이 좀 있는 편이에요. 인간관계에 큰 신뢰도 없고 그런 면에서 (서우진과)비슷해요. 기본적으로 우진이보다는 밝은 성격이지만 누군가에게 더 잘해주지도 않고 못해주지도 않고 중간만 지키는 스타일이에요. 어릴 때부터 혼자 한국에 와서 고생을 좀 했거든요. 그 과정에서 나쁜 어른들도 만났고 진심이었던 내 마음이 처량해진 때도 있었고 그런 경험들을 하면서 성격이 변한 것 같아요."

사진=스타하우스엔터테인먼트
7살 때 부모님을 따라 캐나다로 이민을 갔던 안효섭은 17살이 되던 해에 JYP엔터테인먼트 연습생으로 발탁돼 홀로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후 배우 곽시양, 권도균, 송원석과 함께 배우 그룹 원오원으로 활동하며 해외에서 많은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 연기자로 자리잡기 위한 노력도 계속됐다. 웹드라마 '퐁당퐁당 러브'를 시작으로 '한번 더 해피엔딩', '가화만사성', '딴따라', '아버지가 이상해',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어비스' 등 다수의 드라마에서 차근차근 기본기를 쌓았고 이제 주연급으로 당당히 올라섰다. 데뷔 초였던 5년 전만 해도 모르는 한국어가 많아 책 한 장을 넘기기도 힘들었지만 단어 하나씩 찾아가며 공부했고 한국어 발음을 개선하기 위해 아나운서 학원에 다니기도 했다. 이제 매일 아침 한국어 공부 영상을 켜고 하루를 시작하는 게 습관이 됐다고.

"해외에 살면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많이 보게 돼요. '쩐의 전쟁', '자이언트' 이런 드라마들을 좋아했던 것 같아요. 저한텐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고 문득 나도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데뷔 이후 몇몇 작품들을 거치면서 개인적으로 많이 진중해졌어요. 연기를 대하는 태도, 연기에 날 얼마나 쏟을 수 있을까 그런 것들을 고민하게 됐어요. 하면 할수록 더 잘 하고 싶다는 생각이 굳어졌죠. 점점 보이는 게 많아지니까 부족함도 많이 느끼고 욕심도 생겨요."

인터뷰 말미 안효섭은 차기작에 대해 귀띔하기도 했다.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작품은 없지만 그간 보여준 '꽃미남' 이미지만큼은 완벽히 벗고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계속 외모가 부각되는 역할들을 맡아서 좀 부담이었어요. 제가 (잘생겼다는 걸)인정을 못하는데 멋있는 척 연기하려니까 괴롭더라고요.(웃음) 사실 저는 굉장히 자유로운 사람인데 항상 이미지에 각이 잡혀 있어서 아쉬웠어요. 각 좀 덜 잡고 자유분방하고 풀어진 역할도 잘 할 수 있거든요. '행오버'의 브래들리 쿠퍼 역할 같은 것도요. 다음엔 그런 캐릭터로 인사드릴게요.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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