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 교통사고 발생 시 운전자 처벌 수위를 대폭 강화한 ‘민식이법(어린이보호구역 관련법 개정안)’이 시행됐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어 취지를 무색케 한다는 지적이다. 

보도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으로 개학이 4월로 연기된 탓에 법 시행 이전과 이후의 등하굣길 환경을 제대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아직도 단속카메라가 설치되지 않은 곳이 상당수에 달하고 심지어는 신호등조차 제대로 작동이 안되는 곳도 있었다고 한다. 시행 첫날인 25일 인천·경기 지역 경찰의 교통 단속 결과, 제한속도 30㎞가 표시된 전광판을 무시한 채 과속을 일삼다 단속 중인 경찰관과 순찰차에 부착된 경광등을 보고서야 급격히 속도를 줄이는가 하면, 비상등을 켜고 불법 주정차를 일삼는 등 운전자 의식부재가 여전했다. 또 갓길에 주차된 불법 주정차들 때문에 중앙선을 넘기 예사고, 횡단보도 신호등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곳도 있었다.  

‘민식이법’은 사고 예방을 위해 스쿨존에 과속단속 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고, 교통사고 발생 시 가해자에 처해지는 가중처벌이 핵심이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운전자에게만 가혹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법규를 지켜 운행해도 사고가 발생하면 무조건 운전자에게만 책임을 돌리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고, 민식이법이 아니더라도 피해자와 가해자의 과실 정도를 따져 기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으로 충분히 무겁게 처벌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불법 주정차로 인해 시야가 확보되지 못하거나 저속이라도 어린이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경우 사고는 불가항력이어서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물론 운전자만을 엄벌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지만, 일반적인 법 원칙만 내세우기보다는 스쿨존에서라도 어린이들이 사고 없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게 하자는 민식이법 시행 취지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민식이법은 돌발행동을 하는 어린이의 특수성을 고려해 마련된 법이다. 조금 빨리 가는 것보다 어린이 보호라는 필요성에 국민이 지지를 보낸 것이라는 점을 운전자들이 충분히 인식해 줬으면 한다. 다만 운전자의 경각심 제고를 위한 처벌 강화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스쿨존을 포함해 안전한 통학로를 조성하는 일이 더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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