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돌리기 전략 쓰는 ‘박사방’ 조주빈... “성착취 범죄 집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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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성착취방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씨가 경찰 포토라인에서 ‘손석희·윤장현·김웅’ 사기 사건을 언급하면서 사건의 본류가 흐려지고 있다. 수사기관과 언론이 조씨가 저지른 범행의 핵심인 청소년 등 성착취보다 사건의 곁가지인 유명인 관련 사기행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사정당국 등에 따르면 조씨는 경찰 조사에서 박사방에서 이뤄진 성범죄에 대해서는 제시된 증거에 대해서만 인정할 뿐 추가 질문에는 답을 거의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조사기간 내내 손석희 전 JTBC 사장과 윤장현 전 광주시장, 김웅 프리랜서 기자에 대한 사기 혐의에 대해서 거듭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16일 검거돼 25일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

경찰은 조씨가 범행을 진술한 이상 조사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경찰이 사기 피해를 입은 손 사장 등을 조사하는 사이 조씨는 자신의 성범죄를 숨기게 된 셈이다. 검찰도 조씨가 언급한 내용에 대해 더 명확히 조사하라고 지휘했다. 범죄 혐의가 드러난 이상 경찰과 검찰이 수사하지 않으면 직무유기였고, 조씨는 이 점을 명확히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25일 얼굴과 음성이 공개된 조씨는 세상이 알지 못했던 유명인 사기 사건을 카메라 앞에서 쏟아냈다. 조씨가 피해자에 대한 사과 대신 “손석희 사장님, 윤장현 시장님, 김웅 기자님을 비롯해 저에게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하면서 언론과 국민의 관심이 쏠렸다. 지난해 폭행 사건으로 구설에 올랐던 손 사장과 김 기자가 연루된 것도 큰 흥밋거리였다. 하루 동안 박사방에서 어떤 성범죄가 이뤄졌는가보다 ‘박사’와 손 사장의 관계가 무엇이냐는 궁금증이 포털사이트를 가득 채웠다.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최소 74명의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이송되고 있다. 뉴스1
사건을 송치 받은 검찰도 경찰과 마찬가지로 별건 수사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한 언론 보도에 대응하면서 “특정인 관련 사기 등 범죄로 수사 범위를 확대하지 않겠다는 내부 방침을 정한 사실이 없다”며 “수사과정에서 확인되는 조주빈과 공범들의 다른 범죄 혐의에 대하여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해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씨가 진술하는 내용에 대해 원칙상 수사해야만 한다는 얘기다.

한 사정당국 관계자는 “자신의 성범죄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경찰에 별건을 던져 본류를 흐리려고 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며 “추후 경찰과 검찰 수사에서도 조씨의 노림수를 잘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사정당국 관계자도 “수사기관에서 혐의가 발견되면 수사하는 게 당연한 의무”라면서도 “성착취라는 사건의 본질에 집중하고 언론 등에서도 그에 대한 관심의 비중을 중점적으로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청윤 기자 pro-ver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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