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에 등장한 한국 판사 '오덕식' 그리고 구하라

송윤경 기자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법원전시관에 사법권 독립의 글귀를 관람객이 바라보고 있다.  사진은 기자와 무관. 경향신문 자료사진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법원전시관에 사법권 독립의 글귀를 관람객이 바라보고 있다. 사진은 기자와 무관. 경향신문 자료사진

워싱턴포스트가 고 구하라씨를 괴롭혔던 불법촬영에 무죄를 선고한 남성판사 오덕식씨의 이름을 그대로 드러내는 기고문을 게재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서울에서 활동하는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강혜련씨의 글 ‘한 한류스타의 죽음은 한국의 사법 정의에서 여성은 열외임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다’를 지난달 28일 게재했다.

그동안 외신들은 설리와 구하라씨의 죽음 이후 이들이 ‘한류스타’인 점을 부각시켰다. 그러나 이 기고문은 구씨가 겪은 일련의 사건들이 한국사회의 ‘여성’의 문제임을 지적한다.

기고문은 “고 구하라씨의 죽음 이후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두 남성의 이름이 소셜 미디어에서 주목을 받았다”면서 “(그들은 각각) 최종범과 오덕식”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전자(최씨)는 구씨의 신체를 동의 없이 촬영하고 촬영물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소개하고 “후자(오덕식 판사)는 최씨의 폭행 등의 혐의엔 유죄를 선고했으면서 (촬영엔) 무죄를 선고한 남성 판사”라고 설명했다.

지난 8월 오 판사는 최씨의 ‘동의 없는 촬영’은 무죄라고 보고 재물손괴, 상해, 협박, 강요 혐의만 인정해 집행유예(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를 선고했다. 그는 또 재판 과정에서 “영상의 내용이 중요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촬영물을 본 사실이 알려져, 2차 가해 논란도 불거졌다.

고 구하라의 빈소가 마련된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내 영정. 사진공동취재단

고 구하라의 빈소가 마련된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내 영정. 사진공동취재단

기고문은 한국사회에서 ‘몰카와의 전쟁’ 같은 캠페인이 보도되기도 했지만 여성들이 처한 현실은 그런 보도 몇줄로는 설명되지 않을 만큼 잔혹하다고 지적했다. 기고문은 “경찰 측 통계에 따르면 불법촬영(스파이 카메라·몰카) 사건은 한해 6000건 이상 입건되고 피해자의 절대 다수가 여성이며 가해자의 절대 다수가 남성”이라면서 “범죄자들은 5년 이하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지만 아무리 심각한 사건에서도 그런 선고는 좀처럼 내려지지 않는다, 대개가 벌금형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런 가벼운 처벌이 남성 가해자들에게 범죄를 반복하게끔 만든다는 비판을 소개했다.

기고문은 특히 불법촬영·유포·집단성폭행 등의 혐의를 받는 정준영씨 사건에 대해 고 구하라씨가 직접 SBS의 기자에게 전화해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한 사실도 전했다.

불법촬영(몰카) 사건 앞에서 구하라씨는 ‘한류스타’라기보다는 같은 사건으로 고통받았던 한명의 피해여성이었다는 점을 드러낸 것이다. 기고문은 또 젠더감수성이 심각하게 부족한 한국 사법 제도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최종범씨의 구씨 신체 ‘촬영’에 대해 대해 재판부가 무죄를 내리며 제시한 ‘근거’들을 간략 정리해 설명했다. ‘둘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만났다, 구하라씨가 먼저 인스타그램으로 연락했다, 그들은 성관계를 가졌다, 구하라씨가 종종 최씨의 개인적 사진을 찍었다.’ 기고문은 “이중 어떤 것도 최씨의 혐의 혹은 동의 문제, (해당) 여성이 겪는 문제 등에 대한 이해와 관련이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9일 ‘성적폐 카르텔 개혁을 위한 공동행동’이 주최한 ‘성적폐 재판부에 여성들을 잃을 수 없다. 판사 오덕식은 옷 벗어라’ 기자회견이 열렸다. 출처 | 녹색당 블로그

지난달 29일 ‘성적폐 카르텔 개혁을 위한 공동행동’이 주최한 ‘성적폐 재판부에 여성들을 잃을 수 없다. 판사 오덕식은 옷 벗어라’ 기자회견이 열렸다. 출처 | 녹색당 블로그

강혜련씨는 기고문에서 심각한 사이버 폭력에 시달리다 생을 마감한 설리의 죽음 이후 41일만에 구하라씨가 숨진 것을 언급하면서 이렇게 글을 마무리했다. “잇따른 두 사람의 죽음은 단지 ‘한류스타(K-pop stars)’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두 사람의 죽음은) 학대와 폭력에 심각하게 노출돼 있는 한국의 여성들의 잔인한 현실을 다시 일깨우는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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