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김수연 기자] 미성년자와 여성들을 협박해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유포한 이른바 ‘n번방 사건’ 담당 재판부에서 오덕식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 부장판사를 제외해달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오 부장판사가 ‘n번방’ 가담자인 ‘태평양’(대화명) A군(16)의 재판을 맡은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오 부장판사는 성범죄 가해자들에게 관대한 판결을 내려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성적폐 카르텔 개혁을 위한 공동행동과 녹색당 등 여성단체들은 지난해 11월29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사망한 고(故) 구하라의 전 연인 최모씨 재판을 진행한 오덕식 부장판사의 퇴진을 요구했다. <사진=뉴시스>

당초 오 부장판사는 오는 30일 A군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 예정이었다. 그러나 검찰은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과 공모한 혐의에 대한 추가기소 가능성을 감안해 재판부에 기일연기신청을 냈다.

오 부장판사는 그간 성범죄자들에게 여러 차례 가벼운 판결을 내리면서 ‘성인지 감수성이 결여된 판결’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오 부장판사는 지난해 8월 고 구하라의 전 연인 최모씨의 재판을 맡았다. 그는 당시 1심 재판에서 최씨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최씨는 지난 2018년 9월 구씨와 다투는 과정에서 팔과 다리 등에 타박상을 입히고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하겠다’며 협박한 혐의를 받았다.

오 부장판사는 최씨의 범행에 대해 계획적이라기보다는 우발적이었다는 점, 문제의 동영상이 촬영된 경위, 실제로 이를 유출·제보하지는 않았다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또한 오 부장판사는 재판 과정에서 “영상의 내용이 중요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최씨가 찍은 성관계 동영상을 본 사실이 알려져 2차 가해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후 구씨가 세상을 떠나자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등 6개 시민단체는 “성적폐 재판부에 여성들을 잃을 수 없다”며 오 부장판사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오 부장판사는 지난해 8월 고 장자연씨 성추행 혐의로 기소된 전 조선일보 기자에게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오 부장판사는 무죄 선고 이유로 “생일파티에서 성추행이 있었다면 생일파티가 중단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여성계는 “해당 파티는 성 접대라는 이름으로 강제 추행이 이뤄지던 자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외에도 오 부장판사는 웨딩홀 바닥에 카메라를 설치해 치마 속을 불법 촬영한 남성, 10대 청소년에게 음란물을 유포한 20대 남성, 성매매 영업으로 부당 이득을 챙긴 남성, 아동 성착취 동영상을 유포한 남성들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이력이 있다.

이에 2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n번방 담당판사 오덕식을 판사자리에 반대, 자격박탈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오 부장판사를 n번방 사건에서 제외시켜 달라”며 “최씨 사건의 판결과 구씨의 2차 가해로 수많은 대중들에게 큰 화를 산 판사”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 부장판사는 수많은 성범죄자들에게 벌금형과 집행유예 등 너그러운 판결을 내려 국민들이 비판한 바 있다”며 “이런 판사가 지금 한국의 큰 성착취 인신매매 범죄를 맡는다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사법부의 선택이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이어 “모두가 26만명의 범죄자들을 잡기 위해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 법이 그들을 봐주면 무슨 소용이냐”며 “성인지 감수성 제로에 가까운 판결과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한 판사를 n번방 판사로 인정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제발 그를 이 법정에서 볼 수 없게, 이 사건에서 그 어떤 영향력도 뿌릴 수 없게 제외하고 자격을 박탈시켜 달라”며 “피해자를 생각한다면, 국민들의 인권을 생각한다면 그는 절대 다시 성범죄 사건에 판사로 들어와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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