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소프트 브렉시트(단일시장과 관세동맹 잔류)’를 추진하기로 했다. ‘브렉시트로 유럽연합(EU) 회원국과의 무역이 어려워진다면 영국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힌 주요 기업들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해석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7일(현지시간) 메이 총리가 전날 진행된 국무회의에서 ‘소프트 브렉시트’ 계획에 대한 내각 동의를 끌어냈다고 보도했다. 이 계획은 영국이 EU를 탈퇴한 뒤에도 공산품과 농산물에 대해 EU 단일시장과 밀접하게 연계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메이 총리는 “공산품과 농산물에 대한 일반 규정서와 기업 친화적인 새로운 관세 모델을 만들어 EU 기준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무역협정도 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메이 총리는 그동안 브렉시트 뒤 EU 시민의 영국 유입을 막기 위해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을 이탈하는 ‘하드 브렉시트’를 주장해왔으나 입장을 바꿨다. 기업들이 잇따라 영국에서 철수 의사를 밝히는 등 하드 브렉시트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방향을 선회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톰 엔더스 에어버스 최고경영자(CEO)는 “만약 단일시장과 관세동맹 합의 없이 브렉시트가 시작된다면 영국과의 오랜 관계도 재고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 최대 자동차회사인 재규어랜드로버도 “하드 브렉시트를 강행한다면 영국 내 공장을 폐쇄하겠다”고 압박했다.

하지만 메이 총리가 자세를 바꾸자 보수당 내 강경파들은 반발하고 있다. 데이비드 존스 의원은 “영국을 관세동맹과 단일시장에 영원히 묶겠다는 의도”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메이 총리는 보수당 당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더 이상 장관들이 개인 의견을 표시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며 소프트 브렉시트 방침을 확고히 했다.

국민투표를 거쳐 2016년 6월 브렉시트를 결정한 영국은 2019년 3월 말까지 EU 탈퇴를 위한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