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정헌희 기자] 오늘 28일(토) 19시 25분 EBS1에서는 <한국기행> ‘여행책에 없는 제주도 가볼만한곳(1부~5부)’가 재방송된다.

살랑이는 바람이 사람들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계절 봄, ‘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제주다. 그런데 제주는 다 거기서 거기다라고 하는데, 시선을 바꿔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자세히 보아야 진짜를 발견하는 법! 육지 사람들은 모르는 여행 책에 나와 있지 않은 익숙한 제주의 풍경 속 낯선 공간과 이야기를 찾아간다.

<사진출처=EBS 한국기행>

▲제1부 ‘유채꽃 필 무렵’ : 바닷가에 우뚝 선 박수기정이 한 폭의 그림 같은 서귀포시 대평리. 이 아찔한 절벽 위로 부는 바람이 따뜻해지면 소라가 살이 찌고 귤나무에 새순이 돋기 시작한다. 바야흐로 봄! 제주에서 가장 제주다운 풍광과 모습이 남아 있는 대평리의 어느 봄날을 만나본다.

“유채꽃에 봉오리가 앉으면 봄이 다 왔지.” 육지에서 봄나물로 달래, 냉이를 뜯는다면 제주에서는 꽃 피기 전의 어린 유채를 뜯어 봄을 음미한다. 생으로 먹거나 간단하게 조리해 먹는 유채는 제주에서도 초봄에 아주 잠깐 맛볼 수 있는 특별한 봄나물이다.

대평리에서 나고 자란 60년 단짝 김영희 · 양영희 씨는 봄 소라 물질로 지친 몸과 마음을 유채 밥상으로 달랜다. 유채의 연둣빛 잎을 다듬어 겉절이 김치를 담그고 뜨끈한 된장국과 부침개까지 밥상에 올리면 상쾌하고 향긋한 맛과 향이 오감을 깨운다. 고된 하루의 위로와 함께 추억이 떠오르는 봄의 맛! 육지 사람들은 모르는 제주의 봄을 맛본다.

“봄이 시작됐으니까 겡이 잡으러 가야죠.” 감귤밭 전정을 서둘러 마친 유상길, 함은혜 씨 부부가 봄을 찾아 바다로 나선다. 봄이면 살찌기 시작하는 겡이(방게)를 잡기 위해서다. 바닷가의 돌 밑에 숨어 사는 겡이는 예부터 제주 사람들이 반찬과 몸보신으로 즐기던 음식 재료다. 남편이 돌을 굴리면, 빠르게 도망치는 겡이를 잡아내는 아내.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는 부부의 소박한 봄맛이. 빨갛게 튀겨진 겡이 튀김 한 젓가락에 부부의 봄날은 행복하다.

<사진출처=EBS 한국기행>

▲제2부 ‘비밀의 계곡, 효돈천’ : 수만 년 전 제주의 계곡과 숲이 그대로 남아 있는 마을, 서귀포시 하례리. 어제로부터 오늘로 이어지는 제주 태고의 풍경과 이를 보전하는 마을 주민들의 특별한 봄맞이를 따라간다.

“제주 사람들도 잘 모르는 마을의 보물이죠.”
 하례리 주민들의 쉼터인 효돈천은 한라산에서 발원한 제주의 대표적인 건천이다. 한라산이 화산 폭발하면서 생긴 용암이 계곡을 만들고 수만 년 동안의 비와 바람이 만든 효돈천의 기묘한 풍광은 마치 우주의 어느 행성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

그리고 한라산에서 흘러 내려온 다양한 생물 종은 효돈천 주변에 뿌리내려 고살리 숲을 이뤘다. 숲에는 희귀종인 제주 무엽란과 제주 한란은 물론 식생이 다른 식물들이 서로 어울려 자란다. 고살리 숲은 제주도 사람들에게조차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공간. 이런 독특한 지질환경과 자연 덕분에 효돈천 일대는 2002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그리고 이때부터 주민들은 마을의 보물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발 벗고 나서고 있다는데….

이 봄 더욱 분주한 하례리 어벤져스들을 만난다.

“상웨빵은 제주의 빵이에요.”
하례리의 봄이 올해 더 특별한 이유는 마을 여성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마을 점방을 열었기 때문이다. 점방에서 만드는 것은 제주 전통 빵인 상웨빵과 쉰다리. 여기에 마을에서 나는 한라봉을 넣어 맛과 풍미를 더했다. 덕분에 마을의 감귤 농가도 돕게 됐고 마을을 떠나려던 젊은 부부들이 정착하게 했다. 제주의 그 어느 곳과 다른 제주의 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하례리의 봄은 그 어느 때보다 눈부시다.

<사진출처=EBS 한국기행>

▲제3부 '그 섬에 청보리 일렁이면' : 제주에서도 가장 먼저 봄이 찾아오는 섬, 가파도. 겨울바람을 이겨낸 청보리가 바람에 일렁이면 봄이 왔다는 신호다. 이때부터 가파도는 본격적인 봄맞이를 준비한다. 관광객들은 모르는, 가파도 섬사람들의 봄을 만나본다.

“청보리가 파랗게 올라오잖아요. 그거 보고 봄이 온 걸 알 수 있어요.” 오늘도 김순덕 할머니는 경운기를 몰고 보리밭으로 향한다. 가파도로 시집와 55년째 청보리 농사를 짓고 있다는 할머니. 보리는 가파도에서는 없어선 안 될 귀한 식량이다. 수확 철에는 보리 방학이 있었을 만큼 가파도 사람들의 1년을 책임졌던 삶 자체였다. 김순덕 할머니도 이 보리로 아들 셋을 키워 뭍으로 보냈다. 올해도 할머니는 청보리를 수확해 털고 말려 아들에게도 보낼 생각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감태야, 봄이 왔니? 왔다는데 얘가 아직 좀 수줍대요.” 3년 전 가파도에 놀러 왔다가 섬의 매력에 빠져 아예 정착하게 되었다는 이영열 씨. 그녀는 가파도에서 천연염색을 하며 산다. 봄이 찾아든 바닷가에서 영열 씨가 찾는 염색 재료는 다름 아닌 감태다. 가파도의 감태는 매생이와 비슷한 육지의 초록빛 감태와 달리 미역과의 갈조류. 그뿐만 아니라 가파도의 소금기 섞인 봄바람과 뜨거운 햇살은 천연염색을 하기에 최적의 환경이란다. 감태로 물들인 옷을 입으면 바다를 입은 것 같다는 천연염색가 이영열 씨의 감성 충만한 봄날을 함께한다.

“맨날 바닷가 와서 소라껍데기 주워다 주지.”, “작은 정성으로 되지도 않아. 내 마음이 담긴 정원이야.“ 아침부터 부지런 떨며 바다로 나온 김부전 할아버지가 소쿠리 한가득 줍는 것은 다름 아닌 소라와 전복 껍데기. 아내 이춘자 씨를 위한 것이다. 춘자 할머니는 가파도에서 이름난 예술가. 집 벽과 돌담에 전복, 소라, 고동을 붙여 꾸몄고 바닥은 동글동글한 몽돌을 손수 깔았다. 지난 10년간 한땀 한땀 마음을 담아 꾸민 노부부의 집은 가파도의 핫플레이스! 용궁 정원에서 아웅다웅하며 살아가는 김부전·이춘자 부부를 만난다.

<사진출처=EBS 한국기행>

▲제4부 ‘바람코지에 봄님 오셨네’ : 제주의 가을은 오름에서부터 온다고 한다. 이 말인즉슨 해녀들의 계절이 돌아왔다는 뜻이다. 제주에서도 바람이 거세 ‘바람코지’라 불리는 구좌읍 행원리 해녀들의 첫 성게 수확 현장을 동행한다.

“우리 마을 앞바다에서 성게가 제일 먼저 나와요.”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3월 초는 봄 바다가 열리는 시기다. 같은 제주 바다지만 지역마다 나는 물건은 다르다. 바다 밭 넓고 풍요롭기로 소문난 행원리 봄 바다에서는 성게가 제철이다. 다른 바다 밭보다 두세 달 빨리 성게가 여물었다. 오늘 물질 나가는 해녀만 줄잡아 70여 명. 그런데 날씨가 어째 심상치 않다.

“해녀들 무탈하게 해달라고 용왕님께 비는 겁니다.” 거세진 바람과 갑작스레 내리는 비에 해녀회장 문영매 씨가 바닷가로 향한다. 들고 간 보따리에서 꺼내든 것은 쌀밥과 삶은 달걀. 삶은 달걀을 쌀밥으로 싸 동그랗게 만들어 바다에 던지는 ‘지드림’을 하고서는 해녀들의 무탈을 기도한다.

거센 바람을 맞으며 해녀들이 파도 속으로 들어간다. 날씨가 좋지 않다고 해서 물질을 중단할 수 없다. 이것이 해녀의 숙명. 해녀들의 생명줄과 같은 붉은 테왁이 바다 위에 한가득 꽃으로 폈다. 궂은 날씨에 바닷가에는 가족들이 마중 나와 있다. 다행히 해녀들의 망사리마다 성게와 소라, 해삼이 한가득하다.

“성게는 혼자 못 해요. 같이 일해 줄 사람이 있어야 성게를 잡는 거예요.” 물질이 끝나자 잡은 성게를 가지고 해녀들이 한 집에 모인다. 성게 까기 품앗이를 하기 위해서다. 성게를 쪼개고, 까고, 알맹이를 골라내고, 헹궈 내고. 성게 하나를 까는 일에 손이 많이 간다. 이웃의 도움 없이는 할 수 없는 일. 성게 까기를 도와줄 사람이 있어야 성게도 잡는 거란다.

“제주 여자들은 생활력이 강해서 뭐든지 잘해요.” 봄을 맞아 행원리 육지 밭에는 씨감자 파종이 한창이다. 행원리 육지 밭은 모래흙이라 물 빠짐이 좋아 감자 농사가 적격이다. 밭에서 감자를 심고 있는 어머니들은 대부분 물질을 나가지 못하는 은퇴 해녀들. 나이 들어 몸이 말을 듣지 않아 바다 밭 대신 육지 밭에서 생계를 이어나간다. 삶은 계속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또한 해녀의 숙명이기 때문이다. 

<사진출처=EBS 한국기행>

▲제5부 ‘봄이 오면 나는 좋아’ : 크고 작은 오름은 제주도의 특징 중 하나. 계절 따라 오름은 색과 바람이 바뀐다. 중산간 오름의 봄은 과연 이야기를 품고 있을까?

“가족과 함께한 추억이 많아요. 올봄에는 어떤 추억이 생길까 기대돼요.” 구좌읍 김녕리 중산간 삿갓오름에는 비밀의 농장이 있다. 이국적인 분위기 자아내는 야자수를 비롯해 갖가지 꽃과 나무, 감귤들이 자리한 이곳은 지난 50년간 한 가족이 일군 터전이다.

봄을 맞아 맏언니 김미리 씨와 세 명의 여동생들이 봄을 따러 왔다. 학교를 졸업하고 각자의 삶을 살다 자매들이 다시 농장에 모인 건 3년 전. 의기투합해 두릅 농사를 짓고 있다. 며칠 전까지 소식 없던 두릅도 싹이 돋고 어린 고사리와 쑥을 발견하곤 뭐가 그리 좋은지. 자매들의 수다는 그칠 줄을 모른다. 어린 시절의 추억 덕분일까? 봄볕이 따뜻해서일까? 네 자매에게 올봄은 유독 즐거울 것 같다.

“나무에 달린 버섯들 보면 개나리 핀 것 같아요.” 중산간의 또 다른 오름, 쳇망오름. 다른 오름과 달리 아직 이름조차 낯선 숨겨진 오름이다. 쳇망오름의 매력은 바로 울창한 삼나무숲. 그 삼나무 숲을 김응진, 손옥명 부부는 오늘도 찾았다. 봄 표고버섯이 출하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부부는 지난해 제주로 왔다. 버섯 따는 일조차 서로 의견이 달라 아웅다웅하는 초보 농부지만 육십 평생 그 어느 날보다 행복하다. 제주에서 인생 2막을 시작한 귀농 1년 차 초보 부부에게 올봄은 어떤 의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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