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 학대 영상 속 소년을 쫓은 나의 추적'

  • 루시 프록터
  • BBC 스토리
이모지

어느날, 아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휴대전화에 끔찍한 영상 한 편이 도착했다. 어떻게 이같은 아동 성 학대 이미지와 영상이 만들어지는지, 어떻게 이런 자료가 소셜미디어에서 공개적으로 유통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궁극적으로는 한 가지 답을 원했다. 이 영상 속 아기에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영상을 보낸 건 왓츠앱 메신저 학부모 모임의 다른 엄마였다. 수업 일시나 교복, 질병 등에 대해 의논하기 위해 만든 단체 대화방이었다. 그날 아침, 그 학부모는 우는 얼굴 이모티콘 두 개와 함께 이 영상을 대화방에 올렸다. 섬네일(영상 대표 화면)도 없는, 검은 화면의 영상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재생 버튼을 눌렀다. 소위 인터넷 '짤방'이거나 새로운 뉴스일 거라고 예상했다. 일부 엄마들 사이에서 최근 유행하는 '모르는 어른은 위험해!(Stranger Danger)' 이미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영상은 한 남자가 18개월 정도 된 아기와 함께 소파에 앉아 있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아기는 남자를 보고 웃고 있다. 나머지 장면은 설명할 수 없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깨닫는 데는 약 10초가 걸렸다. 나는 곧바로 영상을 정지시켰다. 그 10초간의 내용을 설명한다면, 당신의 머릿속에도 같은 잔상이 남게 될 텐데 아마 당신은 이를 원치 않을 것이다. 성적 학대를 당하는 아동의 모습을 담은 9분짜리 영상이었다. 나는 비명을 지르며 휴대전화를 내던졌다. 대화방에선 나처럼 놀란 다른 엄마들의 메시지가 울려댔다.

영상을 열어보게 된 학부모들의 대화

곧장 휴대전화를 들고 경찰서로 향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설명했다. 다른 학부모가 경고 차원에서 이 영상을 보낸 것 같다고 말하고 영상 출처를 조사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 영상은 새로운 것일까, 아니면 이미 여기저기 퍼져 있을까. 영상 속 아이는 여전히 위험에 처해 있을까. 이런 증거들이 아이를 도울 수 있을까. 학대범을 붙잡을 수 있을까.

경찰은 내 휴대전화를 2주간 갖고 있었다. 이튿날 이 영상을 보낸 학부모가 체포됐다. 경찰이 대화방의  다른 학부모들을 찾아간 사실도 알게 됐다. 그 이후로 나는 어떤 소식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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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질문이 남아 있었다. 영상 속 아이에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몇 달이 지나서야 더 이상 그 아이를 떠올리지 않고도 내 아들에게 잠자리에서 동화책을 읽어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삶이 일상으로 돌아왔음을 느꼈을 때, 나는 다시 답을 찾아 나섰다. 경찰에 전화를 걸어 영상에 대해 조사해 달라고 다시 요구했다. 그러나 경찰서에 전화를 할 때마다, 담당 경찰관은 자리에 없었다. 그는 나와 관련된 어떤 일도 원치 않았다.

비닐에 담긴 핸드폰

나는 아동 성학대 전문 변호사인 앨런 콜린스와 함께 관련자를 추적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기 시작했다. 전직 경찰들에게 영상을 보내고 그들이 가해자를 알아보는지 확인했다.

그들은 이 영상을 공유하는 일이 "징역 10년형에 처해 질 수 있는 행위"라고 했다. "영상 정지 화면을 저장해서 전송하는 것도 마찬가지고, 휴대전화에 이런 사진들을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감옥에 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전직 경찰 출신인, 건너 아는 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경찰서가 내 휴대전화를 도시 전역에 있는 디지털범죄 과학수사연구소로 보냈을 것이라고 했다.

영상물의 심각성에 따라 각각 A, B, C 등급이 매겨지는데, 이 영상은 A등급에 해당됐다. 다음 단계는 영상 속 피해자 식별이다., 이 영상의 경우 런던 경찰청의 온라인 아동학대 관련 부서로 넘겨졌다. 담당자 린지 딕 경사는 내게 입을 열긴 했지만, 범죄자들이 체포를 피하기 위해 쓰는 기술들에 대해선 말하기 꺼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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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국에서는 약 10만 명이 아동 성 학대 영상을 시청한다
  • 경찰은 매달 400~450명을 체포하는데 대부분은 남성이며 아동 성 학대 영상을 시청하거나 다운로드한 혐의다
  • 와츠앱은 매달 아동 성 학대물을 유포하는 계정 25만 개를 삭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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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한 가지 사례를 꺼냈다. 당시 경찰은 담당자가 한 소년이 학대를 당하는 사진이 담긴 휴대전화를 확보했다.

경찰은 피해 소년의 평상시 사진들도 수집했다. 한 사진에서 소년은 교복을 입고 버스 정류장에 서 있었다. 한 경찰관이 사진 속에서 영국 북서부 도시 머지사이드의 대중교통회사 로고를 발견했다. 이들은 해당 지역 당국에 전화를 걸었고, 교복을 통해 소년의 학교를 알아냈다.

곧 소년의 신원이 밝혀졌고, 그의 부모는 체포됐다. 사회복지 당국이 사건을 인계 받았다. 전 세계의 피해자 식별 담당 경찰들은 이런 작은 단서들에 의지한다.

딕 경사는 "이 영상의 복사본을 갖고 있느냐"고 엄중하게 물었다. 나는 아니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왓츠앱 메신저를 사용하고 있었고, 학부모 모임의 구성원이었기에 이 영상은 내 휴대전화에 계속 표시됐다. 비록 난 어떤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지만, 경찰이 이런 종류의 사건을 얼마나 심각하게 여기는지 깨달았다. 이같은 사실은 다음 사례에서도 잘 드러난다. 지난해 런던 경찰청의 노블렛 로빈 윌리엄스 경정은 200시간의 무급 봉사활동을 해야 했다. 자칫 일자리도 잃을 뻔했다. 여동생이 그에게 왓츠앱을 통해 아동 성학대 영상을 보낸 것을 신고하지 않은 게 문제가 됐다.

경찰청은 영상 속 아이를 찾겠다는 나를 돕지 않겠다고 했다. 내가 이 영상을 공유하고 있어 주의를 받았다는 잘못된 이야기를 타 부서에 전하기도 했다. 앞서 내게 영상을 보낸 학부모는 3년의 성범죄자 등록 처분을 받았다. 경찰은 더 이상 이 사건을 조사하지 않았다.

해당 학부모에게 당초 영상을 보냈던 이를 체포하지도 않았고, 그게 누군지도 찾으려 하지 않았다. 영상을 공유한 사람들 중엔 분명 성범죄자 같은 위험한 인물이 있을 터였다. 그러나 추적은 없었다.

런던 경찰청은 "온라인을 통한 아동학대가 최근 몇 년 사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경찰에 대한 수요가 늘었고, 범인을 찾아내기 위해 계속 발전하는 기술을 따라잡을 필요성도 커졌다. 전국의 경찰들에겐 분명 힘든 일들이다. 그러나 우리는 아동학대 가해자들을 온라인에서 끄집어내어 정의 앞에 세우고, 위험에 처한 어린이들을 지키기 위해 계속 고군분투해야 한다. 

경찰 관계자는 "학대 위험에 처한 아동이 있을 경우, 즉각 경찰에 연락해 달라"며 "아동 학대 관련 메시지를 받았을 경우에도 곧장 경찰에 보고해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관련 이미지들은 어떤 경우에도 공유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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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영상이 어디서 왔는지에 대해 더 많은 단서를 줄 수 있는, 그러면서도 사건과 연관되지 않은 누군가가 필요했다. 검색을 시작했고, 호주 퀸즐랜드의 한 단체를 다룬 기사를 보게 됐다. 아동학대 영상물 공유 사이트를 찾아내 침투하는 데 명성이 높은 단체였다. 피해자 신원 추적팀을 이끄는 전직 형사, 폴 그리피스는 내가 받은 영상이 공유 사이트 중 한 곳에서 유포되기 시작했을 거라고 했다.

그는 "영상이 일단 만들어지면 드러나지 않은 채 존재하다가 작고 촘촘한 네트워크를 통해 유포된다"면서 "유포자들은 대개 이런 영상을 널리 퍼뜨려선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디오 카메라

소아성애자들의 네트워크는 구글 같은 검색 엔진에서 쉽게 검색되지 않는 '다크웹'을 쓴다. 그들은 TOR이라고 불리는 브라우저로 불법 사이트에 접속한다.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몇 개의 다른 서버들을 연결하는 가짜 IP주소를 사용해 위치 추적을 피한다. 다크웹 이용자들은 병적인 우표수집가들과도 비슷하다. 자신들이 소유하고 있는 영상의 섬네일들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뒤, 특정 아동의 이른바 '시리즈'를 모두 모아 콜렉션을 완성하는 식이다.

그들 중 일부는 아동을 학대하거나 학대 장면을 촬영하는 실제 제작자이기도 하다. 몇 년 전, 그리피스의 팀은 '아이의 놀이'라는 사이트를 감시하던 중, 운영자 두 명이 미국에서 만난 사실을 알아챘다. 경찰은 그들을 체포했고 비밀번호를 확보했다. 이로써 수사당국은 모든 영상을 감시할 수 있게 됐다. 가해자와 피해 아동을 찾아내는 작업도 할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수백 명이 체포됐고, 어린이 200명이 구출됐다.

그리피스는 "마치 셜록홈즈가 하는 일 같다"며 "작은 단서들을 따라 퍼즐 조각을 맞춰 나가야 하기 때문에 사막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가장 큰 우려는 온라인 생중계, 라이브 스트리밍이다. 성인들은 아동학대 장면을 실시간으로 보기 위해 돈을 낸다. 스트리밍은 추적이 더 어렵다. 방송이 끝나면 영상이 남지 않고, 플랫폼은 모두 암호화돼 있기 때문이다. 사진과 영상에서 희생자를 찾아내는 기술이 발전함에도 계속 새로운 위협이 생겨나는 것이다.

그리프트는 이런 종류의 범죄에 대해 아래와 같이 말한다.

"우리가 인용하는 유명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 소녀가 해변을 걷다 주변에 수많은 불가사리가 있는 걸 발견하죠. 소녀는 불가사리 하나를 바다로 돌려 보냅니다. 한 남자가 소녀에게 '지금 뭘 하느냐'고 묻죠. '모든 불가사리를 살릴 순 없다'면서요. 소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모든 불가사리를 다 살릴 수는 없지만, 적어도 방금 던진 그 불가사리는 살릴 수 있잖아요.' 이게 정확히 지금 우리가 하는 일입니다. 우리는 살릴 수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을 구하고 있어요. 미래에 정말 마법 같은 해결책이 나타난다면, 모두를 구할 수 있게 되고 이런 범죄는 더 이상 일어나지 않겠죠. 하지만 그런 방법이 나오기 전까진,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그냥 앉아서 외면해선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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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그리피스는 온라인에서 유포되는 이미지와 영상에 관한 작은 네트워크에 소속돼 있다. 그는 나에게 아동 성 학대 제작물을 수년간 연구해 온 영국 플리머스 대학교 범죄 임상 심리 교수인 매기 브레넌에게 연락해보라고 권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브레넌 교수는 국제경찰의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아동학대 자료를 샅샅이 뒤져 피해자 목록을 정리했다. 그는 내가 본 영상에 등장한 아이의 나이가 예외적인 사례가 아니라는 것을 암시하는 소름돋는 패턴을 발견했다. 브레넌 교수는 "영유아와 관련된 자료는 적지만 아주 중요한 비율을 차지한다"면서 "굉장히 극단적인 형태의 성폭력이 영유아와 상관관계가 있다는 중대한 결과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또한 내가 영상에서 봤던 아이처럼, 데이터베이스상 어린이들 대다수는 백인이다. 이는 아동 성 학대 영상과 관련해 신경 쓰는 경찰이 대부분 백인 서양국가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브레넌 교수는 "존재하는 영상과 이미지, 그리고 성적 학대를 당하는 희생자 수를 정량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꾸준히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데이터베이스는 경찰 수사나 신고로 찾게 된 자료만 존재하기 때문에 실제로 얼마나 많은 이미지와 영상들이 불법으로 유통되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고 말한다.

폴 그리피스는 불법 웹사이트에서 영상을 가져와 수많은 대중에게 유포하기까지 필요한 인원은 단 한 명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누군가 이런 영상들을 확보한 후 별생각 없이 유포하고 인터넷으로 확산되는 건 불과 몇 시간 걸리지 않는다."

나는 아동 성 학대 이미지들을 본 죄로 7개월간 징역형을 살았던 피의자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스카이프에서 성인 간 즉석 만남을 하다가 아동 성 학대 영상을 접하게 됐다. 그는 첫 번째 파일을 열었다가 피해 어린이를 발견했고 이내 모든 파일을 다 열어 봤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이 파일들을 공유하려고 했다.

결국 이 남성으로부터 사진을 공유 받은 사람이 이를 경찰에 신고했다. 이 남성의 사례는 이런 영상이 얼마나 쉽게 퍼져 나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영상들은 스카이프와 같은 플랫폼, 스마트폰, 불법 유통 사이트를 통해서 너무나 쉽게 퍼져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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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내 사건과 관련해서는 많은 행동을 취하지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영국은 아동 성 학대 사진들에 대해 매우 강력하게 대응해왔다. 영국의 아동 성 학대 이미지 데이터베이스 프로젝트는 지난 5년간 막대한 투자를 받았다. 수사관들이 용의자 휴대폰이나 컴퓨터를 압수하게 되면 그들은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통해 아동 성 학대 자료가 새로 만들어진 것인지, 기존에 경찰에 보고된 것인지를 분별해 낸다. 각 경찰은 하나의 연결망에 있으며 데이터베이스는 전 세계에서 접근할 수 있다.

1990년대 영국 내무성은 어린이를 남용한 외설적인 표현이 급증하고 있다는 연구에 착수했다. 당시 적어도 1만여 장의 아동 성 학대 이미지들이 유통되고 있었다. 영국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현재 이 수치는 약 1400만 장에 이른다. 지난 5년간 아동 보호와 아동 학대에 관해 경찰청 최고 책임자로 일해온 사이먼 베일리는 "영상과 사진들의 타락 수준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면서 "이런 범죄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관

지난해 사이먼 베일리는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IT 회사들이 사진과 영상을 걸러내거나 보이지 않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음에도 이것들을 보이콧했다.

지난해 페이스북이 메신저에서 자료를 살피기 위해 도입한 로봇은 아동 남용과 관련된 게시물 1200만 개를 찾아 미국 데이터베이스에서 운영하는 국립 실종 및 착취 아동 센터에 보고했다. 아동 보호 운동가들은 메신저를 암호화하기로 한 페이스북의 결정에 경악했다.

이 결정은 페이스북 플랫폼이 불법적인 행위에 효과적인 공간이 되도록 하며 가해자들이 처벌을 피해 영상과 사진을 공유할 수 있게 됨을 의미한다. 종단 간 암호화는 와츠앱과도 유사한 방식으로,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을 제외하고선 아무도 메시지 안에 어떤 것이 오고 갔는지를 알 수 없다. 와츠앱 암호화는 당신의 폰과 상대방 폰이 암호 코드와 키를 생성함으로써 작동한다. 이 암호는 와츠앱 서버를 통해 이동하지만 와츠앱이 이를 열어볼 방법은 없다.

로봇이나 인공지능만이 당신의 휴대폰에 암호화된 채 남겨진 메시지를 스캔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사법 기관이나 기술 회사들이 시민들의 스마트폰을 엿볼 수 있음을 의미한다. 와츠앱은 이런 이유로 고객들을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해결책은 휴대 전화를 감식하는 것이다. 하나의 방법으로는 모든 사람이 어린이 학대 자료에 관한 특정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 일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여전히 사생활 침해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IT 회사들은 충분히 아동 성 학대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활용되도록 프로그램에 담긴 코드들을 조작할 수 있다.

따라서 휴대폰에 들어갈 프로그램은 정부나 기업으로부터 완전히 독립적인 방식으로 알고리즘을 생성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이는 꽤 어려운 문제다. 아직 아무도 이런 알고리즘을 개발해내지 못했다. 한 전문가는 "불가능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지금으로썬 어떤 방법으로 해야 할지 모른다"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엄청난 조사와 개발이 필요하다. 아마도 언젠가는 그렇게 될 것이다.

사이먼 베일리는 "IT 회사들은 이와 관련된 많은 핵심 기술들을 갖고 있다"면서 "그들은 스스로 아동 보호 의무에 있어서 잘못이 전혀 없다고 여긴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기업들의 반응은 '항상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면서 "그들은 수십억 파운드 이윤을 창출하는 만큼 더 투자하고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가 지난해 4월 발행한 인터넷 피해 사례 백서에는 IT 회사의 책임이 있어야 한다는 강한 요구가 담겼다. 인터넷에서 발생하는 피해 활동에 관해 IT 회사들에게 책임을 묻게 하는 법 제정이 바로 그것이다. 이 제안에는 새로운 규제 기관을 세우는 것과 IT 회사들이 인터넷에서 발생한 아동 성 남용 사례를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공공 협의 결과는 곧 나올 것이다.

페이스북이나 와츠앱이 아동 보호를 위해 얼마를 투자하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페이스북은 최고의 인공지능이 불법적인 메시지를 차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또는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어가고 있는지는 밝히지 않는다.

온라인에서의 아동 안전에 관해 정부에 조언하는 존 카는 이러한 불투명성이 종식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기술 회사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아동을 적극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하지만, 의사결정까진 이르지 않고 있다"면서 "그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 같은 위기감을 느껴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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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화창한 여름날, 나는 결국 그 영상 속 아이 문제에 돌파구를 찾았다. 사이먼 베일리의 조수는 내가 한 상급 경찰관과 연락할 수 있도록 해줬고, 나는 그와 통화했다.

그 아이는 살아 있다. 그 아이는 성 학대 사건 중 수사가 시작돼 구조될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운 좋은 경우였다. 내가 제보한 영상은 과거 미국에서 제작된 영상이었다. 영국의 데이터베이스에는 이미 3가지 버전의 영상이 존재했다. 내가 보낸 영상은 4번째였다. 경찰은 그 소년이 어디에 있는지, 이름은 무엇인지에 관해 나에게 말해 줄 수 없다. 경찰은 아이를 남용했던 학대자가 장기 징역형으로 복역 중이라고 말해줬다. 내가 간절히 기다렸던 소식이었다.

나는 그렇게 마무리되자 기뻤다. '재희생자화(revictimization)'라는 단어는 수개월 동안 내 머릿속을 맴돌았고 나는 더 많은 사례를 찾으려 노력해 왔다. 누군가 어린이가 남용되는 영상을 보거나 공유했을 때, 이는 그 아동이 다시 한 번 피해자가 된다는 걸 의미한다. 내가 그 아이를 찾는 과정에서 전화를 걸어 영상을 언급하는 일은 해선 안 된다는 걸 알게 됐다. 아이는 당시 기억에 공포와 굴욕감을 느낄 것이다. 나는 아이가 평화롭게 지내도록 내버려 둬야 했다.

나는 성 학대 영상을 찍어야 했던 피해자들로 구성된 미국의 한 단체를 알게 됐다. 14년간 아동 성 남용 피해자들을 위해 캠페인을 벌여온 제임스 마시 변호사는 최근 미국에서 성 남용 영상을 시청, 공유해 혐의가 인정된 사람들이 피해를 입은 모든 사람에게 최소 3000달러 배상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법 개정을 선두 지휘한 인물이다. 이 법의 명칭은 '에이미, 비키와 앤디 아동 포르노 피해자 지원법'으로 3명의 어린 희생자가 법정에서 진술서를 작성해 관련 사실을 증언하면서 2018년 제정됐다. 마시 변호사는 "피해자들이 본인들의 공간을 요구할 권한을 갖게 된 건 정말 최근의 일"이라면서 "이제 피해자들은 마땅히 밝혀져야 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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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인 원칙들

영국, 미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정부는 6개의 주요 IT 기업과의 논의 후에 인터넷 아동 성 착취 및 학대에 대응하기 위해 설계된 기술 산업에 대한 '자발적 원칙'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각국은 업계가 쏟았던 노력은 인정하지만, 앞선 노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원칙에는 아동 성 학대에 관련된 검색 방지, 자료 유포 방지, 위협에 대한 데이터 공유 등이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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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경험 많은 기자가 그의 의뢰인 중 한 사람의 사례를 자세히 알려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학대에 알몸 사진이 포함됐다는 정도의 이야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어린아이가 강간당하는 영상이 있다는 얘기를 듣자 기자는 충격에 빠졌고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 그는 "기자로서 이런 내용을 쓴다면 독자들에게 흥미를 이끌 순 있는 걸 알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오도록 이 일을 정확하게 보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고 말했다.

나는 기자에게 '에이미, 비키, 앤디 법'에서 증언했다가 이제는 청년이 된 앤디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지 물었다. 그는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앤디와 연결해줬다. 앤디는 내가 봤던 영상 속 아이처럼 끔찍한 운명을 겪어야 했던 피해자였다. 나는 내가 그 영상 속 아이에게 물어보고 싶었던 것들을 앤디에게 물어볼 수 있었다.

"밤에 안전하게 잠을 잘 곳은 있었나요?"

"가해자가 당신을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했나요?'

앤디는 차분한 목소리였다. 그는 솔직했고 대화를 열망했다. 그는 지금 20대 초반이라고 말했다. 그는 감옥에서 6개월 동안 지냈던 적도 있었다. 어릴 때부터 싸움이나 강도 혐의 등으로 오랫동안 관리를 받아왔다. 그가 더 어렸을 때는 마약과 헤로인에 빠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제는 마약에 벗어나 잘 지내고 있다. 또 그에게는 사랑하는 두 자녀도 있다.

근교에 있는 집

하지만 앤디는 일종의 감옥에서 살고 있다. 그는 자신이 지루한 사람이라며 주로 집에 머물며 아이들과 살고 있다고 말했다. 앤디는 영상을 본 누군가가 자신을 알아볼 것이라는 지속적인 두려움 속에서 살고 있다. 그의 성적 학대는 13살이 될 때까지 지속됐다. 길거리에서 누군가가 그를 쳐다볼 때마다 그는 이런 걱정을 한다.

그의 이야기는 부모의 이혼으로 시작한다. 어머니는 아들에게서 강인한 남성적인 모습을 원해 앤디가 7살이 되던 해 청소년 프로그램에 보냈다. 프로그램을 운영한 조직에서 멘토로 지정된 사람은 앤디와 그의 가족을 몇 달 동안 담당했다. 그는 앤디를 라스베이거스로 여행을 보내기도 했다.

앤디는 그의 성적 학대가 처음 시작됐을 때 어머니가 화를 낼까 봐 말하지 못했다. 앤디는 "엄마가 이 일과 관련해서 어떻게 반응할지 알지 못했고 나에게 일어난 일 때문에 엄마를 당황스럽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면서 "학대자가 그렇게 느끼도록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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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받는 방법

만약 당신이 위와 같은 일로 피해를 받았다면, 당신은 BBC 전화 상담을 통해 지원받을 수 있다.

루시 페이스풀 재단(Lucy Faithfull Foundation)은 아동 및 성 학대를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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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가 자란 후 학대자를 마주하는 일이 있었다. 어느 날, FBI는 앤디의 고등학교로 찾아와 교실 문을 두드렸다. 앤디의 학대자가 낯선 이에게 영상을 보냈고, 그 사람이 학대자를 신고하면서 그가 멕시코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경찰은 웹상에 앤디가 나오는 수많은 영상과 사진이 있다고 말해줬다. 그때까지 앤디는 본인의 학대 자료가 수천 명의 사람에게 공유되고 있었음을 전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앤디에겐 충격적인 소식이었고 여전히 어머니에게 진실을 말하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었지만, 앤디는 FBI가 피의자를 국경을 넘을 수 있도록 유인하는 데 동의했다.

"우리는 내 생일 파티 초대로 학대자를 구슬렸어요."

"제 생일까지 3달 동안의 일이었어요. 나는 그에게 아무 일이 없다는 듯 전화로 이야기했죠. 그는 저에게 소포도 보냈어요." 앤디는 그때 상황을 이렇게 말했다.

FBI 요원들은 앤디에게 학대자의 예상 경로와 계획된 체포 장소를 미리 알려줬다.

"정말 대단했어요. 요원들은 내 할머니의 집에서 몇 블록 떨어진 장소에서 그를 체포했어요."

앤디의 삶에서 최고의 순간이었다.

미국의 다른 희생자들처럼, 앤디는 누군가가 본인의 영상을 공유하거나 시청한 것으로 유죄 판결을 받을 때마다 편지를 받는다. 이는 수천 통에 이른다. 앤디는 자신의 인생을 재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가 치료를 감당할 수 있게 되면 상황은 더 좋아질 것이다. 변호사는 앤디에게 더 큰 배상이 지급될 큰 사건들을 위해 일하고 있지만 쉽지는 않다.

앤디는 '에이미, 비키, 앤디 법'을 통해 삶의 목표와 위안을 찾는다. 앤디는 미래에는 본인의 익명성을 포기하고 학교로 가서 어린이들에게 안전을 지키는 방법과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싶어 한다. 그는 이것이 바로 자신이 해야 할 의무라고 느낀다고 말한다.

"저는 사람들이 제 이야기를 알았으면 좋겠어요."

나는 내가 처음 보게 된 그 영상 속 소년과 더 이상 이야기할 생각은 없다. 나는 그가 괜찮기를 바란다. 나는 그가 앤디처럼, 그의 삶을 천천히 다시 재건해 나가기를 바란다. 앤디와 영상 속 어린 소년은 모두 신원이 확인됐고 그들을 남용했던 학대자들은 모두 감옥에 있다.

하지만 이게 행복한 결말이라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아동 성 학대 영상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어린 소년과 소녀는 구조되지 못한다. 우리가 기술과 개인 정보를 관리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이런 영상들은 계속 유통될 것이다. 새로운 어린이들이 또 다른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계속해서 학대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