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파업을 강행하기로 해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해 마무리 짓지 못한 임금협상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시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달 20일 오후 3시부터 2시간 파업을 결의했다고 16일 밝혔다.

올해 들어 첫 파업이다. 노조는 당일 ‘2019 임금협상 승리를 위한 결의대회’를 열 계획이며, 하루 앞선 19일에는 점심시간 오토바이 시위도 계획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교착상태에 있는 교섭을 풀어내고 지부의 투쟁방안을 보고하고, 조합원의 결의를 다지기 위해 파업을 결정했다”며 “모두 마스크를 쓰고 거리를 유지하는 등 코로나19 예방준비를 철저히 해 우려가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조 집행부의 이 같은 설명에도 파업소식을 접한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특히 노조가 지난 10일 소식지를 통해 임시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결과를 공지하고 ‘노동조합이 풀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코로나19가 더 큰 사태로 번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밝힌지 일주일도 안 돼 파업을 결의하자 허탈해 하는 분위기다.

파업소식을 접한 한 시민은 “울산지역은 코로나19 확산이 진정국면에 접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전국적으로 여전히 콜센터 집단감염을 비롯해 확진자가 늘고 있어 긴장을 늦출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여전히 시민들은 위험을 무릎 쓰고 약국 앞에서 마스크 2장 받아보겠다고 줄을 서고 있는 형국인데, 이런 재난 상황에서 파업 소식을 들으니 노조의 이기주의에 어처구니가 없다”고 전했다.

파업이 결정된 뒤 노조 자유게시판에도 “정신 좀 차려라, 얻는 것 보다 잃는 게 많은 파업이다”, “지금은 돈이 문제가 아니라 활동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문제다. 중공업에 발병하면 그 재앙은 조합이 어찌 책임지려고 하나”, “파업할 돈으로 조합원들 마스크나 챙겨줘라”는 등의 부정적인 댓글이 계속해서 게재되고 있다.

한 게시글에는 “가계 상황이 어려운데 성과급 선지급 좀 받아달라”는 호소도 있었다.

노사는 지난해 5월 2일 임금협상 상견례 이후 이달 12일까지 46차례 교섭했으나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노사는 특히, 지난해 5월 회사 법인분할(물적분할)을 놓고 대립각을 세운 후 임금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노조는 법인분할 반대 투쟁 과정에서 주주총회장 봉쇄와 파손, 파업 등을 벌었고, 회사는 불법 행위 책임을 물어 조합원들을 해고, 감봉 등 징계하면서 갈등이 커졌다.

노조는 해고자 문제를 해결해야 임금협상이 속도를 낼 수 있다는 태도이지만, 회사는 불법 행위를 눈감아 줄 수는 없다는 입장이어서 교섭은 올해도 교섭 장기화할 우려가 크다.

회사는 또 조합원 가계 상황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세계적 확산에 따른 경제 상황을 고려해 지난해 성과금을 조합원들에게 우선 지급하고 임금협상을 조속히 마무리하자고 노조에 최근 제안했으나 노조는 성과금 산출 기준에 노조 제안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거부했다.

회사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선박 발주가 급감하는 등 조선산업에도 위기가 가중됨에 따라, 경영계획 전반에 재검토가 불가피한 실정이다”며 “노조도 감염병 예방과 확산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만큼, 집단행동은 당분간 자제해 위기극복 노력에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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