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진 프로포폴 투약 의혹… 유명인이 중독 잘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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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3.31. 오전 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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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시간이 불규칙한 연예인, 의료계 종사자들은 프로포폴 의존에 빠지기 쉽다./사진=조선일보 DB​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의 불법 프로포폴 투약 의혹 수사를 위해 경찰이 소환 조사에 나섰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프로포폴 중독이 재조명되고 있다. 최근에도 가수 휘성이 프로포폴 상습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바 있다. 프로포폴은 흰색 액체 형태의 약제를 정맥으로 투여하는 수면마취제로, 다른 마취제에 비해 쉽게 잠들고 깨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다. 실제 2019년 식품의약품안전처 발표에 따르면 국민 12명 중 1명이 프로포폴을 한 번 이상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취에서 깬 후 '깊게 잔 느낌' 때문에 의존성 위험​

일반적인 마약류는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신체적인 중독성을 유발한다. 그러나 프로포폴은 이러한 신체적인 중독성은 유발하지 않는다. 다만, 프로포폴 투약 후 나타나는 '깊은 잠을 잔 듯한 느낌'으로 인해 정신적인 의존성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중독'이라는 표현보다는 '의존'이라는 표현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1년 프로포폴을 '향정신성의약품(마약류)'으로 분류했다. 그러나 프로포폴은 '수면제'가 아니므로 실제로 깊게 잠드는 효과를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잠을 잔다기보다는 마치 스위치가 끊어지듯이 의식을 잃는 것에 가깝다.

서울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이형묵 교수는 "프로포폴 약제 자체에 중독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러나 프로포폴을 투약하고 나면 개운하게 잠들고 일어난 듯한 느낌을 받는데, 이로 인해 정신적으로 의존할 가능성이 있고, 이것이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어서 마약류로 지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수면시간 불규칙한 연예계·의료계에 노출 多

프로포폴은 투약 중단 시 나타나는 '금단현상'이 없어 실제 2011년 국내에서 마약류로 지정되기 전까지는 세계 어디에서도 프로포폴을 마약류로 지정한 적 없었다. 그러나 금단현상으로 인한 신체적인 중독성이 없더라도, 심리적 의존성은 나타날 수 있다. 프로포폴은 뇌에 수면 신호를 보내는 '감마아미노뷰티르산(GABA)' 수치를 높이는데, 이때 뇌의 도파민 조절 기능이 마비되면서 도파민이 다량 분비된다. 도파민 수치가 급격하게 높아지면 '유포리아(극도의 행복감을 느끼는 현상)'가 나타날 수 있다. 일반적인 용법에 따라 프로포폴을 사용하면 즉시 잠들어 유포리아를 느낄 수 없지만, 마취되지 않을 정도로 소량만 투약하면 유포리아를 느끼며 점차 프로포폴에 의존하게 된다.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프로포폴 오·남용은 문제가 되고 있다. 2009년 6월 팝 가수 마이클 잭슨이 불면증으로 인해 프로포폴을 투약했다가 사망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특히 프로포폴은 수면 유도 효과로 인해 수면시간이 일정하지 않은 연예계 종사자들에게 많이 노출됐을 것으로 추측된다. 마찬가지로 수면시간이 불규칙하며, 프로포폴에 접근하기 쉬운 의료계 종사자들도 노출 위험이 있다. 실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프로포폴로 인해 사망한 사람 41%가 의료계 종사자였다.

프로포폴 적정량 투약하면 중독·부작용 걱정 없어

프로포폴을 의사의 지시하에 적정량 투약했을 경우, 중독이나 부작용 위험성이 거의 없다. 프로포폴의 가장 흔하고 위험한 부작용은 '무호흡증'이다. 이형묵 교수는 "프로포폴은 사람마다 필요한 용량이 달라 의료진이 환자의 상태를 주시하고 산소포화도를 점검하면서 투여량을 조절해야 한다"며 "만약 조금이라도 과다 투여할 경우 환자가 숨을 쉬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의학계에서는 시술자와 이를 감시하는 사람을 각 1명씩 두도록 권고하고 있다.

프로포폴을 오·남용하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이유는 이런 시술자와 감시자를 두지 않고 환자 의지대로 투약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반인은 프로포폴 중독이나 부작용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술을 한 번 마신다고 알코올 중독이 되지 않는 것처럼, 필요할 때 프로포폴을 사용한다고 해서 프로포폴 중독이 되지는 않는다.

만약 프로포폴 의존이 의심된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치료받기를 권한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도 약물 중독자를 위한 전화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 전혜영 헬스조선 기자 hyeyo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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