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하위 70%’ 기준 불분명… 지자체 중복지급 혼란도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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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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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조율 제대로 없이 발표… 소득·재산 합산 새기준 마련, 재원 마련도 쉽지 않을 듯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열린 3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소득하위 70% 가구(4인 기준)에 대해 10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밝히는 등 코로나19 타격을 받는 취약계층 지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 쪽방촌에서 한 주민이 계단을 내려가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당정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긴급재난지원금 도입을 결정했지만 ‘후속 조치’를 두고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는 소득 하위 70% 이하 가구에 최대 1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는데 정작 대상 기준은 추후 마련하기로 했다. 누가 받을 수 있는지도 정하지 않은 채 서둘러 발표한 셈이다. 지역화폐 지급의 효과도 미지수인 데다 기존 예산 삭감을 통한 재원 마련도 난제다.

정부는 30일 긴급재난지원금을 소득 하위 70%인 약 1400만 가구에 준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준이 모호하다. 당초 소득 하위 70%는 보건복지부가 매년 산정하는 중위소득 150% 기준과 비슷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를 바탕으로 청와대와 여당은 4인 가구 기준 월 712만원 이하면 받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예산을 집행하는 기획재정부와 복지부의 생각은 다르다. 이들 부서는 중위소득 150%가 재난지원금의 ‘기준’이 아니라며 근로소득, 사업소득 외에 부동산·자동차 등 재산까지 합한 새로운 기준을 마련키로 했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도 “사회적 형평에 맞는 기준을 설정하고 대상자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새 기준과 중위소득 150%가 큰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지만 사전에 조율이 제대로 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이날 발표로 각 가구는 중앙정부 재난지원금과 지방자치단체 자체 지원금을 함께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경기도 포천에 사는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4인 가족은 최대 300만원(중앙정부 100만원, 경기도 40만원, 포천시 160만원)을 받게 된다. 하지만 지자체도 중앙의 재난지원금 재원 일부를 부담해야 해 지원액수가 바뀔 가능성이 높다. 지자체별 들쭉날쭉한 지원액에 따른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재난지원금은 현금이 아닌 지역상품권 및 전자화폐로 지급될 예정인데 사용처가 제한적이어서 효과를 반감시킬 우려가 적지 않다. 우선 대중적인 대형마트, 백화점, SSM(기업형 슈퍼마켓) 등에서는 사용하기 힘들다. 정부 의도와 달리 사람들이 현금화에 나설 수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분위기와의 엇박자도 예상된다.

재원 마련도 쉽지 않은 부분이다. 재난지원금의 총 필요 예산은 10조3000억원. 이 중 3조2000억원은 지방정부 재원과 기존 1차 추가경정예산으로 조달한다. 정부는 나머지 7조1000억원 조달도 최대한 ‘빚’을 내지 않기로 했다. 올해 배정된 512조원 예산 중 일부 사업을 없애고, 관련 돈을 쓰겠다는 것이다. 이 방식은 신규 국채 발행을 최소화해 국가채무의 대폭 증가를 방지하고 야당을 설득할 수 있는 카드다.

문제는 이미 돈이 배정된 사업을 취소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이 경우 기존 예산 편성 시 기대했던 경기부양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지출 구조조정이 어려워지면 신규 국채 발행 규모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세종=전슬기 전성필 기자 sgj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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