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조 재난지원금 재원은? …"DJ정부 1차 추경 벤치마킹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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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3.31. 오전 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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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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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남기, ‘올해 예산 깎아 재원 마련’ 방향만 제시
- 나랏빚 815조, 세출 구조조정 실패하면 빚 증가
- 삭감되는 부처·지자체 반발, 연말 세수펑크 난제
- 전문가 “국채 발행 없던 1998년 추경 벤치마킹해야”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청와대 본관 집현실에서 열린 제3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중산층을 포함한 소득하위 70% 가구에 대해 4인 가구 기준으로 가구당 10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며 “4월 총선 직후 국회에서 추경안이 통과돼 5월 중순 전후로 실제로 지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제공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정부가 9조원에 달하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추진한다.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예산을 최대한 아껴 재원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나 구체적으로 어느 예산을 얼마나 깎아 재원을 마련할 지는 정하지 못했다.

정부 예산을 구조조정하는 과정에서 예산이 깎이는 부처와 지자체의 반발, 예산 삭감·세수 펑크로 인한 정책 무산 등의 부작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적재적소에 과감한 세출 구조조정을 하고 노사정 대타협을 이뤘던 IMF 직후 1998년 당시 재정정책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재부 “815조 나랏빚, 세출 구조조정 해야”

30일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회의에서 9조1000억원 규모의 긴급재난지원금(소득 하위 70% 4인 가구 100만원)을 확정했다. 긴급재난지원금이 중앙·지방정부 매칭 사업이기 때문에 중앙정부가 7조1000억원, 지자체가 2조원의 재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기재부는 기존 예산내역 변경을 목적으로 한 7조1000억원 규모의 2차 추경을 내달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4.15 총선 이후 국회 심의가 진행될 전망이다. 나머지 2조원은 지자체가 마련해야 한다.

재원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마련할지는 아직 미정이다. 기획재정부는 세출예산 구조조정으로 7조1000억원의 추경 재원을 최대한 마련하겠다는 방침만 공개했다. 이는 관계부처, 지자체와 예산삭감 협의라는 지난한 과정이 남아 있어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삭감 사업의) 선정 작업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기재부 입장에선 세출 구조조정 없이 국채를 발행해 재원을 조달할 경우 나랏빚이 급격히 증가해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국가채무는 문재인정부 출범 때인 2017년에 660조원에서 현재 815조원(1차 추경 기준)을 돌파했다.

그러나 문제는 세출구조조정 쉽지 않다는 점이다. 역대 추경을 보면 세출감액 규모는 1998년 2차 추경(11조5000억원)에서 7000억원(6.1%), 2013년 추경(17조3000억원)에서 3000억원(1.7%)에 불과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삭감 명분에 공감해도 자신이 소속된 부처·지자체 예산 삭감은 안 된다고 버티는 경우가 많아 세출 구조조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자체나 부처 입장에선 무작정 삭감했다가 연말에 예산이 부족해지는 사태도 고민이다. 홍 부총리는 “(2차 추경은) 원포인트 추경으로서 세입경정은 포함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세입경정은 세입이 부족해질 것으로 전망될 때 국채 발행 등으로 세수 부족분을 메우는 것이다.

하반기에 세수가 늘지 않고 세입경정도 없으면, 연말에 ‘세수펑크(세수결손)’가 불가피하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국세수입은 작년(293조5000억원)보다 2조3000억원이나 줄어든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 국세수입이 더 줄어들 수 있다. 이 상황이 계속되면 부처·지자체가 사업계획을 세웠는데 ‘재정실탄’이 없어 집행을 못할 수 있는 셈이다.

◇“과감한 세출 구조조정, 고통분담 필요”

전문가들은 1998년 1차 추경을 벤치마킹할 것을 주문했다. 당시 김대중정부는 편성된 추경 12조5000억원 중 8조5000억원(68%)을 세출 구조조정, 4조원(32%)을 세수 증대 방안으로 마련했다. 당시 세출 구조조정안에는 △정부부처 인건비·경비 △도로·철도·지하철·항만·공항을 포함한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등 당장 절감할 수 있거나 연기가 가능한 예산이 대거 포함됐다.

당시 예산 업무를 맡았던 박춘섭 전 기재부 예산실장은 통화에서 “국회·감사원에서 예산 낭비 사업으로 지적한 사업을 포함해 경직성 경비까지도 샅샅이 살펴 구조조정을 했다”며 “IMF 외환위기라는 엄중한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관계부처·지자체에 고통분담을 해달라고 요청했고 대승적으로 합의가 됐다”고 말했다. 이 결과 국채 발행 없이도 재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코로나19가 장기전으로 갈 수 있어 재정건전성을 고려한 장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정훈 재정정책연구원장은 “코로나19 추이를 보면 앞으로 경기가 브이(V)자로 반등하는 게 어려울 수 있다”며 “내년, 내후년까지 적극적 재정 역할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금부터 장기적으로 지출 구조조정 플랜을 짜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2003년 이후 17년 만에 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추진하기로 했다. 2003~2020년 1차까지는 국회 통과 기준, 2020년 2차는 기획재정부 잠정안 기준. [출처=기획재정부, 국회]
2020년 2차 추가경정예산안 규모는 9조1000억원이 될 전망이다. 어떤 사업을 어느 정도 세출 구조조정할지는 30일 발표되지 않았다. [출처=기획재정부]
올해 1차 추가경정예산(추경) 기준 국가채무가 815조원을 돌파했다. 괄호안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단위=조원, % [출처=기획재정부]

최훈길 (choigig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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