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인비저블맨 “투명인간이 보이니?”
* 스포일러 주의 *
100년도 더 전에 소설 <투명인간>을 쓴 사람은 <우주전쟁>, <타임머신> 등 걸작 SF소설을 남긴 H.G.웰즈이다. 소설 <투명인간>에서는 젊은 고학생 그리핀이 ‘신체가 투명해지는 약물’ 개발에 매달린다. 의학과 물리학을 공부했다는 그는 약물실험을 거듭하더니 마침내 몸이 점점 옅어지기 시작하며 ‘투명인간’이 된다. 그리고, 타인과의 교류가 끊기면서 미쳐가고,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웰즈의 상상력은 이후 할리우드에, 미국 방위산업체에, 오늘날 실리콘벨리에 깊은 영향을 주었다. ‘투명인간’은 불가능할지라도 다른 스텔스 기술은 조금씩 나오고 있고, 진화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 ‘투명인간’ 이야기가 리 워넬 감독의 <인비저블맨>(The Invisible Man)에서 현대적으로 재해석된다. 모자 쓰고, 붕대를 얼굴에 감은 ‘투명인간’의 모습은 오랫동안 시그너처가 되었다. 블룸하우스는 누구나 아는 ‘투명인간’ 이야기를 색다르게 그린다. 주인공도 ‘투명인간’이 아니라, 투명인간의 희생양이 되는 여자를 내세웠다. 흥미진진한 도전이다.
● 세실리아 앞의 (보이지 않는) .....
저 멀리 바다가 보이는 한밤의 저택. 여자는 남자가 깨어날까 조심조심 침대를 벗어나서는 집을 빠져나온다. 세실리아(엘리자베스 모스)는 자신의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남자 애드리안(올리버 잭슨 코헨)으로부터 가까스로 탈출하여 경찰인 친구 제임스 집에 머물게 된다. 애드리안이 자신을 찾아낼까 두려운 가운데 그의 자살소식이 전해진다. 안도의 한숨을 돌리기도 전에 세실리아는 자신의 주변에 무언가 있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하고, 자신 주위의 사람들이 하나둘 위험에 빠지게 된다. 아니, 주위 사람은 그런 세실리아를 의심하고, 미쳤다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영화가 진행되면서 세실리아의 현재 상태에 대해 걱정과 의심을 거듭하게 된다. 소시오패스의 희생자인지, 아니면 ‘가스등’의 잉그리드 버그먼에게 느꼈던 것처럼 편집광적 혼란에 빠진 여자인지를. 세실리아가 겪는(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은 볼 수 없고, 증명할 수 없는 망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영화 <인비저블맨>은 그런 여자주인공의 분투를 통해 극적 긴장감을 높인다.
웰즈의 ‘투명인간’은 생화학적 실험의 결과물이다. 그런데 이번 영화에서는 ‘애드리안’이 천재적 광학자(optics scientist)로 등장한다. ‘호러명가’ 블룸하우스는 그 메커니즘에 대해 굳이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는다. 아마도 그런 것은 토니 스타크가 전공일 테니 말이다. 대신, 애드리안과 세실리아 사이의 권력관계, 지배관계가 영화의 공포심을 배가시킨다. 대중의 신뢰관계를 뒤흔들며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종속되고 마는 놀라운 언어구사력과 심리지배술말이다.
오래 전 얼굴에 붕대를 칭칭 감은 투명인간을 묘사하는 특수효과만으로도 관객을 놀라게 했다. <할로우맨>을 거치면서 그런 ‘투명CG쇼’는 그다지 놀랍지 않을 것이다. 리 워넬 감독은 영리하게 ‘투명인간’이 저 뒤에 있을지 모른다는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것만으로 공포심을 극대화한다. 결국, 세실리아는 자신을 위해,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보이지 않는 존재와 맞서 싸운다. 블룸하우스는 그런 당연한 ‘스텔스 전쟁’에 얄미울 정도로 신박한 결말을 추가한다. 속편을 주섬주섬 가방에 넣는 방식으로 말이다.
유니버설은 1920년대부터 ‘투명인간’을 포함한 꽤 많은 호러를 제작했다. ‘미이라’, ‘프랑켄슈타인’, ‘드라큘라’ 등 수십 편에 이른다. 물론 속편들이 꽤 많이 만들어졌다. 유니버설은 이들 영화를 ‘다크 유니버스’라는 멋진 타이틀로 리메이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톰 크루즈의 <미이라>가 실패한 뒤 주춤하더니, 그 프로젝트에 블룸하우스가 나섰다. <겟 아웃>과 <어스>라는 독특한 공포물로 영화팬을 매료시킨 블룸하우스가 이번에는 클래식 공포물의 현대적 재해석에 도전한 것이다.
코로나19로 초토화된 극장가에서 아주 적은 관객만으로도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키고 있는 작품이 바로 이 <인비저블맨>이다. 2월 26일 개봉/15세관람가 (KBS미디어 박재환)
박재환 kino@kbs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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