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아내리는 매출에 재편되는 빙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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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4.01. 오후 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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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빙과시장, 3년 만에 20% 감소
아동 인구 감소·대체재가 영향 미쳐
‘아이스크림 상시 할인’도 업체 수익성에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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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과시장 점유율 2위 업체 빙그레가 4위인 해태아이스크림을 14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하면서 빙과업계가 재편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아동 인구 감소와 아이스크림 대체재로 빙과시장 규모가 감소하자, 굳건했던 아이스크림 ‘빅4’ 체제에도 변화가 생긴 것이다.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 규모는 2015년에 마지막으로 2조원을 넘긴 뒤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을 보면 2015년 빙과류의 할인점·편의점 등 소매점 매출은 2조184억원이었는데, 3년 후인 2018년엔 1조6292억원으로 약 20%가량 감소했다. 매출이 줄어들면서 지난해 3분기 기준 롯데제과·빙그레·롯데푸드·해태제과 4사가 전체 시장의 87%를 나눠 가진 아이스크림 시장 내 경쟁도 치열해졌다. 한 아이스크림 업계 관계자는 “아이스크림 산업은 대형 장치산업으로 설비투자에 들어가는 비용이 많이 들어서 4사가 오랜 시간 시장을 과점할 수 있었다”며 “4사 체제는 그대로 가겠지만, 시장 규모가 줄어든 데 따른 변화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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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국내 빙과시장 규모가 줄어들게 된 가장 큰 이유로 최대 아이스크림 구매층인 어린이의 감소를 꼽는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를 보면, 2011년 992만명이었던 아동 인구수는 지난해 793만명에 그치는 등 8년 만에 200만명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커피전문점같이 빙과류를 대체할 수 있는 곳들이 주목받고 있다는 점도 빙과업계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한 빙과업체 쪽은 “요새는 패스트푸드점에서도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니 소비자들이 길에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을 유인이 줄어든 것 같다”고 했다.

아이스크림 할인판매가 상시화되면서 업체 수익성이 악화된 것도 시장 재편을 불러온 원인으로 꼽힌다. 2010년 최종판매자가 아이스크림 가격을 정할 수 있는 오픈프라이스 제도가 도입되면서 아이스크림 할인이 상시화됐는데, 오픈프라이스가 폐지된 뒤에도 유통업체가 빙과류를 할인판매하면서 납품단가 인하 압박을 받아 수익성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신용평가사 한국기업평가는 지난해 해태제과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하향(A→A-)하면서 “빙과시장은 주 소비층인 아동 인구 감소로 성장이 어려운 데다 할인판매가 장기화되면서 가격 정찰제 정착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해태제과의 2017~2019년 매출은 7604억원 → 7254억원 → 6900억원으로 역성장했고,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230억)보다 약 37% 줄어든 145억원에 그쳤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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