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오세훈 대권행보 ‘빨간불’…유승민, 측근들 줄줄이 ‘낙선’
범보수 세력인 무소속 홍준표·김태호, 국민의당 안철수와 하나될까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후보와 황교안 미래통합당 후보.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후보와 황교안 미래통합당 후보.

[월요신문=조규상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난 21대 총선에서 보수 야당의 대권 잠룡들도 대거 고배를 마시며 향후 대권 경쟁 구도가 여권 중심으로 재편될 조짐을 보인다.

우선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종로에서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를 상대로 압도적 승리를 거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당선자의 대권가도에는 파란불이 켜졌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줄곧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1위를 달렸던 이낙연 당선자가 2위 황교안 후보를 제압하며 당분간 독주체제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그동안 전라남도 함평·영광 국회의원 및 전남도지사 등 정치인생을 전라도에서 이어오다 서울에도 뿌리를 내리며 지역적 한계도 벗어났다는 평이다.

친노(親盧) 핵심 인사로 9년 만에 정계에 복귀하게 된 민주당 이광재 당선자는 새로운 대권 후보로 부각되고 있다. 이광재 당선자는 강원 원주갑 선거구에서 48.56%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이명박 정부 대변인, 춘추관장을 지낸 'MB 맨' 박정하 후보(41.13%)를 따돌리고 당선됐다.

이광재 당선자는 1988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한 후 2004년 17대 총선에서 39살의 어린 나이로 태백·영월·평창·정선 지역구 국회의원이 됐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재선에 성공했다.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는 '북풍 정국'을 뚫고 민주당 출신 첫 강원도지사 및 최연소 강원도지사가 돼 당시 최대 이변을 연출했다.

그러나 이듬해 1월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아 지사직을 상실했고 10년 동안 피선거권을 박탈당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2월 사면·복권되며 정계 복귀의 길이 열렸고 이번에 다시 여의도로 귀환했다.

이광재 당선자는 '미스터 강원'을 자처하며 강원 출신 대권 주자이자 지역 발전을 끌어낼 힘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른팔로 통할 만큼 당내 친노 세력의 지원도 예상된다.

부산·울산·경남(PK)을 살리기 위해 투입된 김두관 전 경남지사 역시 이번 총선에서 대권주자로서의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영남권 대권 주자들인 김부겸(대구 수성갑), 김영춘(부산 진구갑) 후보가 줄줄이 낙선하면서 영남권을 대표하는 여권 주자가 된 셈이다.

이번 총선에 출마한 후보는 아니지만 총선기간 가장 주목받은 인물은 이재명 경기도지사다. 이재명 지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파의 숙주역할을 했던 신천지에 대한 강경 대응과 재난기본소득 등으로 이슈를 주도했다. 또한 배달의민족 등 플랫폼 독과점 기업의 횡포를 고발하고 공공배달앱을 만들겠다고 나서면서 민주당의 ‘공공배달앱’ 개발 공약의 중심에 섰다.

여권과 달리 미래통합당은 대권 행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우선 황교안 대표는 자신의 선거뿐만 아니라 당대표로서 당의 선거를 지휘했는데 통합당 또한 참패를 당하면서 당권마저 내려놓은 상황이다.

오세훈 후보는 정치 신인인 청와대 대변인 출신 고민정 후보에게 막혀 결국 꿈을 접었다.

이번 총선에 불출마를 선언한 유승민 의원도 난감한 처지다. ‘유승민계’로 불리는 이준석·오신환·이혜훈 후보 등이 줄줄이 낙선했고, 하태경(부산 해운대갑), 유의동(경기 평택을), 강대식(대구 동구을) 후보 정도만 당선되면서 당내 명맥만 유지한 상황이다.

그나마 범보수 세력 중에는 대구 수성을에서 당선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전신) 대표와 경남 산청군·함양군·거창군·합천군에서 당선된 김태호 전 경남지사가 있다.

이들은 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의 험지 출마 요구를 거부하다 결국 컷오프(공천배제)된 후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이들이 통합당으로 복귀해 당의 재정비에 힘을 싣고 집권여당의 독주를 막아서는 힘을 발휘해야 대권 경쟁에 다시 불을 붙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잠재적인 보수 대권 주자로 꼽힌다. 안 대표는 비록 지난 20대 총선의 돌풍을 이어가지는 못했지만 뒤늦게 창당해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 3명을 당선시켰다. 군소정당의 몰락이 이번 총선의 특징인 점에서 나름 선방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총 35개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내면서 비례대표 투표용지가 48.1㎝까지 길어진 가운데 중간에 찾기도 힘든 10번을 배정받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안철수 효과가 아직 살아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여야에서 상징성이 큰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은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잠재적 후보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향후 조국 전 장관 일가의 재판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한동안 여당의 대선 후보들 간의 경쟁이 예상된다”면서 “통합당 등 보수 야당이 기존의 틀을 벗어내고 새로운 후보를 부각시키지 못한다면 현재의 양상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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