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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기 연예톡톡]사극에서 숙종은 ‘사랑꾼’이지만...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숙종은 사극의 단골 등장인물이다. ‘장희빈’ ‘동이’ ‘장옥정, 사랑에 살다’ ’대박’ ‘해치’ 등에 숙종이 나왔다. 사극에서는 주로 숙종과 세 여인, 인현왕후, 장희빈, 숙빈 최씨와의 사랑 이야기를 다뤄 조선판 ‘부부의 세계’ 또는 ‘부부클리닉-사랑과 전쟁’이라 할만하다.

장옥정은 정비와 계비 등 조선시대 궁중 여인중 유일하게 정사에 외모가 기록돼 있다. 정사중의 정사 기록물인 조선왕조실록(숙종실록)에 장옥정은 아름답다고 돼 있으니, 왕을 중심으로 한 여인의 미모와 암투를 드라마로 풀어내기에 좋다. 중국에서도 청나라 옹정제는 치적을 알려주는 콘텐츠보다는 '옹정황제의 여인들' 같은 치정사극이 훨씬 더 잘 팔린다.

하지만 MBC ‘선을 넘는 녀석들’은 지난 12일 방송에서 설민석이 숙종을 여인뿐만 아니라 붕당과 관련해 좀 더 입체적으로 조명했다. 숙종때는 조선을 통틀어 당파간 정쟁이 가장 심했다. 붕당정치가 절정에 달한 시대다. 숙종때 서인은 노론과 소론으로 갈라졌다. 하지만 숙종은 그 어떤 왕보다도 왕권을 강화시켰다. 그러니까 사랑도 많이 하고 일도 많이 했다. 이 둘은 따로 떨어져 존재하는 게 아니라,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



‘선녀들’의 설민석은 숙종이 강행했던 서인과 남인의 환국에 따라 좌우된 장희빈과 인현왕후의 이야기를 알기 쉽게 풀어냈다. 장희빈의 세자 출산, 인현왕후의 폐위, 궁에 컴백한 인현왕후, 사약 받는 장희빈의 몰락을 설명했다. 사랑꾼으로서 숙종의 면모가 왕권 강화의 도구로 전락한 듯 하지만, 붕당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다. 좀 더 간략하게 말하면, 숙종이 서인 세력을 눌러야 할 때는 장옥정을 총애하고, 남인 세력을 눌러야 할 때에는 인현왕후와 멜로를 전개해나갔다.

숙종은 배짱이 두둑하고 성미가 불 같은 사람이다. 정통성에서 꿀리는 게 없어서인지, 14살에 즉위했음에도 수렴청정 없이 친정을 했다. 그는 경신, 기사, 갑술 등 세 번의 환국(換局, 정국전환)을 통해 붕당 세력의 균형을 유지하며 왕권을 강화시켜나갔다. 장희빈의 아들인 윤의 원자 확정을 반대하던 송시열에게는 사약을 내려, 비대해진 서인 세력을 축출시키는 기사환국(1689년)을 강행했다.

그때 송시열의 나이는 무려 82세, 숙종 자신보다 54세나 많았다. 사약을 내리지 않아도 머잖아 자연사할 나이다. 선조 재임시절 태어난 송시열은 이조판서와 좌의정 등을 역임하고, 조선시대를 통틀어 정약용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저서를 남겼다. 중국에서 공자 맹자 순자 '급'(級)에만 붙인다는 '자'(子)가 조선학자로는 유일하게 붙어 '송자'(宋子)로 불리는 대유학자다.

게다가 송시열이 효종의 봉림대군 시절 스승이기도 한 점을 감안하면 숙종의 배짱도 알만하다. 송시열은 숙종의 할아버지와 아버지인 효종과 현종때 일어난 2차례 예송논쟁의 역할만 봐도 왕에게는 극도로 부담스런 존재임을 알 수 있다. 먼 제주로 유배를 갔던 송시열은 한양으로 올라오다 정읍에서 사약을 받고 죽는다.

숙종은 왕권강화라는 기반 위에서 다양한 치적을 쌓을 수 있었다. 45년의 치세동안 탕평책 시행을 비롯, 북한산성, 남한산성과 강화도 돈대를 건설하고 5군영을 완성해 국방력을 강화했다. 광해군 때에 실시한 대동법을 전국적으로 확대해 100년만에 완성시켜 민생 경제를 살렸다. 고양이 ‘금손이’를 무릎위에 올려놓고 정사를 볼 정도로 애묘가이며 오골계, 검은 콩, 흑염소 등 ‘블랙푸드’를 즐긴 건강전도사이기도 했다. 사극에서의 ‘사랑꾼’ 숙종은 알고 보면 ‘정치력의 대가’이자 ‘업적 부자’였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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