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는 "백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수준"(이해찬 대표)의 대승이었고, 야당인 미래통합당에는 '역대급' 참패였습니다. 이런 결과가 나온 4·15 총선, 이유가 무엇인지를 놓고 다양한 분석이 있지만, 한 가지가 눈길을 잡았습니다.
박성인 정치컨설팅 '민' 대표의 인터뷰 기사(중앙일보)였습니다. 그는 "그 사람들(보수)이 이미 비주류가 됐는데 그들만 스스로 주류인 줄 안다"며 달라진 정치 지형을 설명한 겁니다. 보수가 비류주이고 진보가 주류가 됐다는 거였습니다.
2016년 총선 직전 '보수수축'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몇 년 치를 뒤져봤고 수치들을 넣고 계산기도 두드렸습니다. 그러자 의미심장한 흐름이 보였습니다.
먼저 2016년 1월 2주 여론조사로 갑니다. 당시는 박근혜정부 4년 차가 시작한 때였죠. 20대 총선을 앞둔 때이기도 합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40% 초반에 머물렀습니다.
당시 여론조사 응답자 가운데 스스로를 보수 성향이라고 밝힌 비율(여론조사 결과표 상으로는 응답자 수로 집계. 이를 비율로 계산함)은 31.64%. 진보 성향이란 응답(23.48%)을 웃돌았습니다. 그러나 넉 달이 흘러 총선 직전인 2016년 4월 2주 조사에선 보수 비율은 28.70%로 줄었고, 진보 비율을 24.50%로 소폭 커집니다.
2017년 대선 전 보수·진보 비율 역전< 진보
시간은 흘러 19대 대선을 코앞에 둔 2017년 4월 4주가 됩니다. 당시 조사에선 보수와 진보의 비율이 역전된 모습이 보입니다. 보수 성향이란 응답은 25.55%에 머문 반면 진보 성향이란 응답은 33.70%까지 높아졌습니다. 한 해 전 가을, 나라를 뒤흔들었던 국정 농단 파문과 박 전 대통령 탄핵을 거치면서 보수는 '수축했고' , 진보는 '확장했다'는 분석이 가능할 듯하네요.
이런 흐름은 지방선거를 마친 뒤인 2018년 6월 3주에도 유지됩니다. 당시 보수 비율은 23.40%, 진보 비율은 33.30%입니다. 격차는 더 벌어졌습니다.
'조국 정국' 때 동요한 진보
그러다가 2019년 가을에 변화가 나타납니다. 이른바 '조국 정국' 때입니다. 당시 10월 3주 조사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 직후에 이뤄졌는데, 앞선 흐름과는 조금 다른 흐름이 나타납니다. 보수 성향이란 응답은 24.20%로 앞선 조사의 흐름을 유지한 반면, 진보 성향이란 응답이 27.70%로 낮아진 겁니다.
동시에 중도 혹은 무응답의 비율이 올라갑니다. '조국 정국'을 거치면서 진보층 일부가 이탈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2020 총선 결과, 수년간 흐름 연장선
마지막으로 올해 4월 3주 조사입니다. 이번 총선 직전(13~14일)에 이뤄진 여론조사인데, 보수 비율은 26.80%로 큰 변화가 없는 반면에 진보 비율은 33.70%로 큰 폭으로 높아졌습니다. 진보의 확장이 최근 수개월 사이에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중도 성향이란 응답은 줄어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2016년 4월 총선부터 시작해 2017년 5월 대선, 2018년 6월 지방선거, 그리고 올해 4월 총선까지 네 번 연속해서 진보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했습니다. 진보가 우리 정치 지형에서 이미 주류였던 겁니다. 박성민 대표의 인터뷰 내용의 한 대목을 소개하면서 마무리할까 합니다.
"2012년 총선에서 152석으로 새누리당(미래통합당의 전신)이 이기지만 20~40대에선 진다. 2014년 지방선거와 2016년 총선도 마찬가지다. 그러다 2017년부터는 50대에서도 진다. 그해 대선, 지방선거, 이번 총선까지 20~50대는 다 진보로 넘어갔다. 이번에 60대에서도 졌을 가능성이 있다."
자세한 여론조사 개요 및 결과는 한국갤럽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됩니다.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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